[프라임경제] 재정경제부가 19일 발표한 가칭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과 관련, 국내 증권사 등은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태스크포스를 가동해왔다.
이번 법안이 확정, 시행될 경우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자본시장 관련법의 효력이 대부분 소멸되는 대신 전폭적인 시장확대와 무한 경쟁체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경쟁력을 갖춘 대형 증권사 등은 막대한 영업 영역을 확보하게 된 반면, 군소 금융사는 대형업체에 흡수 합병되는 등 입지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정부는 이러한 개편을 통해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획기적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이번 법안을 철저히 비공개로 준비하면서도 증권, 선물, 자산운용 등 관련업계에 해당 분야에 대한 토픽(topic)을 내려 보내 법 시행에 미리 대비토록 했다.
해당 업계는 각각의 협회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 법 개정에 대비한 검토작업과 대응방안 마련 등을 진행하고 있다.
◆ 자본시장통합법안 준비의 배경
정부는 지난 2000년 영국이 처음 자본시장을 통합하는 법안을 제정한 뒤 여러 선진국들이 발 빠르게 비슷한 유형의 금융관련법을 시행하는 데 위기감을 가져왔다.
특히 우리 금융산업이 이들 선진국에 비해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데다 참여정부의 목표인 동북아금융허브 실현을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철폐가 필수적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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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IT기술과 금융기법의 급속한 발달에 따른 환경의 변화도 과거 법률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번 법안 마련에는 자본시장에 밀어닥친 이러한 조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관련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깔려있다.
정부는 현재 우리 자본시장은 자금중개기능이 부진해 혁신형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14조원대였던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이 2005년 7조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고 회사채를 통한 자본조달도 87조원에서 48조원으로 줄었다.
자본시장이 실물경제 규모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데다 증권, 선물, 자산운용 등 자본시장 관련 금융산업의 발전도 미흡, 금융시장 발전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산업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는 위탁매매를 중심으로 하는 증권서비스 위주의 영업모델에 국한돼 있어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자기매매를 골고루 영위하는 외국 투자은행에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규모에서도 국내 증권사는 외국 투자은행의 1/20 수준에 그치는데다 수익성도 크게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자본시장 관련법도 증권사, 선물회사, 자산운용사, 신탁회사 등 금융회사별로 각각 별도의 법률이 존재하고 개별 법률마다 적용되는 규제가 다르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각각 다른 금융회사가 동일한 금융기능을 수행하더라도 서로 다른 규제를 받게 돼 규제차익과 투자자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증권업, 자산운용업, 선물업, 신탁업 등 자본시장관련 금융업간 겸영이 엄격히 제한돼 선진투자은행 대비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금융연구원은 소규모개방경제체제라는 특성을 가진 우리나라 경제상황에서 자본시장의 발전이 필수적인 전제사항으로 보는 한편, 중국의 동북공정 등 금융전쟁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획기적 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01년부터 시행중인 호주의 '금융서비스 개혁법을 벤치마킹, 자본시장통합법안을 마련했다.
◆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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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따라 금융기능이 동일할 경우 금융회사의 형태가 다르더라도 시장진입과 건전성,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하게 된다. 이럴 경우 지금까지 기능별 규율의 적용으로 발생했던 규제차익이 사라져 투자자 보호와 금융업간 형평성이 높아진다.
▲ 경제적 실질에 따른 분류 적용 = 자본시장 관련 금융업은 경제적 실질에 따라 매매업과 중개업, 자산운용업, 투자자문업, 투자일임업, 자산보관관리업 등 6개 업종으로 분류한다.
영국과 호주, 싱가폴, 홍콩 등 금융 선진국도 모두 이같은 분류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현행 증권거래법과 선물거래법, 종금사에 대한 법률, 기업구조조정 회사업법, 부동산투자회사법 등 수많은 별도 법 테두리를 대폭 간소화하게 된다.
금융투자상품도 경제적 실질에 따라 나눠 투자성을 갖는 모든 금융상품을 하나로 정의한다. 이렇게 정의된 금융투자상품을 특성에 따라 동일한 것 끼리 분류해 증권과 장내 파생상품, 장외 파생상품 등으로 나눈다.
또 위험 정도에 따라 위험 금투상품과 일반 금투상품으로 분류한다. 투자자에 대해서도 일반투자자의 위험성이 높은 현행법의 한계를 폐지하고 일반투자자와 전문투자자를 구분해 제도의 획일적인 적용에 따른 일반투자자의 손해를 예방하게 된다.
▲ 업계 규제의 완화 = 현재 금융기관별로 적용하는 여러 규제를 금융 기능별로 통합해 금융기관별 인가체제를 금융기능별 인가체제로 전환한다. 이럴 경우 금융투자회사는 필요한 인가 단위를 손쉽게 추가, 영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또 각 금융업체는 금융기능별로 투자자의 리스크가 얼마나 되냐에 따라 인가제와 등록제를 각각 적용, 고객과 직접적인 채권채무 관계를 가질 경우 인가제를 채택하고 자산을 수탁하지 않는 투자자문업 등은 등록제를 채택한다.
▲ 건전성 규제의 개편 = 모든 금융투자회사는 적절한 자기자본을 갖춰야 하며 대주주와의 거래는 제한한다. 경영공시는 분기, 반기, 연간 경영상황과 재무상황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며 자기자본과 자산, 유동성 등은 금감위 기준에 맞추도록 했다.
건전성 규제는 또 각 금융기능별로 고객의 위험 노출 수준에 따라 차등 수준을 적용하게 된다.
▲ 투자자 특성 파악과 설명의 의무 = 투자금융회사는 의무적으로 투자자의 투자목적과 재산상태 등을 파악한 뒤 서면확인을 받아야 한다. 투자자에 대한 설명의 의무도 강화돼 설명을 하지 않고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또 투자자가 원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방문이나 전화를 통해 투자를 권유하는 행위가 금지되며 금융투자회사가 아닌 경우 투자광고를 할 수 없다.
▲ 현행 펀드의 일반법인 자산운용업법 이외의 법률로 각각 유형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부동산투자회사법, 선박투자회사법 등 7개가 적용되는 것을 기능별로 분류, 투자회사와 조합으로 구분하고 통합법을 적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펀드 설립을 등록제로 하고 재산 분리보관 ? 투자자 보호 ? 외부 감사 ? 운용공시 등 규제를 통일적으로 적용하게 된다. 정부는 구체적 방안은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동일기능-동일규제의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 타 법률 분야의 투자회사 통합관리 = 부동산투자회사법과 중기창업지원법, 산업발전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실질적인 금융업의 형태를 보이는 분야를 통합, 금융투자회사 수준으로 정비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적용한다.
▲ 국외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 = 해외 금융투자회사가 국내 거주자를 상대로 영업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도록 하되 전문투자자중 법인만을 상대로 외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와 거주자의 요청에 따라 외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허용된다.
▲ 포괄주의 규율체제의 도입
현재 국채, 지방채, 특수채, 사채, 주식, 출자증권 등 21개로 나뉜 유가증권과 파생상품의 투자자 보호가 충분치 않음에 따라 모든 금융투자상품을 규율대상으로 하는 포괄주의 체제로 전환한다.
이에 따라 ‘투자성’이라는 특징을 갖는 모든 금융상품을 포괄하는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개념을 신설, 특성별로 증권과 장외 파생상품, 장내 파생상품으로 분류 뒤 각각의 개념도 추상적으로 정의해 포괄주의로 전환한다.
증권은 추가지급 의무가 없어 최대 투자원금까지만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파생상품과 구분됨에 따라 투자자에게 추가지급 의무가 없는 금융상품은 증권으로 분류하고 지급의무가 있는 상품은 파생상품으로 분류한다. 파생상품은 또 거래소 여부에 따라 장내와 장외파생상품으로 나누게 된다.
▲ 금융투자업간 겸영 허용
현행법은 증권사와 선물회사, 자산운용회사, 신탁회사 등 금융투자업을 세분화하고 상호 겸영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나 경제적 실질에 따라 분류된 6개 금융투자업의 겸영을 허용하게 된다.
다만 겸영에 따른 투자자와 업자간, 투자자간 이해상충 가능성은 이해상충 방지체계(Chinese wall)를 통해 방지토록 한다. 이렇게 되면 매매(인수), 중개, 자산운용, 투자자문, 자산관리보관 등 모든 금융투자업을 종합 영위하는 금융투자회사의 설립이 가능하게 된다.
▲ 증권회사도 결제·송금 서비스 가능 = 현재 증권회사 등은 금융결제원의 소액결제시스템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불가능했던 결제(신용카드, 지로납부, 자동이체 등)와 송금(계좌이체), 수시 입출금(CD/ATM) 등 종합 금융서비스 제공이 허용된다.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대행은행을 통해 결제 송금 수시입출금 등 부가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금융투자상품의 판매권유자 제도 도입
현재 금융투자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직접 해당 금융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상품 중개업무만 수행하는 판매권유자 제도를 신설한다.
▲ 자선운용업 업무 확대
현재 증권펀드와 파생상품펀드, 부동산펀드, 실물펀드, 단기금융펀드(MMF), 재간접펀드(FoF), 특별자산펀드 등으로 나뉜 7개 펀드를 4종류로 줄이고 운용대상 자산의 제한을 없애 MMF를 제외한 모든 펀드를 투자대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또 주요투자대상 자산을 특정하지 않고 언제든 어떤 자산에나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펀드(혼합자산펀드)를 신설한다.
이밖에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도 더욱 완화하고 펀드의 자산운용방법에 대한 제한도 폐지해 부동산 분양권 취득과 선박관리, 대선, 개량 등을 가능하게 한다. 또 펀드에 대한 환매금지 허용 여부는 운용사가 자유롭게 선택하게 된다.
▲ 외국환업무 범위 확대
현재 증권회사의 경우 외화증권 매매와 고객 투자자금 환전, 일부 외환파생거래 등으로 제한된 외국환 업무의 범위를 개방,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관련 업무를 모두 허용하게 된다.
▲ 투자자 보호제도 선진화로 피해방지
비정형간접투자계약도 증권에 해당되어 투자자 보호장치를 적용하고 설명 의무를 도입해 금융투자회사는 투자자의 확인서명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또 투자자의 특성에 맞는 투자를 권유토록 하는 적합성의 원칙을 도입하고 이를 위험감수 능력이 미약한 일반투자자에게만 적용하게 된다.
▲ 금융 관련법 통합과 정비
은행법, 보험업법 등을 제외한 증권거래법 등 자본시장을 규율하는 14개 법률중 절반 정도를 통합하고 나머지는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 금융투자회사 기업지배구조의 통일적 규율
증권거래법과 선물거래법 등 금융투자업 관련 법률에 따라 기업지배구조 규정이 다르고 부동산투자회사법 등의 법률에는 아예 지배구조 규정이 없어 ‘증권거래법상 기업지배구조 관련 규정’을 두고 똑같이 적용하게 된다.
이밖에 재정경제부는 상장법인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한 경우 5일 이내에 보유목적과 보유상황 등을 시장에 공시하는 제도를 강화, 지금까지 공시 의무가 없었던 국가, 지자체, 정부기금, 증권금융회사도 공시토록 했다.
이같은 투명한 공시를 통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영지배권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주식 등을 대량 보유한 자는 현재 5일 이내에 금감위와 거래소에만 보고토록 했으나 발행회사에도 통보토록 개선해 적대적 M&A 등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내부자 거래 금지 등 불공정 거래 규제도 강화하는 한편 내부자의 범위를 계열회사 임직원은 물론 해당 법인과 계약 체결을 교섭중인 자도 추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