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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거친 뿔싸움에 봄기운 자욱

경북 청도군 소싸움축제

이인우 기자 기자  2006.02.18 11: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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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봄이 오면 청도에서 울려 퍼지는 쇠뿔 부딪히는 소리가 그리워진다. 흙먼지 자욱한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박력과 긴박감, 그리고 넘쳐나는 힘이 봄기운에 물든 마음을 잡아끈다. 해마다 3월이면 청도로 떠나고 싶다.

◆  매년 3월 중순 첫 싸움

“따악! 딱!” 쇠뿔 부딪히는 소리가 봄 하늘을 가른다. 그리고 거친 콧바람 소리. 육중한 몸집을 지탱하는 발을 한번 구르면 굵은 모래 무더기가 산산이 부서진다.

   
 
 
바로 경북 청도군에서 열리는 소싸움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한우만 출전해 힘을 겨루는 소싸움. 유순하기 이를 데 없는 한우들이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 상대편을 제압해야만 승리의 영광을 안을 수 있다.

소싸움장에 들어선 한우들은 이날을 위해 1년 동안 양껏 먹고 마시며 힘을 비축해왔다.

청도군에서는 매년 3월 중순께 소싸움 축제를 벌인다. 올해는 3월 11일부터 15일까지 이서면 서원천변에서 첫 축제가 열린다. 이 기간동안 소싸움장을 찾는 사람들은 무려 60만여 명. 작은 청도읍내가 봄날 분분한 벚꽃 잎처럼 흐드러진 인파로 채색된다.

   
 
 
우리나라에서 소싸움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몇 해 전부터 청도 소싸움에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이 비춰지자 경남 진주에서도 상설 소싸움 행사를 열고 있지만 쉽게 찾아갈 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 소싸움의 원조는 바로 이곳 경북 청도라는 주장이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
소싸움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단지 농경문화가 정착된 뒤부터 목동들의 즉흥적인 놀이로 시작해 부락단위나 씨족단의 경기로 확대한 것으로 추정된다.

◆  소싸움 발원지는 청도

일제 강점기 전까지 추석 무렵 마을 단위로 대표 소를 내세워 경기를 벌였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그러나 일제가 우리민족의 단합을 막기 위해 이를 폐지해 일시적으로 명맥이 끊어졌다.

광복 후 다시 그 맥을 이어오다가 70년대 중반부터 고유의 민속놀이로 부활했다. 특히 지난 90년부터 영남 소싸움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3.1절 기념행사로 자계서원 앞 넓은 서원천변에 소싸움장을 마련해 정기적인 행사를 치르게 됐다.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모이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고 본격적인 언론 소개도
   
 
 
이 무렵 시작됐다. 현재 경기는 소의 무게에 따라 갑, 을, 병 3가지 체급으로 나눠 진행한다. 출전한 소들은 뿔치기, 머리치기, 배치기, 목치기, 옆치기, 뿔걸어 당기기 등 갖가지 재간을 구사하며 힘을 겨룬다.

미련하고 순해 보이기만 하던 모습과 전혀 딴판이다. 이 같은 싸움은 야생의 소 떼에서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겨루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우리 농촌에서 사육되며 순치된 황소에게서 야성을 다시 이끌어낸 결과다.

◆  야성 북돋은 황소 싸움 기술도 갖가지

청도 소싸움은 지난 99년 문화관광부 지정 ‘한국의 10대 지역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됐다.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속축제로 공인된 셈이다. 이때부터 청도군은 한ㆍ일 친선 투우대회, 주한미군 로데오경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유치해 볼거리를 늘렸다.

   
 
 
청도에는 고찰이 많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사찰은 운문면의 운문사. 운문사는 운문면 신원리 호거산(虎踞山)에 있는 사찰로 대한 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이다.

운문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절에 들어서면 세속의 근심을 잊게 될만큼 아늑하다.
운문사는 우리나라 비구니(여승)의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과 같은 곳이다. 1958년 비구니 전문강원이 개설된 이래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해왔다.

또 1987년 승가대학으로 명칭을 바꾸고 전문교과 과정과 교수진을 확보해 ‘엘리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이 절에 머물고 있는 스님은 약260여 명. 모두 비구니 스님들이다. 따라서 이 절에 들어서면 다른 대찰과는 다른 숙연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경내에는 천연기념물 제180호인 처진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이 밖에 30여동의 크고 작은 전, 각, 당이 자리잡고 있으며 7점의 보물, 11명의 고승대덕의 영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