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2003년 7월 25일 금감원이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를 먼저 보자. 이는 외환은행에 대한 론스타의 실사작업이 끝난 시점인 2002년 12월까지 금감위가 외환은행을 조사해 발표한 보도자료다. 검사종류는 ‘종합검사’(02년 12월 말 기준), 중점검사 내용은 ‘경영실태 평가’ 및 ‘관련법규 준수여부’였다.
검사결과 및 조치내역은 이랬다.
“이번 검사에서 자본 적정성, 자산 건전성, 경영관리의 적정성, 수익성, 유동성, 시장리스크에 대한 민감도 등 6개 부문의 경영실태를 평가한 결과 종합적으로 전년도와 같은 보통수준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 유동성 부문은 양호한 수준이나 수익성 부문이 다소 저조하며 여타 부분은 보통수준이다.”
결과를 요약하면 ‘보통’이란 말이다. 외환은행은 어느 모로 봐도 부실금융기관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외환은행을 턱하니 매각해버렸다. 그것도 헐값에 말이다.
실체조자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투기자본이 국내 은행을 인수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고 있다. 외환은행이 대표적인 경우다. 페이퍼컴퍼니로 잘 알려진 투기자본 론스타. 그들은 외환은행을 인수해 벌써 막대한 주식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가 제도를 뒷받침해줬고, 보수 언론들이 격려해줘, 투기자본이 활동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된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지적은 이런 이유 때문에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앞으로 2회에 걸쳐 론스타의 외환인수 문제점과 그로인한 폐해 등을 알아본다.
◇공공적 성격이 강한 은행
이대순 변호사는 ‘외환은행매각사례를 중심으로 한 법률적 고찰’이라는 글을 통해 “은행의 기능상 공공적 성격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라고 이를 설명했다.
은행은 국민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하고, 카드사태와 같은 국내 경제의 위기 징후가 보일 때는 이에 대한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와 협조해야 할 위치다. 이 때문에 국가가 중앙은행 등 최종 대부자 기능과 예금보험제도로써 개별 은행의 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같은 은행의 공공적 성격 때문에 개인 또는 개별기업이 은행을 지나치게 좌지우지 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로서 ‘지분보유제한’이라는 것을 두고 있다.
미국 역시 엄격한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통해 은행의 소유 구조를 관리하고 있다. 은행이 예금보험과 같은 국가의 제도적 지원 아래 유사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개인의 소유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은행의 외국자본 점유율은 19%다. 캐나다는 5%, 독일은 4%, 일본과 태국은 7%, 스위스는 11%. 그런데 우리나라는 30%다.
2004년 7월(증권거래소가 발표) 현재 63.16%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우리나라처럼 외국자본 점유율이 높은 국가는 이른바 ‘남미형 경제’라고 불리는 브라질(30%)과 멕시코(83%)다.
◇ 외환은행은 부실금융기관이었나?
물론 ‘예외’는 있다. 은행법은 ‘은행업의 효율성과 건전성을 목적’으로 동일인의 소유지분 한도 초과를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단서가 예외를 지배하고 있다. 10% 이상 지분소유 대상자의 ‘자격’을 묻고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 은행업, 증권업, 보험업에 종사하는지 여부, 국제적인 신인도, 영업정지조치를 당한 사실 여부, BIS(자기자본비율) 기준 충족여부 등을 심사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론스타가 외국에서 은행업, 증권업, 보험업에 종사한 경험이 전혀 없다는 대목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자마자 외환은행의 미국내 현지법인을 즉시 매각한 것도 미국법상 은행업을 할 수 없는 ‘펀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은행법은 이밖에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은행법 시행령 제8조 2항)’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10% 초과 보유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뉴브릿지캐피탈에 매각된 제일은행과 칼라일에 매각된 한미은행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하면 외환은행은 부실금융기관이었나?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부실금융기관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거나 △예금의 지급 또는 차입금의 상환이 정지된 상태이거나 △외부자금 지원없이는 회생불가능하다고 금감위 또는 예금보험위원회가 인정한 경우을 말한다.
빚이 재산보다 많은지 그렇지 않은지는 보통 BIS(자기자본비율)지표를 사용한다. 비율이 8%가 안되면 부실로 본다. 8%미만이면 개선권고, 6%미만이면 적기시정조치가 발동된다.
2004년 경제신어사전에 의하면, 은행이 거래기업의 도산 등으로 부실채권이 갑자기 늘어나 경영위험에 빠져들게 될 경우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8%의 자기자본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1993년말부터 우리나라는 자기자본비율이 8%에 미달될 경우 은행 감독원장이 경영합리화조치나 경영개선조치 등 시정조치를 할 수 있다.
◇ BIS비율 8% 이하로 내려간 적 없어
그러면 외환은행의 BIS 지표를 살펴보자. 구체적으로 1997년에는 6.8%였으나 98년에는 8.1%, 99년에는 9.8%, 2000년에는 9.2%, 2001년에는 11%, 외환은행의 자본유치가 거론된 시기인 2002년에는 9.4%, 2003년에는 9.6%, 97년 외환위기 이후 외환은행은 BIS 비율이 8%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국내 타 은행과 비교해 외환은행을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부실은행으로 규정할 근거가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외환은행이 ‘예금의 지급 또는 차입금의 상환이 정지된 상태’였던 비상사태가 벌어진 적도 없다.
마지막으로 외환은행이 ‘외부자금 지원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금감위 또는 예금보험위원회가 인정한 경우’에 해당됐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금감위가 외환은행을 조사해 2003년 7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결과는 ‘보통’으로 나왔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 봤을 때 외환은행은 절대로 부실금융기관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금융당국은 법규를 어기고, 불법적으로 외환은행 매각을 허용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지난 2003년 9월 27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취득 승인’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신규투자(1조750억원)로 인해 외환은행의 재무건전성이 강화돼 조속한 경영정상화가 가능하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 뒤 한국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승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 투기자본감시센터와 국세청에 의해 고발돼 있는 론스타는 과연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한국금융산업을 발전시켰는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하려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주가는 시가총액 9조5769억원에 달하고 론스타 지분은 4조8000억원에 정도에 이른다.
2003년 1조원을 넘게 투자해 3년 만에 3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10월 30일이 지나면서 외환은행 주식
의무보유기간이 끝남으로써 외환은행을 매각할 수 있게 된 론스타가 온갖 투기적 수법을 자행해 노동자와 평범한 시민의 이익을 침해해 얻은 엄청난
수익을 챙겨 도주하려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야4당이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조기매각 중단조치 촉구 결의안’을 17일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론스타의 2003년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외환은행의 론스타에 헐값 매각 의혹 ▲외환은행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고의 조작 의혹과 함께 매각 최종결정자 규명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에 따른 진행과정의 문제점과, 론스타와 같은 투기자본으로 인한 폐해는 다음회에 알아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