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한주택공사 입주자들이 공사측을 상대로 낸 ‘행정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 경실련이 “공공사업의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사례로 높이 평가한다”며 아파트 원가공개 시행을 촉구했다.
서울고법 특별8부(재판장 최은수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이모씨 등 대한주택공사 입주자 11명이 공사를 상대로 낸 행정정보 공개청구 거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분양원가 검증 수단과 주택사업의 적정 수익률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고 공개시 논쟁만 유발된다는 피고측의 ‘비공개 사유’는 추상적”이라며 “이는 국민의 알 권리 등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이 같이 판시했다.
이처럼 판결문을 통해서도 드러났지만, 주택공사는 그동안 원가공개요구에 대해 원가를 공개할 경우 논쟁을 유발하고, 영업기밀 노출이 우려됨과 동시에 민원이 과다하게 제기돼 업무수행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거부해왔다.
설상가상으로 노무현 대통령도 “적어도 주택공사가 사업자원리에 움직이는 한 원가공개는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원가공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며 ‘건설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경실련측에 따르면, 주택공사 또는 토지개발공사에 대해 ‘원가를 공개하라’는 사법부의 판결은 총 8차례이지만, 지금까지 단 한건도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는 상황.
경실련은 이와 관련 “국민 80% 이상이 원하고, 17대 총선시 정치권 모두 원가공개를 약속했고, 사법부까지도 원가공개가 적법하다고 판결했음에도 유독 행정부만이 원가공개를 거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한덕수 부총리는 최근 국회 재경위 업무보고를 통해 “분양가 원가공개에 대해 정부에서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밝혀, ‘원가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참여정부 집권 내 부동산 안정화 대책은 없는 것’이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까닭에 경실련은 법원측의 원고승소 판결에 대해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동시에 정부가 아파트 분양원가공개를 이행하지 않고 실효성이 없는 대책만 남발할 경우 ‘부동산투기정권’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려의 뜻도 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경실련이 서울시 동시분양아파트 113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건축비를 허위로 부풀려 신고하면서 총 1조9000억원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고스란히 고분양가로 이어졌고 집값폭등과 함께 부실한 아파트 양산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원가공개가 불가능할 경우, 후분양제를 실시하라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경실련 시민감시국 관계자는 “수억원의 비용을 지불하고서도 원가공개는 커녕 모델하우스조차 보지 못하게 한다면 이는 정부가 소비자에게 ‘아파트는 보지 말고 투기성만 보고 청약하라’는 것이며, 정부가 나서서 소비자를 투기꾼으로 내몰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3월 분양을 앞두고 있는 판교도 택지조성도 끝나지 않은 허허벌판인 상태이고, 정부는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선분양하면서 모델하우스조차 사전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주장하며 후분양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이와 관련 16일 성명을 내고 △건설족과 투기세력이 아닌 소비자를 위한 아파트 원가를 공개할 것 △후분양제 전면이행, 공공택지 공영개발후 공공보유주택 확충 등의 부동산안정을 위한 근본대책을 제시할 것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