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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모임을 범죄집단으로 고발한 회사는?

대한항공 노조 "해고자 복직활동에 사측 경찰서 고발" 분개

최봉석 기자 기자  2006.02.15 1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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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해고를 당했다. 그래서 원직복직을 시켜달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묵묵부답. 이에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서 일인시위도 하고 소식지도 틈나는대로 직원들과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그랬더니 회사측은 ‘범죄행위’라며 경찰에 고소했다.

#2. 그런데 사실 혼자만 해고된 것이 아니다. 숫자를 세보니 지난 2001년 파업으로 해고된 노조 전직 위원장을 포함해 총 11명이다. 그래서 해고자동지회(대해동)라는 것을 한번 만들어봤다. 틈나는대로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투쟁 소식을 알리며 일터로의 복귀를 꿈꿔왔다. 그랬더니 이게 무슨 소리? 회사측은 ‘범죄집단’이라며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3. 그럼 여기서 질문. 해고를 철회하고 원직복직 해달라며 일인시위를 했더니 범죄행위라고 하고, 해고자들이 모여서 동지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더니 범죄집단이라고 규정해 고발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는 어디일까요?

네? 모르신다구요? 그럼 정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바로 ‘대한항공’입니다.

대한항공이 해고된 노동자들을 ‘처벌해달라’며 최근 경찰서에 고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5일 대항한공 노조와 대한항공 해고자동지회에 따르면, 대한항공측은 해고자들이 해고자원직복직을 요구하고 부당해고를 철회하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회사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정당한 업무를 방해했다면서 ‘범죄행위에 대해 처벌해달라’고 강서경찰서에 고발을 했다는 것이다.

또 해고자동지회의 결성에 대해서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범죄행위로 규정해 고발을 했으며, 조합원의 홍보활동과 알권리를 위해 운영되는 홈페이지와 소식지 배포 역시 회사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고발을 했다는 것이다.

노조측 홈페이지에는 ‘부당해고자도 세계 1위’ ‘언론기사 알렸다고 부당해고’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은 노동탄압 중단하라’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조세포탈 1700억원에는 집행유예?’ 등의 글들이 올라와있다.

이에 대해 해고자들은 일터로 돌아가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자 하는 요구와 일련의 활동들에 대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하는 ‘범죄행위’이며 ‘범죄집단’이라고 고발조치하는 사측의 행위는 ‘도저히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의 권익보호와 근로조건향상을 위한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해고를 당해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써 활동을 전개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총파업 뒤) 대한항공 일터에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노동탄압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일터민주화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정당한 활동”이라며 “대한항공의 행동은 자본의 폭력으로 밖에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나아가 “부당해고를 철회하고 원직복직을 요구하라는 것이 범죄행위라고 한다면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누가 행사할 것이며 해고자동지회를 구성한 것이 조직적인 범죄집단이라고 규정한다면 헌법에 보장된 결사의 자유는 대한항공의 허락을 얻어야 가능하냐”고 따졌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은 해고자들의 활동에 대해 지난 달 중순께 ‘시위금지가처분 신청’을 남부지방 법원에 제출해 이들의 움직임을 사실상 봉쇄해놓은 상태다.

대한항공해고자동지회는 지난 달 9일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에게 원직복직과 노동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한 바 있다.

대한항공에는 지난 2001년 대한항공조종사노조 파업으로 해고된 조종사노조 전직 위원장을 포함해 총 11명의 해고자가 있으며 이들은 △부당해고 철회 △노조탄압 중단을 사측에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