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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파업참여 조종사 '숙청'

총파업 종료 노사화합 뒷전 일방파면 진통

최봉석 기자 기자  2006.02.15 11: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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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12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총파업이 파업 나흘 만에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종료됐다.

하지만 총파업 참가자에 대한 징계가 최근 본격화되고 있다는 노조측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업종료에 따른 노사화합은 고사하고, 오히려 징계 사태로 인한 노사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여 진통이 예상된다.

15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총파업 투쟁과 관련해 본사 대기발령 중이던 홍아무개 기장, 안아무개 부기장, 이아무개 부장에 대해 사측은 지난 7일 상벌심의위원회를 열어 파면조치하고 지난 10일 개별 통보했다.

노조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조측은 “3명의 조합원 가운데 2명은 당시 지선(부산) 스케줄 운영이 사측에 의해 취소되고 계획된 스케줄이 변경돼 조합의 지침에 따라 파업대오에 합류하기 위해 이동한 조합원”이라고 주장했다.

또 “나머지 한 명의 조합원은 오히려 기장의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권한 남용이라는 이유로 파면 조치됐다”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이에 따라 “조합의 지침에 따라 행동한 조합원들에 대해 파면조치를 한 사측의 행동은 부당하다”며 “일차적으로 상벌심의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심에서도 파면 등 징계가 결정될 경우 바로 구제신청 등 법적인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특히 대한항공측의 징계방침에 대해 ‘노조와해 공작’이라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측 한 관계자의 주장에 따르면, 비행기 이착륙에 대한 최종결정은 객실을 총괄하는 기장들이 하는 데, 평소에는 기상상태와 컨디션을 고려해 기장들이 직접할 때도 있고 부기장에게 위임할 때도 있는 등 ‘조종실 문화’가 정착돼 있다는 것.

그러나 지난해 총파업 뒤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기장 가운데 일부가 비조합원 부기장에게 이 같은 위임을 아예 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한 비조합원들의 불평과 불만이 커지자 회사측은 ‘기장의 직권남용’이라며 징계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아무개 기장과 최아무개 기장, 서아무개 기장도 대기발령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노조측은 “기장의 권한까지도 회사의 본사대기 발령 사항이 되는 항공업계 초유의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비행안전의 기본 골격’인 기장의 권한마저 노무관리의 대상으로 이용해 처벌을 운운하는 등 조합원들을 협박해 노조를 분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법 제50조(기장의 권한 등)에 따르면, 기장은 항공기의 비행의 안전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로 당해 항공기의 승무원을 지휘 및 감독하게 돼 있다.

노조는 “기장의 권한 사용을 직권남용이라는 누명을 통해 처벌한다면 ‘안전운항’에 대해서 장례식을 치르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와 함께 “현재 대한항공의 노무관리는 직급간, 출신간 갈등을 조장해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원들의 분열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이종희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종사 노조에 대한 징계라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징계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노조측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 조종사노조 파업과 관련 징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종사노조 징계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면서 “항공사는 여러 상이한 직종이 함께 있기 때문에 모든 직원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충족시키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측은 “총파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징계를 내린 것이 아니”라며, 홍아무개 기장의 경우 권한 남용 임의 기장방송 실시, 타 직원의 업무 방해 및 회사 제규정을 위반했으며 안아무개 부기장은 근무지 무단 이탈을 했다는 이유로, 이아무개 부장은 근무지 무단 이탈 및 항공기 부정 탑승의 이유로 파면됐다고 노조측 주장을 반박했다.

한 조합원은 그러나 “이 사장이 징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몇몇 사측 임원들이 징계를 내리는 것이냐”면서 “대한항공은 사장의 결재가 필요없는 회사이냐”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