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삐 풀린’ 투기자본의 무차별적인 기업사냥이 우리 경제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주가조작 해외펀드 해르메스에 대한 첫 형사처벌 사례도 그렇고, 오래 전 SK의 경영권을 뒤흔들었던 투자펀드 소버린의 사례도 그렇고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KT&G의 경영권 다툼 문제도 그렇다. 또 외환은행을 인수한후 필요가 없어졌다며 버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론스타 문제도 그렇다.
시민, 학자, 진보적 언론인들은 노동자, 시민들의 삶을 망치면서 투기자본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면서 사회의 공익을 후퇴시키는 투기자본의 횡포에 저항해야 한다고 밝히는 반면 정부는 해외자본 유치 본격화 이후 장기투자자와 투기자본조차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한국 시장을 노린 해외 투기 자본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 투기·금융자본의 이른바 ‘먹고 튀는(먹튀)’ 행태와 불·탈법 영업 형태에 대한 감시와 폭로 활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14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기장총회선교회관(구 선교교육원)에서 제2회 투기자본경제교실을 개최했다.
이번 경제교실은 특히 투기자본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하나로텔레콤, 오리온전기, 외환은행, 위니아만도, 한미은행, 하이닉스매그너칩, 브릿지증권 등 관련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참여해 그 문제점과 폐해를 생생하게 들려줄 예정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식 신자유주의 폐해를 비롯, 투기자본 횡포와 투기수법, 신자유주의 시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투기자본 양성하는 정부정책 이대로 좋은가 등을 시리즈로 4회에 걸쳐 실을 예정이다.
14일 첫날 강의에 나선 김민웅 성공회대 NGO 대학원 교수는 ‘미국’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자본주의 체제 내에 발생한 자본축적의 위기를 ‘공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독점 대자본과 군사주의 세력이 동맹을 형성한 파시즘 국가.”
또 이렇게 설명한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미국을 중심부의 정점에 세우고 여타 국가들을 지속적으로 주변부적 지위에 머물게 하는 위계질서를 세계체제의 변동하지 않은 현실로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 목표인 나라.”
영국을 필두로 하는 서유럽 자본주의체제와 일본 등이 세계 체제의 중심부에서 미국의 지휘를 받는 제국주의의 동맹체제를 구성하도록 해, 여타 국가들을 이 위계질서의 하부구조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 미국의 ‘진짜 모습’이자 영원히 변하지 않을 ‘dream’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는 좀 더 노골적으로 풀어 말하면, ‘미국에 까불지 말고 대들지 말라’는 것인데, 그런 미국에 오래 전 중대한 장애가 생겼다.
◇ 미국에 까불지 마!
클린턴 정부 시절 △투기자본의 과잉에 따른 시장의 교란 △과도한 신용팽창에 따른 채무경제의 심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저항운동의 국제적 연대 강화가 바로 그 것이다.
미국의 자본축적전략은 이에 따라 쉽게 전개되기 어렵게 됐다. 미국 주도권 동요에 직면하면서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미국 지배계급은 곧바로 결속하기 시작했다. 군사주의 세력의 전진배치도 요구됐다. 그렇게 부시정권은 등장했다.
부시정부는 자본의 이해를 전면화하는 작업에 저항하는 세력에 대해 무차별적인 진압을 시작했다. 항구적 비상 조처식의 민주헌정을 파괴하고 제3세계 민중들에 대한 침략과 학살 등 유린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독점 대자본과 군사주의 세력의 이해가 매우 폭력적인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문제제기와 저항을 시도하는 세력은 ‘문명의 적’으로 지목되었다”고 말했다. 이 견해에 따르면, 한국의 진보세력은 미국이라는 ‘문명의 수호자(?)’에 대항하는 ‘문명의 적’이 되는 셈인데 그게 바로 부시가 습관적으로 내뱉는 ‘악의 축’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의 새해 초 국정연설은 주목할만 하다. ‘항구적 전쟁정책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그는 국정연설에서 적재재정을 마다한 막대한 군사예산을 내걸고 미국의 향후 진로를 밝혔다. 이는 ‘전쟁’이 아니면 존속할 수 없는 미국의 현실에 대한 일종의 ‘고백’인 셈이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한 사설을 통해 “9.11 이후 군사비 증액에 대한 저항은 줄었지만 과도한 낭비로 미국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각종 예산의 감축은 경계되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 부시정부는 미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본과 군사력의 직접적인 재배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게 미국의 현실을 잘 아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실제 국제적인 협상과 합의에 주력할 것인지, 아니면 군사력을 내세워 미국의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는 것을 우선적 요구로 선택할 것인지를 놓고 미국의 지배계급 내부에서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 과정에 이른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잘 포장된 ‘자본의 직접 지배’가 등장했다. 신자유주의를 김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 미국 비난 여론에 신자유주의로
“경제회복을 위한 이윤의 극대화 창출에 필요하다며 ‘구조재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세계무역기구 WTO나 국제통화기금 IMF등의 강제적 압박을 통해 실제로는 각종 수탈을 위한 체제를 만들어 제3세계 국가들의 경제를 옥죄어갔으며 이들의 경제를 빚과 투기로 찌들게 하면서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미국의 경제구조 개혁 방식은 민중들의 저항에 직면했다. ‘국제수준의 시장 조성을 위해서’라는 말로 호도해온 미국의 수탈기구와 이를 통솔하고 있는 미국이 거대한 지구촌적 차원의 민중적 저항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1999년 시애틀의 반 WTO 시위는 그 신호탄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위상과 역량은 심각한 역풍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세계적인 석학 이마누엘 월러스틴(Immmanuel Wallerstein)은 “미국의 세기는 이제 쇠퇴기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취해야 할 자세는 연착륙을 대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이전의 관성을 유지할 경우 미국은 심각한 난관과 도전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러스틴의 지적처럼 미국의 일방적 선제전략에 대한 반세계화 운동의 저항전선과 미국의 주도권 아래 있던 제3세계권의 반격은 9.11테러 뒤 확대되고 있다.
김 교수는 “부시정권의 장래는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대 정치학과 교수를 지낸 찰머스 존슨(74) 박사는 “미 제국주의에 관해 미국인들이 인식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비극적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이라크 침략의 근거로 삼았던 대량살상무기의 존재가 증명되지 못하고 이와 관련한 정보자체도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쟁국가 강화를 위한 선제공격 전략 자체의 기본 전제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세계제국 건설 목표를 위해 전쟁정책의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의 해체과정에 진입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의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자.
◇ 미국은 비극적 사태에 직면할 수도
먼저 부시의 전쟁국가 전략이 제국주의 동맹내부에 심각한 균열을 가져오고 있다는 대목이다.
김 교수는 이라크에 대한 독점적 군정체제의 성립에 대한 프랑스와 독일의 반격을 예로 들며, “차등이 있는 불평등한 배분구조로 그나마 지탱해왔던 서구 제국주의 동맹은 배분구조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미국의 독점체제 강화에 반발과 저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라틴 아메리카의 전반적인 좌선회에서 볼 수 있듯이 반미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제3세계권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점과 미국이 현재 선도하고 있는 세계체제 자체의 향방을 놓고 대안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점도 미국의 위계질서에 중대한 변동이 벌어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일련의 현상이 미국의 해체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기에는 현실이 녹녹치 않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세계 최강이나 세계적 대세의 변화에 독자적으로 맞서서 일방주의적 지배전략을 관철해나가기에는 점차적으로 난관에 봉착해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대선의 시기에 들어선 미국내부의 사정도 유동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여기에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인 영국 블레어 총리 체제가 이라크 침략에 대한 여론의 비판으로 난국에 처해있는 것과 결합돼 전쟁국가 정책의 전면적인 퇴장압박이 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에 대해 그는 “우리의 행동반경을 넓혀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잘못된 점에대해 투항이나 구호만으로 저항할 것이 아니라 장단기적 전략에 따른 반전평화의 공간을 확보하고 동시에 미국의 틀에서 이탈하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식민주의적 고리 해체 등) 예상과 달리 침략 전쟁 동조 파병 추진 등 도리어 미국의 의지를 대리 관철하는 식민정치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서 “이로 인해 전쟁체제 극복에 중대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화정책의 계승과 정치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집권세혁이 ‘전쟁을 지지하는 개혁’이라는 자가당착적 논리와 행태를 보이고 있는 한 미국과 우리 사회 내부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투쟁이 중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구체적으로 △제국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지속적인 반대운동 △미국의 전쟁국가 체제에 대한 반전평화 운동 △민족적 결속과 단결을 강화하는 운동 등을 전개개 미국의 군사적 수단의 동원 체제를 약화시켜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 전쟁체제 극복에 부담 가중시키는 노무현 정부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이자 미국의 대표 지식인인 노암 촘스키는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에 의해 인류의 생명이 더 이상 유린당하지 않도록 지구촌 전체의 대중적 연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교수는 “노암 촘스키의 주장은 옳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노암 촘스키의 주장대로 하지 않고서는 인류의 미래는 지속적인 전쟁과 빈부격차의 극심한 심화라는 비극에 빠지게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 김민웅 교수는 누구?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목사로 오랫동안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강연과 언론 활동을 했으며, 특히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반대하는 활동을 펼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