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결국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삼성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은 13일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 전무를 비롯 e삼성 고소사건 피고발인 28명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무혐의 이유는 “수사 결과 피고소인 28명에 대한 배임 혐의 등을 밝힐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 당초 이 사건을 고소 고발했던 참여연대는 ‘소도 웃을 일’이라며 발끈했다. 특검팀과 참여연대의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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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으로부터 'e삼성 사건 면죄부'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 ||
e삼성 사건은 이 전무가 운영하던 인터넷 업체가 파산위기에 몰리는 등 실패하자 제일기획ㆍ에스원ㆍ삼성SDSㆍ삼성SDIㆍ삼성전기ㆍ삼성카드ㆍ삼성증권ㆍ삼성캐피탈ㆍ삼성벤처투자 등 9개 계열사가 지분을 사들이면서 자사에 200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사건으로, ‘이건희→이재용’ 불법 경영권 승계의 핵심 사건 중 하나로도 주목받아왔다.
이번 무혐의 판결은 ▲삼성구조조정본부가 e삼성 등 4개 회사의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점 ▲이 전무와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e삼성 관련 4개 회사 대표와 이사, 감사 대부분이 삼성 임직원이라는 점 ▲이 전무의 경영 실패를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계획에 의해 손실 보전한 정황 등이 거의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태에서 내려진 것이라 파문이 예상된다.
하지만 특검팀은 구조본의 개입 여부는 인정된다면서도 “고발인들의 주장처럼 계열사들의 e삼성 지분 매입이 오로지 이재용씨가 부담해야 할 경제적 손실을 대신 부담하고 사업실패로 이재용씨의 사회적 명성이 훼손될 것을 막기 위해 매입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또 자체적으로 투자적정성을 검토해 내부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고, 매수하는 주식의 가치평가를 거쳐 적정가격에 주식을 매수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특검팀은 “삼성 계열사 9곳이 외부 회계법인에 의뢰해 상속세ㆍ증여세법상 순자산가치평가법에 따라 주식가치 평가를 하면서 동법상 최대주주 할증도 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순자산가치평가법은 주식가치 평가방법 중 가장 보수적인 평가법이라고 할 것이므로 미래가치를 반영하지 않아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해주었다는 고발인의 주장을 받아들이기에는 어렵다”고 밝혔다.
"실소 금할 수 없다"
이 전무의 불법성을 고발했던 참여연대 측은 “특검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며 특검팀의 수사 결과에 맞서겠다며 나섰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위원장 김진방 교수)는 특검팀의 이번 무혐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항고할 뜻을 분명히 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재용 전무는 지난 2000년 5월 삼성구조조정본부의 지지에 힘입어 e삼성 등의 최대주주로서, 인터넷 기업 14개를 실질적으로 총괄했다. 하지만 첫해부터 적자가 나고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회사는 망하기 시작했다.
그룹 측은 이 전무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서 제일기획, 삼성SDI 등 계열사들이 나서서 이 전무가 소유한 인터넷 회사 지분을 사들였다. 그 후 2004년 e삼성 등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는 약 380억원대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참여연대는 “특검팀은 구조본이 조직적으로 e삼성 등 인터넷 계열사들의 설립에 관여했으며 계열사들이 인터넷 계열사들의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도 관여한 것을 인정했음에도, 각 계열사가 지분 인수 가격에 대한 회계법인의 형식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배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면서 “특검팀의 이 같은 판단은 상식적으로도 모순될 뿐더러 의도적인 봐주기를 위한 결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무엇보다 이는 김용철 변호사가 ‘구조본의 지시로 이 전무의 손실을 메우려 한 지분인수였다’라고 밝힌 범죄 동기를 철저히 무시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인수 가격에 대해 회계법인의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특검의 발표도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설립된 지 1년 정도 밖에 안 되는 회사의 가치는 평가하기 어렵기에 평가 의뢰자의 주문에 따라 변동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 법원에서도 회계법인의 사전 평가만으로 의사결정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도 나온 바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공소시효 앞두고 항고기회를 주기 위해서 미리 불기소 여부를 밝혔다’는 대목에 대해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특검팀을 비난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공소시효는 고발인이 항고한다고 중지되는 것이 아니며, 검찰이 기소할 때만 중지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사건의 고발인인 참여연대가 항고하더라도 26일까지 고등검찰청에서 기소하지 않는 이상 공소시효는 완성된다.
참여연대는 “이처럼 기본적인 법리를 모를 리 없는 특검이 터무니없는 논리를 펴는 것은 e삼성 사건을 불기소로 처리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고등검찰에 떠넘기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특검팀을 공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