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후선보임제’를 아시나요?
‘후선보임제’란 은행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쉽게 설명하면, 실적이 없을 경우 현직에서 밀려나는 것을 말한다. 그야말로 ‘강등’되는 것이다.
특히 은행에서 이 같은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대부분 ‘지점장’들에게 해당된다.
‘후선보임제’가 실시되면서 지점장들은 언제부터인가 “지점장이 은행의 꽃이던 시대는 갔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후선보임제를 실시하는 모 은행의 경우, 6개월마다 한번씩 지점별 실적을 평가해 하위 10~20%에 해당되는 지점의 지점장은 차장으로 강등시킨다. 이 때문에 해당 은행 지점장들은 요즘처럼 좌불안석일 때가 없다고 한다.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각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점장이란 직책은 무척 불안하기만 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 나은 실적평가를 받기 위해선 예전처럼 지점장실에서 위엄을 떨어선 안된다. 당연히 고객들을 직접 만나러 영업전선으로 달려나가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후선보임제’가 사실상 ‘사퇴압력’과 동등한 관계로 해석된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이 심각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달 31일 실시된 정기인사에 대한 노조측의 불만 때문이다. 여러 가지 불만 사항이 존재하지만, 이 가운데 인사를 통해 지점장 116명을 후선보임으로 발령시킨 점에 대해 노조는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측 주장에 따르면, 이 은행은 지점수가 1100여개인데 116명을 후선으로 보임시킨 것은 10명 가운데 1명은 실적이 없어서 현직에서 ‘아웃’된 것과 다름없다. 후선보임이 될 경우 각 지역본부에 배속돼 카드·여신·예금 등에 대해 개인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노조가 더욱 분개하는 것은 이들이 ‘초임’ 지점장이라는 대목에 있다. 노조는 이 때문에 초임지점장 116명 후선보임은 3만 직원에 대한 ‘고용불안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노조측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단기 업적주의는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국민은행 가족 모두에게 고용 불안과 업적에 대한 과도한 압박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은행원에게 지점장은 당연한 삶의 목표”라며 “초임 지점장들에게 새로운 기회나, 팀원 발령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곧바로 후선 보임 조치한 것은 강정원 은행장이 내부 직원들의 바람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비단 노조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성과 위주’의 정책은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직원들의 불안과 동요를 부추길 것은 분명하다.
은행 영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지점장들이 바람 앞의 등불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일선 직원들은 그야말로 불안함 그 자체다. 실적 압박 속에서 고용 불안에 시달릴 것이 불보듯 뻔하다.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다.
고참지점장이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후선으로 물러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데, 초임지점장이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후선으로 물러나는 것은 만약 사실이 그렇다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태다.
국민은행은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은퇴한 지 3년이나 지난 47년생 송모씨를 이 은행에서도 가장 첨단 분야인 전산 담당 부행장으로 선임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낙하산 인사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정말 후선으로 물러나야 할 사람은 송모씨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