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한미 FTA 협상 위해 스크린쿼터 줄였다

[집중이슈] 쿼터 보도 봇물속 정부 '한미 FTA 협정의의' 배포

이인우 기자 기자  2006.01.27 12:16:0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26일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 발표에 따른 후폭풍이 한반도를 덮치고 있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영화계를 중심으로 증폭되고 있는 대정부 투쟁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중적 성격이 강한 영화산업을 둘러싼 이같은 대립은 어느 쪽이 국민 감성에 더 가깝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힘을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여론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스크린쿼터 축소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26일 오후 늦게 한 부총리의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자 부랴부랴 ‘한미 FTA협정의 의의’에 관한 자료를 기자실에 배포했다.

스크린쿼터와 한미FTA협상 타결과의 관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스크린쿼터가 협상 타결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그만큼 스크린쿼터는 미국 측이 끈질기게 요구해온 FTA협상타결의 열쇠였다.

정부가 이러한 열쇠를 꽂아 문을 연 이상 미국과의 FTA 체결을 위한 협상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르면 다음달 초 협상을 개시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한미 FTA에 이같이 공을 들이는 까닭은 이 문을 열어야만 동북아 경제중심지로서의 위상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칠레와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등의 순으로 FTA를 체결해 왔다.

그러나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 하는 미국과의 FTA와 비교하면 앞서의 협상 타결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관측이다. FTA 협성 타결은 해당 국가와 우리나라가 하나의 시장을 구성한다는 의미와 같다.

한미 양국이 하나의 시장을 공유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내외적 제도변화가 불가피하고 여기 따르는 각 이해집단의 반발도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따른 영화계의 거센 반발도 크게 볼 때 이러한 갈등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미국과의 FTA 타결을 위해 만만치 않은 사회갈등을 감수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대미관계 및 대외신인도, 나아가 안보분야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우리나라가 미국, 중국, 일본을 이어주는 세계 FTA의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될 때 우리나라의 국제적 영향력도 현재보다 몇 배는 커진다는 것이다.

또 한미 FTA 협정 타결은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인 가진 미국시장으로의 진출을 뜻한다. 정부는 이렇게 될 때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2~1.99%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밖에 IT분야와 자동차산업 등에 대한 최대 규모의 수요를 가진 미국시장 진출이 원활해지는 만큼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내년 6월 만료되는 미국 무역촉진권(TPA)제도 또한 우리정부의 등을 떠밀고 있다.

무역촉진권(TPA)제도는 지금까지 미 대통령과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으나 2007년 6월 이후 의회가 교섭권을 다시 쥐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협상에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미 의회와 논의를 벌여 협상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부담을 배제하지 못한다.

스크린쿼터 축소는 이러한 배경 아래 전격적으로 발표된 것이다. 곧이어 문화관광부는 영화발전기금으로 40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예술영화 전용관 100개 확대 등 당근을 제시했지만 영화계는 “기만적 술책”이라며 이를 외면하고 있다.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대책위원회’는 설 연휴가 끝난 직후  2월1일부터 철야농성 등 본격적인 투쟁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8일 저녁 광화문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여는 등 국민여론을 움직이기 위한 행보를 시작한다.

영화계의 이같은 투쟁이 과거처럼 전폭적인 국민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한국영화는 3년째 점유율 50%를 넘어섰고 당장 스크린쿼터를 축소한다고 해서 관객들이 블록버스터 일색인 할리우드 영화에 몰릴 가능성 낮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러나 스크린쿼터 축소의 당위성을 앞세운 국민 설득보다는 일단 한국영화산업 장려정책 확대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스크린쿼터 축소는 물론, 앞으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농산물시장 개방 등에 따른 농민들의 반발 등 더욱 큰 과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