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진그룹 오너 일가 갑질 논란이 결국 형사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조현민 양의 행패는 단순 갑질 문제가 아니라 위험한 물건(유리컵)을 사용한 특수폭행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의 계열사로 저가항공(LCC)을 운영하는 기업인 진에어(272450) 직원들까지 갑질 사례 수집을 위해 온라인상에서 뭉치고 있다.
단순히 기업 이미지 하락에 대한 하소연 등 공감대 확인이 아닌, 직원 연대를 구축해 항의하는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은 안건으로 직원들에 대한 우리사주 강매 압력에 시선이 모아진다.
지난해 진에어는 상장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에 따라 최대치인 20% 물량이 우리사주로 배정됐다. 문제는 직원들의 외면, 배당된 물량 중 직원들이 가져간 것은 1/4가량에 불과했다는 증권가 전언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직원들 중에서도 가장 힘 없는 신입 객실승무원들을 상대로 간부들이 은근히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공갈죄 처리를 하는 게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공갈죄 구성하기엔 너무 좋은 진에어 실적 '충성 그 자체'
그런데 반론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공갈죄는 사람을 겁박,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 내지는 제3자에게 그런 이익을 챙겨준 경우를 처벌한다. 추상적 위험 발생 혹은 구체적 위험 발생 정도로도 죄가 성립하지 않고 침해범 조항이라는 게 정설.
결국 손해를 실제로 입었는가에 대해 검토해 보자는 반박이 나올 수밖에 없고, 현재 주가 흐름을 보면 간신히 애초 공모가보다는 약간 상회하는 정도의 가격 형성이 돼 있다.
이는 좋은 실적으로 주가가 조현민 물컵 갑질 사태의 역풍을 헤치고 비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도의적으로 오너 일가가 주주들 볼 면목이 없는 상황인 것은 차치하고라도, 법리상 우리사주 강매를 공갈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거나 잘못 처리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
이상하게 비싸게 물건을 팔았다고 주장하기에도 약간 문제가 있다. 당시 공모가가 검토 밴드의 최상단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결정돼 버린 점은 물론 문제다. 하지만 법적 책임까지 질 문제인지는 다른 문제다.
가격 결정 측에서는 진에어의 2018년도 예상 순이익에 아시아 역내 저비용항공사 평균 PER 12.9배를 적용해 진에어의 적정가치를 9216억원 수준으로 산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가에서는 진에어 등 LCC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노선을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는 LCC의 이점이 향후 더 크게 발휘될 것이라는 전망인 것. 중국의 한한령 규제로 입은 손실을 일본과 동남아 노선 매출 비중 확대(약 50%)를 통해 만회했던 진에어의 저력을 흠모하는 연구원들과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합리적인 가격을 원하는 여행객들이 늘어나는 만큼 LCC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무성하다.
따라서 보호예수 1년 조건을 함께 겹쳐볼 때, 과연 이 같은 우리사주 매입 강요가 과연 공갈죄 구성으로 적절한 것인지 갸웃거리는 이들이 상당히 나올 수는 있다. 오너 일가는 한진그룹 얼굴에 먹칠을 할 망정, LCC에서는 부지런히 '하드캐리'하며 기업집단을 먹여살리고 있는 충성 그 자체인 상황이다.
◆대한항공 버리고 말 갈아탄 오너 일가 위해…
한진이라는 기업집단을 먹여살린다는 말은 단지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실제로 그간 진에어는 대단히 유의미한 한진의 딸, 더 나아가 조양호 그룹 회장 등을 위해 분골쇄신하는 장녀 같은 존재로 기능해 왔다.
진에어는 고배당으로 유명했다. 진에어는 첫 현금배당을 할 때부터 이런 배당정책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진칼에 지급한 첫 현금배당만 108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언론에 소개돼 화제를 모았다.
물론 이런 배당성향이 47%가 넘는 고배당이라는 점은 그 단행 전년도에 진에어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적정한 고객 감사와 주주들에 대한 사은 행사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진에어는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180640)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이에 따라 배당금 전액은 한진칼을 살찌우게 된다.
또다른 문제점이 여기서 불거진다. 진에어에서 짜낸 고배당을 한진칼에서는 어떻게 썼다고 봐야 하나? 기업분할 이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한진칼은 3번에 걸쳐 현금배당을 했다.
오너 일가가 대한항공 지분을 처분하고 한진칼 주주로 갈아탄 점을 감안해 이 부분을 다시 들여다 보자. 조양호 회장과 세 자녀는 이 시기 급여 외에 한진칼 배당금으로만 37억원을 받았다.
한진칼을 살찌우기 위해 진에어가 기름을 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진에어가 계속 고배당으로 고혈을 뺏기는 것만은 아니다. 2018년 3월 상황이 좋은 예다. 진에어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곳간에 현금을 채웠지만 배당은 오히려 줄이기로 결정한 것. 배당성향과 시가배당률은 각각 10.23%, 0.9%로 집계됐다. 47%선에서 곤두박질친 과감한 다이어트 전략을 택한 셈.
그런데, 왜 이런 내실을 강조하는 배당성향을 곱게만 볼 수 없는 것일까? 지난해 말 진에어 기업공개(IPO)로 한진칼의 지분이 줄어들자 돌연 배당 전략을 바꾼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년 겨울 유진투자증권이 내놓은 진에어의 상장과 그로 인한 한진칼 재평가 문제 보고서를 보자. 유진투자증권은 10일 한진칼에 대해 가치 재평가가 필요하다며 목표주가는 2만4000원으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구주 매출 후 한진칼의 지분은 현재의 100%에서 60%로 축소됐다고 유진투자증권은 짚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비상장사인 진에어의 기업가치가 한진칼의 NAV 산정에서 절대적으로 기여했음을 감안할 때 진에어의 상장으로 인한 지분율 하락은 한진칼의 가치에 영향을 준다"고 풀이했다.
한편 방 연구원에 의하면 "IPO를 통한 순조달자금(799억원)은 수준"이라고 분석된다.
한진칼은 진에어를 위해 엄청난 고배당을 짜내고 이것은 곧 조양호 회장 및 조현민 양 등의 입에 들어갔으며, 진에어는 마지막 불꽃 투혼으로 손조달자금 약 800억원을 한진칼에 바쳤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다시 우리사주 문제와 함께 보면, 제3자(조 회장)를 위한 거대한 자금 조달 흐름 그림에 입각해서, 진에어 간부들이 신입 객실 직원들의 우리사주 동참 강요를 한 것으로 구성 가능하다.
참고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는 작년 말 기준 지주사인 한진칼로 지분 29.96%를 보유한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대한항공 지분을 단 0.01% 만 보유하고 있지만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지배회사) 지분 24.79%를 통해 대한항공을 지배하고 있다.
공갈죄 구성이 실제로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면, 범죄 수익으로 한진칼을 몰수하고 대한항공을 다시 국영기업은 몰라도, 국민의 품(정상적인 기업 지배 방식)으로 돌려놓는 건 가능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