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북한은 내부 결속 자신감…한국 지방선거 이후가 관건

[포스트4·27 上] 정파 이익별 이견…대통령 중심 진행에서 협치 변화 필요성도

임혜현 기자 기자  2018.04.29 10:38:1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북측 지도자의 남한 입성과 그런 이벤트에 걸맞은 진취적 입장 확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7일 정상회담은 금년 중 종전 선언,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과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공동 노력 등 성과를 거뒀다. 또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회담 개최와 단계적 군축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이 회담에 이어 해결할 문제가 적지 않다.

이번 회담 이후 북한은 상황 판단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최고위층 인사들의 내심과 그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기류가 이 문제에 대한 언론 보도라는 풀이가 나온다.

우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회담 당일인 27일만 해도 거친 언사로 미국을 겨냥했다. 통신은 논평에서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선포된 우리의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와 그에 따른 조치들에 대해 미국이 불신을 나타내면서 제재 압박을 떠들어대고 있다"고 전제하고, "미국은 무례하게 놀아대기 전에 우리의 중대 조치에 담겨진 깊은 뜻을 바로 읽고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신은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조선반도(한반도)와 나아가서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려는 조선(북한)의 입장과 의지'가 더욱 명백히 천명됐다"고도 주장했다.

북한과 미국간 정상회담 내용과 폭을 결정하는 게 27일 우리와 북한간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는 풀이가 유력하게 제기된 바 있다. 이런 터에 상황 전개에 대해 미국이 계속 견제구를 던지는 것이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하에 이 같은 대외적 공세를 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더해, 북한이 '내부 결속'에 큰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과 내심의 긴장감을 엿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 이런 결속 점검이 필요한 상황은 급격히 전환된다. 회담 다음날인 28일, 통신은 남북 정상의 일명 판문점 선언 전체 내용을 보도했다.

통신은 "북과 남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조선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면서,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고도 전했다.

특히, 통신은 그간 북측이 인정하지 않았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개념을 '북방한계선'이라는 형태로 따옴표 안에 넣는 식으로, 판문점 선언 문안의 표현 그대로 발표하는 모습도 보였다.

북측이 일단 이번 성과가 남측과 자기 영역에서 대단히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짐작되는 시사점들이다. 북측은 이 같은 '내용이 불명확하지만, 북측이 얻을 것이 더 많을 수 있는 고지'를 일단 올랐다는 점에 만족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미국과의 대화라는 또다른 등산을 위해 박차를 가할 것으로 풀이된다. 북측은 유력한 성과를 얻어낸 지도부의 위신이 충분히 섰다고 보고, 내부 단속은 이 정도로 하고 밖으로 눈을 돌릴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이런 터에 우리 쪽 상황은 북측과 다르다. 일단 전반적인 기류에서는 대북 화해 모드가 설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다만 청와대가 이번 회담에서 집권 초반 구상했던 내용대로 혹은 그 이상 많고 질이 우수한 한반도 평화 문제의 그림 그리기에 성공한 것과 향후 정국 전반의 문제를 완전히 같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 남는다. 즉, 단기적으로 혹은 중기적으로 청와대는 대북 협력에서 강력한 추진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평화 기조 강화의 업적을 남길 절호의 기회를 얻은 것도 사실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회담과 만찬 과정에서 결국 북받치는 감격을 누르지 못해 눈물을 닦은 것에서 보더라도, 대단히 정치적으로 또 민족적으로 대단히 큰 반환점을 이번에 돈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그간 실체가 불명확한 것으로 폄하되어 온 '한반도 운전자론'의 확고한 정립과 글로벌 입지 구축 등이 확인된 것도 유의미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한국 정부의 중립적인 한반도 역할론 구상은 있었으나, 낮은 지지도 등으로 결국 확실히 의미있는 정책과 결실로 이뤄지지는 못했다. 이것이 두 번의 야당 생활 끝에 정치적 계승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재집권과 대북 기조 부활로 결실을 맺은 것.

다만 부수적으로, 보수 야권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이 정상회담에서 쏟아진 각종 아이템들이 미칠 지방선거에서의 영향력이 보수 야권에는 달갑지 않다. 자기 정파에 대한 불리한 작용 전개를 의식한 비판 작용이 높아지고, 이 중 타당한 부분들에 대한 답을 하는 데 청와대는 상당한 국정 동력을 상쇄당할 수 있다.

우선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번 회동 합의 결과에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언어 수위를 조정하는 일이 있었고, 자한당 공천으로 서울특별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김문수 후보도 28일 정상회담에 대해 "감동적으로 잘 봤다. 하지만 반찬만 먹고 밥은 안 먹은 기분이 든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는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고 했지만, 과거 정부에서 합의된 사항보다 진전된 것이 없다"고 짚었다. 핵 폐기 논의가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준표 자한당 대표가 정상회담에 대해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고 비판하자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도 강력히 반발하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는 "대한민국을 떠나시라"고 홍 대표 발언을 적극 비판했다.

이처럼 정국이 복잡해져 가는 상황에서, 회담 결과에 대한 높은 국민적 지지도를 그 유효기간이 지나기 전에 잘 활용할 숙제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정부에 주어진 셈이다. 정치공학적인 한반도 이슈 재가공이 지나치게 작용하지 않도록 막는 쉽지 않은 일을 처리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원대한 대북 화해와 관계 재정립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