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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므누신 통화에도 2014년 악몽 반복 깨우긴 역부족, 왜?

건전재정 주문 등 숙제는 많은데 저물가 등 악재 수두룩 '수출타격 심각 걱정'

임혜현·이윤형 기자 기자  2018.04.12 11: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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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환율 주권 방어 노력'이 눈물겹다. 최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환율 주권은 우리에게 있다"고 천명했던 김 장관은 12일 오전에는 미국 측과 직접 교섭에 나섰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에게 전화를 건 김 부총리는 "우리 외환 정책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되, 급격한 쏠림 등 급변동시 시장안정 조치를 실시한다는 원칙"이라면서 "앞으로도 변함없이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동향도 설명하고 "한국은 미국의 환율보고서상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점들이 4월 환율보고서에 잘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는 미국의 환율보고서 문제 때문. 우리를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할지 논란이 되고 있으며, 현재 점쳐지는 바로는 미국 재무부는 17일경 환율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방법론 마땅찮은 김동연號, 일단 고비 넘어도 하반기 문제  

이들 두 재무부처 수장들은 다음주 워싱턴에서 개최 예정인 G20(주요20개국) 재무장관회의 및 IMF(국제통화기금)/WB(세계은행) 춘계회의 등 다양한 계기를 통해 정책협의와 소통을 계속해 나가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문제가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환율 개입 정보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이 높아지고 있는 것.

미국은 우리 당국에 1개월 단위로 시장에 개입한 상황을 넘겨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제 규모나 펀더멘탈 면에서, 수출 위주이긴 하나 소규모 개방형 경제인 우리가 이 같은 숏텀 엑스레이 정보 공유를 덜컥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라리 시장에 우리 당국이 어떻게 시그널을 보내고 실제로 움직이는지 등을 공개하지 말고 환율조작국 지정을 받아버리는 게 나을 정도라는 극단론마저 나온다.

환율 정보 공개와 그 여파에 우리가 민감하게 구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소재용·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들이 9일 공동 보고서를 통해 환율 등 정책 대응 방향에 대해 언급한 것이 흥미롭다. 

이 두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환율조작국 가능성은 낮지만 만일 한국은행이 환율에 발목을 잡힌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들은 "물론 미국 재무부의 3대 기준에 미달하며 한국은 관찰국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FTA 재협상을 환율과 연계시키는 등의 의심을 남기고 있다"면서 미국이 단순히 한 공격 채널을 쓰는 게 아니라 다양한 압력을 여러 방식으로 동시 진행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외환보유고 증감을 시장개입의 간접적인 지표로 적용하면 지난 2014년과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는 "시장 개입 강도가 지속될 경우 하반기에는 환율조작국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당국의 (환율 관련) 개입에 일부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원화 강세와 예상보다 낮은 한국의 물가 수준 등으로 인해 이번 금통위 고민이 깊어질 듯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12일 오전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는 3회 연속 동결로, 저물가 등을 감안한 것이라는 풀이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 등 문제점보다 저물가 등 압박이 더 컸다는 뜻으로 읽힌다.  

◆"건전재정 포기 말라" 선배 주문에도 고심 큰 김동연

저물가 이슈는 경제 활력 지표로 볼 수 있는데, 좀처럼 경제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침체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이든 내수 진작이든 경기 활성화가 필요하다. 또 금리를 손쉽게 올리는 문제를 주저하게 된다. 그러나 환율 문제와 수출 활력을 고려하면 또다른 고민에 봉착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해 말 연간 수출실적 50만달러 이상인 기업 514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기업의 10곳 중 7곳은 이미 환차손을 경험하고 있었고, 대다수 기업이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을 절반도 보전하지 못하고 있는 위기였다.

지금 우리는 글로벌 달러 약세와 환율조작국 지정 부담 등 대내외 변수에 따라 원화 가치가 연일 널뛰기 행보를 보이는 데 시달리고 있다.

당장은 환율조작국 지정을 모면해도 조만간 다음에 또 같은 시험에 들게 되고, 수출과 저물가 등 상황에서 쉽지 않은 해결책 마련을 고심해야 하는 경제 당국의 부담이 클 것이라는 얘기다. 두 이코노미스트들의 우려대로 한국은행 역시 김 부총리의 돌격 상황을 백업해 줄 여력을 이미 상당 부분 잃고 고민에 고민만 하는 상황이다.

김 부총리의 행정고시 2회 선임인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작년 9월 '외환위기 20년-평가와 교훈' 제하 강연에서 우리가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그나마 견딜 수 있던 것은 튼튼한 재정 덕분이라며 "재정은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짚었다.

그는 환경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므로 경제 펀더멘털을 과신하지 말고 비관 시나리오를 함께 고려하라고 당부했다.

더욱이, "물가나 1인당 국민소득 목표 달성을 위해 환율 등 대외정책 변수를 이용하면 안 된다"고 제언했다. 신 전 위원장은 "외국 투자자들은 성장, 고용, 물가보다 경상수지, 외채 등 대외지표를 훨씬 중요시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의 앞에 놓은 문제 국면은 이런 충고를 이행하기에 쉽지 않다. 일단 당장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국회에 요청하는 구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추경 구도를 짠 상황이기 때문.

환율조작국 지정의 부당함을 논리정연하게 어필하는 것만으로 해피엔딩을 꿈꾸기 어려운 지경이라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2014년 위험 국면의 반복이라는 악몽이 기다린다는 걱정도 같은 맥락에서 뒤따르는 것. 

최근 원·달러 환율은 가파른 하락 중이다. 지난 2월8일 올들어 최고치인 1091원을 기록한 이후에는 줄곧 내림세였고, 이달 2일에는 종가 기준으로 1056.6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4년 10월30일(1055.5원)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 상황이다.

자동차 등 수출 주력 기업들은 한 팔이 묶인 상황에서 싸우는 국면. 이런 터에 김 부총리는 빠듯한 국내 곳간과 해외 경제 이슈들을 어떻게 뒤섞어 최선의 결과를 빚을까,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