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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규 푸른병원 원장 "대학병원 보다 화상·재건 1위 병원"

대구·경북 유일 화상 4차병원…흉터수술 가장 많이 하는 의사

표민철 기자 기자  2018.03.28 16: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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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김상규 푸른병원 원장은 지난 2002년 3월 대구 상인동에 10병상 규모 프라인외과의원을 열었다. 대구·경북 지역에 처음 생긴 화상 클리닉이었다. 대학병원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던 화상 환자들이 동네의원으로 몰렸다.

김 원장은 화상 치료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치료 후 흉터로 고생하는 환자를 보며 한계를 느꼈다. '화상 치료와 재건 치료를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인근 의대 성형외과 교수를 초빙해 흉터 재건수술을 배웠다. 얼굴에 화상을 입은 환자의 눈을 뜨게 하고, 굽어진 환자의 관절을 폈다. 전국서 화상 흉터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의사가 됐다.

하지만 환자가 늘수록 아쉬움이 커졌다. 외과 내과 마취과 등을 모두 갖춘 병원이 돼야 죽어가는 중증 화상 환자를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동네의원으로도 잘되는데 왜 쓸데없는 부담을 지려 하느냐"며 말렸다. 여윳돈도 많지 않았다. 손수 쓴 사업계획서를 들고 은행을 다니며 병원 지을 돈을 빌렸다.

그리고 2006년 9월, 대구 대명동에 7층짜리 70병상의 푸른병원을 열었다.
병원은 개업했지만 한계는 있었다. 일부 보호자는 "이렇게 작은 병원에서 환자를 살릴 수 있겠느냐"며 환자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후 2013년 병원을 키워 대구 태평로로 옮겼다. 170병상, 14층 규모가 됐다. 의사 12명이 진료한다.

김 원장은 푸른병원을 "대학병원에서도 환자를 보내 주는 화상 분야 4차 병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화상 치료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른병원은 대구·경북지역에 하나뿐인 화상전문병원이다.

이 지역에서 화재 폭발 분신 등의 사고가 나면 환자는 모두 이 병원으로 온다. 감전으로 화상을 입어 대학병원에서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 판정받은 환자도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걸어나갔다.

중화상 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태롭던 32주차 임신부가 무사히 치료를 받고 출산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2015년 9월 전신의 92%에 화상을 입은 환자가 실려와 치료를 받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며 "2015년 전국 생존 화상 환자 중 가장 상태가 심했을 것"이라고 했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다 보니 어려움도 많다. 중환자실은 늘 적자를 면치 못하지만 환자를 위해 열어두고 있다. 돈이 없어 치료비를 못 내는 환자도 많다. 이들의 치료·재료비 등을 모으기 위해 직접 후원자를 찾아나서는 일도 흔하다.

김 원장은 "화상환자 중에는 소득이 높지 않은 환자가 많다. 소득이 높은 환자는 화상 치료를 한 뒤 대학병원에서 성형수술 등을 해 흉터를 없앨 수 있지만 소득이 낮은 환자는 그럴 여럭이 없다"고 전한다.

이어 "처음부터 흉터가 적게 남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김 원장은 화상과 흉터를 함께 전공했다.

환자를 위한 길이 무엇일까 고민끝에 나온 결론이다.

그는 "아이들이 화상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국가와 기업에서 소아화상후원재단 등을 세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상환자는 민간이 아닌 공공의료가 맡아야 할 영역이다. 외과 의사가 화상환자 치료기술을 습득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전문의를 따고 난 뒤에도 흉터,재건 등을 따로 배워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뛰어드는 의사가 많지 않다. 공공의료가 취약한 국내 의료 환경에서는 이를 모두 민간 병원이 맡고 있다. 푸른병원이 대표적이다.

김 원장은 "돈 없는 환자가 도망가거나 회사가 부도나 돈을 못 주겠다는 환자도 많다"며 "손익을 따져 계산하면 병원 운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경북 지역에 큰 사고가 나면 환자들이 우리 병원으로 온다"며 만약 우리 병원이 없었다면 서울로 가거나 도중에 사망했을 환자들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지키는 것은 사명감인 셈이다. 

"목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화상환자는 24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하면 거의 치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화상 환자는 다르다. 짧은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병원이 있느냐 없느냐 사이에서 생존율은 크게 차이난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

대구·경북지역에서 사고가 나면 어디서든 구급차를 타고 2시간 안에 푸른병원에 닿을 수 있다. 환자 발생 소식을 들으면 푸른병원 의료진은 구급대와 연락하며 환자 치료 준비를 한다. 이들의 10~20%라도 살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전문병원 '푸른병원'이 존재하는 이유다. 

"의료기술을 배우러 오는 모든 의사에게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쳐 준다"는게 김 원장의 각오다. 그는 "의사들이 최신 화상 치료법을 배우면 환자도 올바른 치료를 받게 될 것이고, 푸른병원의 의료기술을 익힌 의사들이 문을 여는 화상병원이 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뿐 아니라 해외 화상 재건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을 세울 것"이라며 "수년 내 제주에 푸른병원 문을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