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민선·하영인 기자 기자 2018.03.08 11:14:59
[프라임경제] 전문 경영인 체제를 선언한 한국야쿠르트가 본질과 다르게 비싼 2세 경영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2세 경영의 신사업 성적 부진이 1조 클럽 재입성을 목전에 둔 한국야쿠르트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이어진다.
지난해 말 한국야쿠르트는 김병진 신임 대표를 선임하고 전문경영인 체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 윤병덕 한국야쿠르트 회장의 외아들이자 후계자인 윤호중 한국야쿠르트 전무 겸 비락 부회장이 한국야쿠르트의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무는 한국야쿠르트의 지주사인 팔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승계작업은 모두 마무리된 상황이다. 아직 한국야쿠르트 경영 전면에 나선 적은 없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했다.
◆연이은 신사업 부진… 경영 능력 저평가
2세 윤호종 전무는 그간 커피전문점, 교육, 의료기기, 가정간편식(HMR) 등 다양한 신사업 추진에 열을 올렸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한국야쿠르트가 야심차게 준비한 HMR 브랜드 '잇츠온'이 초기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해 6월 테스트를 거쳐 7월 판매에 돌입한 잇츠온은 지난해 말 기준 약 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잇츠온은 1만3000명에 달하는 야쿠르트아줌마를 유통 채널로 활용, '신선도'를 내세워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용량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가격 대비 부실한 양과 제품 품질이 다소 뒤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잇따른다.
실제 잇츠온은 HMR 브랜드 중에서 제품 용량 대비 가격이 40~60%가량 비싼 수준이다. 여기에 당일 직접 구매가 불가능하다는 부분도 불편한 점으로 거론된다.
무엇보다 잇츠온 제품은 공장 대여섯 곳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자체 제조 공장을 갖추지 않은 한국야쿠르트의 HMR 사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가장 많이 알려진 신사업 중 하나로 한국야쿠르트 100% 자회사 커피전문점인 '코코부르니'가 꼽힌다. 윤 전무는 2010년 코코브루니 론칭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지나 만년 적자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코브루니 매출은 지난 2013년 157억원, 2014년 151억원을 기록하다 2016년에는 91억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손실액이 역대 최대치였던 2015년도에는 58억원에 달했으며 이듬해는 약 18억원의 적자를 냈다. 22개까지 늘어났던 매장 수는 현재 10개 미만으로 축소됐다. 가로수길에 세워졌던 1호점 또한 그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4년 철수했다.
이처럼 저조한 실적에도 모회사인 한국야쿠르트가 수차례 유상증자를 하고 전환사채까지 발행하면서 회사를 연명시킨 것으로 드러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코브루니는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를 고집하면서 결국 수혈로 연명하는 상태"라며 "여타 커피전문점과 비교해 커피, 디저트 등 신선한 요소가 없을 뿐만 아니라 높은 가격 책정이 주요 실패 요인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교육·의료기기 사업, 빗나간 칼날에 출혈만…
윤 전무는 교육사업에도 도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실제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009년 '능률교육', 2012년 한솔교육의 영어교육서비스 '주니어랩스쿨', 2013년에는 유아동 교육업체 '베네세코리아' 등을 인수해 교육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9년 한국야쿠르트가 교육사업에 진출하면서 사들인 능률교육은 2012년 창립 이후 가장 큰 매출액(51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7억원, 1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그해 심사를 받았던 중학교 영어 교과서 중 하나가 탈락하면서 고스란히 비용을 떠안기도 했다.
그나마 인수한 후 2014년 '에듀챌린지'로 사명을 바꾼 베네세코리아는 능률교육에 비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2016년 당기순이익은 20억원에 그쳤다.
지난 2011년 인수한 의료기기업체 '큐렉소'도 한국야쿠르트에 손실을 안기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의료로봇 회사인 씽크서지컬과 큐렉소에 약 2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이들 회사가 적자를 내면서 지분법 회계에 따라 손실을 떠안고 있다. 씽크서지컬의 경우 2016년 매출 7억원, 당기순손실은 493억원으로 파악됐다.
이듬해에는 야심차게 선보인 프리미엄 발효유 '세븐'에 사활을 걸었다. 세븐은 한국야쿠르트가 야쿠르트 에이스와 야쿠르트 400 이후 12년 만에 세대교체를 노리고 개발한 액상 발효유다. 하지만 맛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세븐은 출시 4개월 만에 3000만개가 판매됐지만, 연간 매출 환산액 900억~1000억원 수준으로 타제품 대비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당시 연간 27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윌의 30%, 최저가 제품인 야쿠르트 매출 1200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저조한 성적표에도 윤 전무는 공공연하게 한국야쿠르트 '부회장'으로 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2년 비락과 한국야쿠르트에서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경영 성적과 2세 경영을 의식한 탓에 이 소식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야쿠르트는 비락 부회장이 한국야쿠르트의 부회장으로 와전된 것이라면서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윤 전무의 신사업이 결국 경영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됐다"며 "윤 전무의 잇따른 실패로 한국야쿠르트는 비싼 경영 수업료만 납부하고 있는 셈"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해야 할 때지만, 계속된 신사업 발굴에 발이 매어 한국야쿠르트가 저평가되고 있다"며 "1조 클럽 재입성을 위해서는 한국야쿠르트가 내세운 전문경영인 체제의 의미를 다시 되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야쿠르트 측은 "한국야쿠르트는 창업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해왔다"며 "신사업, 신제품 등 모두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윤호중 전무가 진두지휘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계속해서 "지난해 능률교육과 에듀챌린지를 합병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큐렉소의 경우 로봇의료 기술인만큼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비전이 밝다고 판단,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이나 헬스케어 부문은 이익보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을 위한 사업"이라는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