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케이프가 결국 SK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들었다. SK가 새로운 인수자와 계약을 체결하며 케이프는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것.
전날 SK는 보유 중인 SK증권 지분(10%) 매각을 위해 케이프와의 계약을 해지하면서 J&W파트너스와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SK증권 지분의 거래가격은 515억원이다.
SK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다. 지난달 1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소유금지 규정을 위반한 SK에 SK증권 지분 전량 매각과 과징금 29억6100만원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SK는 2015년 8월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2년이 지나도록 금융회사인 SK증권의 지분을 처분하지 못했다. 지난해 8월11일 케이프투자증권, 케이프인베스트먼트로 구성된 케이프컨소시엄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시간을 너무 끌었다.
본래 두 달에서 길어야 세 달이면 끝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업계에서는 부정적 분위기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렸고 결국 현실이 됐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정적' 의견을 낸 것이다. 금감원은 케이프투자증권이 SK증권을 직접 인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동성공급자(LP)를 통해 자금을 동원한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케이프투자증권은 SK증권 인수를 위해 PEF(사모투자펀드)를 결성하고 자사도 LP 중 한 곳으로 참여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 경우 케이프투자증권의 PEF 출자가 모회사인 케이프에 대한 대주주 신용공여가 된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자본시장법 제34조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에 대해 금전이나 증권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을 대여하거나 채무 이행 보증, 자금 지원 성격의 증권 매입, 그 밖의 거래상 신용위험을 수반하는 직간접적인 거래를 할 수 없다.
금감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길어지자 케이프 측은 자진 철회하며, 인수구조를 새로 짜 심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케이프의 입장이 전해진 한 달 후 SK는 새로운 파트너를 찾았다. 본 계약을 체결한 지 7개월만의 일이다. SK는 케이프와의 협의를 중단하고 다른 인수자와 원점부터 M&A를 재추진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일각의 염려를 떨쳐냈다.
이에 대해 SK 측은 "케이프 쪽에서 심사가 늦어지는 것을 보고 고용안정성 부분 등을 고려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을 내려 새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공정위가 정한 유효기간이 남은 만큼 마무리가 잘 되길 바란다"고 응대했다.
이런 와중에 케이프 측은 관련 내용에 대한 입장 표명을 극도로 꺼렸다. SK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케이프 측의 의견이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말만을 전했다.
한편, 새로운 인수후보자인 J&W파트너스에 대한 근심 또한 내부적으로 존재하는 듯했다. 사모펀드에 대한 걱정을 완전히 씻어내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기획국장은 "단기성과주의를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재매각을 진행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기업의 장기성장성, 고용안정성 보장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며 "금융위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봐야 한다"고 응대했다.
이에 SK 측은 "SK증권 경영권 매각 공개 입찰에 참여한 바 있고 외국계가 아닌 국내 사모펀드 라는 점, 이미 금융기관을 인수한 전력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심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응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