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8.01.18 11:26:57
[프라임경제] 청와대가 이명박 전 대통령 측과 정면 충돌을 불사하겠다는 내심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이 17일 저녁 내놓은 성명에서 자신들을 대상으로 이번 정권이 정치 보복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 데 대한 단순 반박 성격을 넘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언 주체임을 명시한 입장 표명인 데다, 거친 언사를 정제했을 뿐 강한 어조는 굳이 마다하지 않아 정치적 정면 승부로 이번 사안을 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정치 보복에 대한 항의성 성명을 17일 내놨고, 하룻밤을 지난 후인 18일 오전 청와대는 이에 대한 논평을 내놨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는 형식으로 나온 이번 논평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청와대가 정치 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 등 2개의 트랙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급작스럽게 앞당겨 치러진 '장미 대선'으로 집권한 이래 정치 개혁을 화두로 삼아 적폐 청산 작업에 힘써왔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는 사정 당국 특히 검찰을 도구로 삼는다는 지적이 불가피했다.
어느 정권이나 집권 초 사정 정국 조성을 통해 권력 강화를 꾀하지만, 이번 정부의 경우 이 같은 일반적 구도와 달리 정당성을 통한 검찰 자체 판단에 의한 수사들이라는 차별성을 강조해 온 것.
그럼에도 이번 MB 성명이 이런 점을 건드림으로써 논란 재점화와 보수 결집의 어젠다로 악용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를 강하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은 현재 내부적으로 피로 현상이 없지 않은 데다 경찰 수사권 독립 등 개혁 이슈에서 '시어미 눈 밖에 난 맏며느리' 취급을 받고 있어 이런 의혹 제기에 청와대와 정부가 더 민감하게 나선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처음부터 강하게 이의 제기를 해 검찰 동요와 불만에 대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연말 시한론을 꺼내들어 잡음을 빚었던 것이나, 최근 국가 권력기관 제도 개혁을 청와대가 발표한 데 대해 문 총장이 "생각이 다르다"고 발언한 사안과 겹쳐볼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청와대발 권력기구 개편 구상은 기존 형사소송 및 수사 시스템과 달리 '경찰 수사권 독립론'을 거의 수용해 검찰권을 크게 위축시킨다는 일각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에 검찰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청부수사 뉘앙스 발언을 좌시했다가는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청와대 내부에서 제기되고 이번 문 대통령 발언에서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 등 소신파를 주축으로 한 권력형 비리 수사의 정당성과 정통성 확인을 해줘야 하면서도 검찰 전체에 대한 위로 역시 필요한 정국에 대응한 논평이라는 얘기다.
참여정부 이래 이번 정권에서도 검찰 등 사정기관 독립성 보장을 추구해 온 점에서 억울함을 느꼈다는 점은 오히려 부차적이라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더욱이 고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MB 진영에서 직접 언급한 점은 '친노-친문 진영의 감정선'을 건드려 반드시 반박할 필요를 청와대가 느낀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치적 도의상 전직 대통령을 공박하는 일을 자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MB 측에서 일정한 금도를 스스로 넘었기에 더 이상의 배려를 할 필요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
이번 문 대통령 반응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모든 것을 참을 수는 없다"는 배경 설명을 한 것이나 "문 대통령 발언이 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평가 코멘트를 한 점이 이런 정서를 나타낸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