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은행계 증권사들의 CRO(최고리스크책임자)가 대부분 은행이나 금융지주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KB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의 CRO를 조사한 결과 은행과 금융지주에서 리스크담당을 하던 인물들이 증권사로 넘어온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은행계 증권사들은 보수적 리스크관리로 비은행계열 증권사 대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일부에서는 CRO가 은행 출신들로 채워지는 것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KB증권은 현재 정영삼 상무가 리스크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다. 정 상무는 1993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한 뒤 KB국민은행, KB금융지주에서 리스크관리를 담당하다 2012년 옛 KB투자증권 CRO를 맡았다.
이후 2015년부터 KB금융지주 리스크관리 부장을 지내다 2016년 6월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에 나서며 현대증권 CRO로 이동, 통합 후 현재까지 CRO직을 유지하는 중이다.
또한 3인 조직의 KB증권 리스크관리위원회에도 이동철 KB금융지주 부사장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금융투자도 2012년 10월29일부터 하나은행 출신인 배기주 전무가 리스크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배기주 전무는 1991년 하나은행에 입행 후 20년 넘게 은행 업무를 맡아왔던 인물로 대기업금융2본부 RM부장, 신용관리팀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웅진 법정관리' 사태 당시 옛 하나대투증권이 채권 손실을 입게 되자 하나은행에서 외환은행 실사를 맡은 경험이 있는 배 전무를 당시 임창섭 사장이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배 전무는 내년부터 하나금융투자 IB그룹장을 담당한다. 그동안 CRO가 견제해야 했던 IB부서장을 맡게 된 것.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리스크관리 경력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IB사업이 확장 국면인 만큼 업무를 잘 알고 있는 인물에게 맡기자는게 회사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리스크관리업무를 장기간 맡았던 인물이 영업·투자업무 담당으로 가는 것이 흔한 인사는 아니다"라며 "리스크관리업무가 IB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업무수행에 무리가 없을 수 있지만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세 곳 중 유일하게 금융투자업계 출신이 꾸준히 CRO를 담당했다. 현재 2013년부터 CRO를 맡고 있는 이기욱 상무는 1988년 입사해 신한금융투자 리테일영업지원본부장, 멀티채널본부장 등을 거쳤으며 전임인 김태성 본부장도 1985년 옛 쌍용투자증권에 들어와 재무관리부서장, 자금부장, 재무관리 이사 등을 지냈다.
단 신한금융투자 위험관리위원회에는 우영웅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우 부사장은 신한은행 CIB그룹 부행장, 신한금융투자 IB그룹 부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계 증권사는 리스크관리가 보수적으로 이뤄져 위험자산 취급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많다"며 "더욱이 CRO가 은행·지주에서 온다면 증권업무에 맞는 맞춤복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변화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은행 기준으로 평가가 내려지다 보니 공격적인 행보가 어렵다"며 "은행계 증권사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지만 백그라운드가 든든한 만큼 네트워크 등에서는 장점도 분명 갖고 있다"고 제언했다.
반대로 은행계 증권사가 보수적이라는 분석은 편견이라는 반박도 있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운영해왔다면 실적을 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보수적·공격적 투자에 대한 판다는 상황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은행 출신 인사라 하더라도 증권으로 넘어왔다면 그 배경에 맞게 변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은행과 증권 각각의 역할에 맞는 사업이 이뤄지기에 협업도 가능한 것"이라고 첨언했다.
이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은행계 증권사와 비은행계 증권사들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양쪽의 다른 DNA가 미묘하게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여기 더해 "공격적이고 과감한 비즈니스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증권사 특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CRO 운영이라던가 리스크관리 기본 방향성 등은 증권사 특성에 맞춰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