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강조한 KT(030200·회장 황창규)가 기자단 100여명을 꾸려 SK텔레콤(017670·사장 박정호)의 통신 관로 훼손 정황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인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지난 19일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일대에서 올림픽 준비 현황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KT는 여러 일정 중 하나로 최근 논란인 '관로 훼손'에 대한 설명을 진행했다. 영하의 기온에도 문제가 발생한 관로 일대 야외에서 KT 담당 임원의 발표가 이어졌다.
◆KT, 올림픽 준비 현황 설명 중 난데없이 추가 훼손 정황 설명…"SKT 사과해야"
KT 담당 임원은 "SK텔레콤이 알펜시아 골프클럽 입구부터 바이애슬론 경기장, 스키점프대, 알펜시아 콘서트홀까지 이어지는 올림픽 통신망 및 중계망 구간의 KT 관로를 무단 사용했다"고 알렸다.
이어 "분리하거나 공간이 남아 있어도 방송사고가 날 수 있어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별도로 포설한 관로"라며 "기존 관로를 활용해도 됐을 것을 SK텔레콤이 KT 관로를 무단 훼손한 것은 의아하다. 지난주에 검찰에 추가로 고발조치했다"고 말했다.
담당 임원의 설명과 함께, KT의 네트워크 사업을 담당하는 오성목 네트워크부문 사장도 이날 경쟁사에 대한 유감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SK텔레콤의 사과까지 요구했다.
오 사장은 기자간담회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올림픽이라는 국가적인 행사에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SK텔레콤이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SK텔레콤이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KT 관로를 훼손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인 바 있다. 당시 KT는 입장자료를 통해 유감임을 밝혔다.
당시 문제시된 지역은 KT가 구축한 통신관로 중 국제방송센터(IBC)로 가는 관로로, 이번에 KT는 또 다른 관로를 추가 공개했다.
그러나 이 같은 KT의 대응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KT는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알렸지만, 논란을 키우며 경쟁사 비방에만 치중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3개월 전 발견한 훼손 관로, 논란 잠잠해진 시점에 공개한 이유?
KT 담당 직원은 이날 추가로 공개한 훼손 관로에 대해 기자들이 '언제 발견했냐'고 묻자 "3개월 전 발견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관로 훼손 문제에 대해 입장자료를 밝히며 관련 사실을 언급할 수도 있었지만, KT는 관련 논란이 다소 잦아든 시점에 다시 기자들을 대상으로 발표를 진행한 셈이다.
KT 관계자는 이날 올림픽 준비 현황에 대한 취재 일정에 관로 훼손 문제를 포함한 데 대해 "관로 훼손 논란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에 문제시 된 관로를 설명한 게 아니라 추가 사항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다소 앞뒤가 안 맞는 해명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더욱이 KT는 SK텔레콤뿐 아니라 LG유플러스의 관로 훼손 문제를 알고 고소까지 했지만, KT는 "경중이 다르다"며 LG유플러스의 행위는 부각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망 설비 과정에서 이런 일이 종종 있어 문제가 발생할 경우 3개월 안에 원상복구 등 조치를 취하면 문제삼지 않는 '설비공유협정'이 있다"며 "KT가 지나치게 이슈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논란 키우지 말자' 합의했지만 파기…조직위 나서 "통신망 준비 영향 없다"
관련 사실은 경찰에 고발된 상태로, 조사에 의해 잘잘못이 가려지게 돼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KT가 기자단이 모인 자리에서 논란거리를 추가 공개한 데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더욱이 KT의 발표 하루 전날인 지난 18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와 강원도개발공사, KT, SK텔레콤은 임원급 협의를 진행해 문제 해결에 대해 합의했다. 그럼에도 다음 날 KT가 특정 경쟁사를 짚어 말한 것은 불필요한 자극을 부른다는 비판도 있다.
KT는 관로 훼손의 심각성을 부각했지만, 조직위는 20일 발표자료를 배포해 "양사 협의 결과에 따라 통신망 관로 이슈로 올림픽 통신망 준비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조직위는 향후 유사 문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 협의체를 통해 통신망 신규 구축 전 관로 및 내관 사용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하며 사업자간 갈등 확산 방지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SK텔레콤은 "KT의 발표가 있기 하루 전날, 이미 조직위 관계자, 사업자 등이 모여 현장 실사 및 필요 조치 완료 확인 등을 거쳐 더이상 상대를 공격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며 "약속을 위반하고 다수 언론 앞에서 허위 사실을 통한 명예훼손성 발언을 한 KT에 오히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일로 조직위까지 문제를 은폐한다는 눈초리가 나오는 등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며 "KT의 그간 노력마저 무색케 한 발표"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