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블랙베리가 한국형 모델로 재탄생한 '키원 블랙'을 앞세워 4년 만에 한국시장에 진출한다. 지난 2013년 전면 철수한 후 약 4년 만의 재도전이다.
키원 블랙 국내 예약판매를 하루 앞둔 7일 서울 강남구 TCL커뮤니케이션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신재식 한국법인장은 "이번엔 다르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 법인장이 제시한 판매 목표는 명확했다. "내년 1분기까지 10만대 판매."
지금껏 외산 중저가 스마트폰은 국내에서 5만대를 팔기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신 법인장의 목표는 다소 과장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신 법인장의 목표는 현실화되고 있다. 키원 블랙 사전예약 첫 날인 8일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기존에 준비한 '정품 소프트 쉘(Soft Shell) 케이스' 사은품 1000개가 품절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CJ헬로에 따르면 블랙베리 키원 블랙은 중저가폰임에도 플래그십 모델을 상회하는 예약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일평균 1000대 가량의 예약이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일평균 수백건에 불과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지금껏 외산 중저가폰이 국내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이유는 현지화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제품들은 현지 고객 특성에 맞춰 개발된 제품이기에, 당연히 한국 고객들에게는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겠죠. 이는 한국 고객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한국 고객들을 '리스펙트(존경)'하는 마음으로 하드웨어(HW)부터 소프트웨어(SW)까지 전부 뜯어 고쳤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 확신의 근거입니다."
블랙베리 키원 블랙은 알뜰폰 사업자 CJ헬로(037560)를 통해 17일까지 예약판매를 진행한 후 18일 국내 정식 출시된다. 출고가는 58만3000원이지만, 최대 25만원의 공시지원금이 책정돼 약 33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블랙베리 출시 전 AS직원 해외연수도…"서비스는 '양'보다 '질'"
신 법인장은 사후서비스(AS)의 중요성을 먼저 강조했다. 고객서비스는 양보다 질, 즉 '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신 법인장의 소신이라는 것.
신 법인장은 이를 위해 정식 출시를 앞둔 현재 동부대우전자와 하루가 멀다하고 회의를 하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고객을 마주하는 동부대우전자 수리기사와 TCL커뮤니케이션코리아 서비스센터 직원들을 지난 5일부터 일주일 간 해외연수도 보냈다.
"고객 서비스는 소비자를 대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솔' 시리즈를 출시할 때부터 동부대우전자와 함께 서비스센터를 지원하며, 고객이 '편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프로세스 마련에 힘을 쏟았습니다. 이에 고객만족도는 그 어느 AS센터보다 높다고 자부합니다."
신 법인장은 서비스센터가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TCL커뮤니케이션 코리아는 전국 105개소로 구축된 동부대우서비스센터와 행복AS센터에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 법인장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라며 말을 이었다. 그는 "국내 제조사들은 약 260개 정도의 센터를 운영하는데, 이 중에는 제품수리를 지원하지 않는 물류센터 개념의 창구가 많다"며 "현장 수리를 지원하는 실질적인 서비스센터는 우리와 비슷한 숫자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105개소 대부분에서 현장 수리를 지원해 실질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만약 서비스센터가 부족하다는 니즈가 들려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고싶은 대로 해. 대신 그 시장을 너의 것으로 만들어"
TCL커뮤니케이션코리아는 블랙베리 성공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미 니콜라스 지벨 TCL커뮤니케이션 최고경영자(CEO)에게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받았다.
TCL커뮤니케이션코리아는 우선 '블랙베리' 이미지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코엑스, 도산대로변 등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 대로변으로 사무실(70~80평 규모) 이전을 계획 중이다. 단, 조건은 건물 상단에 '블랙베리' 광고판을 내걸 수 있어야 한다.
신 법인장은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굳건히 했다.
블랙베리는 2000년대 말 박신양, 박지성, 윤종신, 카라 등 유명인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셀럽폰'으로 국내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지원하지 않는 등 현지화에 실패하면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에 신 법인장은 블랙베리 키원 블랙 출시를 앞두고 현지화에만 4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출시 일정이 다소 미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신 법인장은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그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고 판단했다.
영어로만 이뤄진 쿼티 키보드에 새겨진 한국어 각인과 한국 고객에게 익숙한 사용자환경(UI) 등이 그 결과다.
즉, HW부터 SW까지 블랙베리 전부를 뜯어고친 셈이다.
"사실 블랙베리 현지 엔지니어들은 자부심이 엄청 강합니다. 그래서 우리보다 시장규모가 큰 중국, 일본에 출시될 때도 별도의 현지어 각인은 물론, 미세한 변화도 허용하지 않았죠. 저는 국내시장에서 블랙베리가 성공하려면 현지화는 필수라고 생각해 CEO에게 제 생각을 피력했습니다. 돌아온 답은 조금 충격적이었는데요. '몇 대나 팔 수 있는데?'라는 형식적인 물음도 없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대신 그 시장을 너의 것으로 만들어'라더군요. CEO가 한국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신 법인장은 향후 블랙베리 출시전략도 공개했다. 쿼티형 제품을 주력으로 하되 '터치 온니' 제품을 전략적으로 출시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국내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신 법인장은 "우선 쿼티형 제품으로 블랙베리의 인지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차기작도 쿼티형 제품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제품은 컨셉 개발 중인 상태로 이르면 내년 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지난 10월 공개된 '모션'과 같은 터치 온니형 제품도 전략적으로 선보여 한국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데 기여하겠다"고 부연했다.
다음은 신재식 TCL커뮤니케이션코리아 한국법인장과의 일문일답.
- '아이돌 착' '솔' '솔 프라임' 등 지속적으로 SKT와 협업해 왔다. 그런데 알뜰폰 사업자인 CJ헬로와 손잡게 된 이유는?
▲국내는 이미 성숙시장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SKT(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이통3사는 차별화보다 현상유지를 하려 한다. 차별화에는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이다.
알뜰폰 사업자인 CJ헬로는 다르다. 리스크가 따르더라도 차별화 전략으로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또 우리는 블랙베리를 든든히 밀어 줄 통신사업자가 필요하다. 여기서 양측의 니즈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 블랙베리의 가장 큰 장점은 '보안'인데, 제휴 요청은 없나?
▲블랙베리 슬로건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안드로이드'다. 미국 연방정부가 만든 암호화 모듈 표준(FIPS 140-2) 인증을 받은 유일한 업체기도 하다. 삼성전자(005930)도 보안 솔루션 '삼성 녹스' 내 암호화 단에 블랙베리 솔루션을 사용할 정도로 보안에서는 인정받았다.
이런 이유로 현재 국내 금융·증권가에서 다양한 종류의 제휴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 블랙베리가 TCL에 흡수된 후 '중국화'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블랙베리가 중국 자본에 인수된 후 '중국산 스마트폰'으로 인지될까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스웨덴 완성차 업체인 볼보를 보자. 중국자본이 유입됐지만, 스웨덴 연구진들에 의해 차량이 개발되고 있다. 누구도 볼보를 중국산 완성차 업체로 보지 않는다. 블랙베리도 마찬가지다. 중국 자본이 유입됐을 뿐, 캐나다 현지 엔지니어의 손에서 개발된다. 블랙베리의 정체성은 지속될 것이다.
- 블랙베리 인수 전 주력 시리즈였던 '솔' 시리즈는?
▲블랙베리와 함께 꾸준히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솔 차기작은 컨셉 개발 단계로 출시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1월 국내 출시한 '솔 프라임'이 최근 누적판매 10만대를 기록하는 등 아직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어 차기작 출시에 조급함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