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협상에 극적으로 성공, 합의안을 4일 오후 도출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권 초반부 살림 구상에 힘이 실리게 됐다. 특히 이번 예산안 타결은 '경제정책 방향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풀이돼 향후 정책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무원 증원이나 법인·소득세 등 일부 이슈와 관련해서는 자유한국당이 '유보' 입장을 밝히기는 했다. 하지만 일단 합의안이 도출된 이상,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인원만으로도 국회 재적 과반이 되기 때문에 한국당이 형식적 반대를 하는 것으로 처리될 물리적 토대가 이미 충분하기 때문. 실제 예산안의 국회 통과는 5일 중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주도 성장 관련 안건 일진일퇴? 사실상 큰 틀 챙긴 것으로 평가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전면에 나서서 협상 줄다리기를 진행한 여당(민주당)이 가장 힘들었다고 할 수 있지만, 청와대 역시 이번 처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청와대를 애태운 것은 '사람중심 경제' 정책 중 두가지 주요 축들인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 때문이었다.
이번 내용을 보면 당초 정부가 원한 공무원 증원 규모에서는 다소 줄어들었다. 정부 예산안은 1만2221명 증원을 기준으로 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 1만500명, 한국당 7000여명, 국민의당 8870명 등 설왕설래 끝에 9475명으로 일단 가닥을 잡았다.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지원예산 확대 문제도 치열한 논의 끝에 일부 깎였다. 건강보험 재정의 일반회계 전입금은 2200억원 감액키로 했다.
치열한 쟁점이었던 법인세는 이번 합의에 따라, 최고세율(25%) 적용 과세표준 구간을 3000억원 이상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최종 처리될 전망이다.
내년도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은 우선 2조9707억원으로 하고, 2019년 이후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한 재정 지원은 2018년 규모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편성키로 했다. 아울러 '직접 지원방식'을 향후 근로장려세제 확대, 사회보험료 지급 연계 등 '간접 지원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정부가 찾아 국회에 제시하게 된다.
일진일퇴, 치열하게 밀고 밀리는 협상 끝에 사실상 얻은 게 크지 않다는 평가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일단 '불확실성 제거'에는 의미 부여가 필요하다. 예산안 처리 없이 장기 공회전으로 들어가는 상황은 없이 다음을 도모하게 돼 정부가 한숨을 덜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
빠듯한 살림 내지 향후 진행 방향에서 계속 야권에 대한 설득 및 확인 보고를 해야 하는 족쇄를 찼다는 평가보다도 이제 소득주도 성장의 추진에 큰 걸림돌을 치웠다는 후련함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혁신성장 박차 가하면서 경제 전반 가시적 결과 챙길 듯
청와대가 소득주도 성장의 여러 담론, 이를 구체화하는 아이디어와 선제 조건들에 대해 이번에 일단 청신호를 얻은 점은 또다른 의의도 갖는다. 혁신성장 역시 한층 속도를 낼 수 있는 파급효과가 기대된다는 것.
혁신성장에 필요한 각종 예산 역시 이번에 법인세와 공무원 증원 등에 한꺼번에 볼모로 잡힌 감이 있었는데 그 처리 문제도 숨통이 틔인 양상이다.
정부로서는 특히 장관 인선 문제로 국회(특히 보수정당)와 줄다리기를 하면서 시기적으로 혁신성장을 띄울 수 있는 여유시간을 많이 소모한 게 사실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늦은 출범으로 인해 성장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될 기획재정부와 4차산업혁명위원회, 규제개혁 담당부처인 국무조정실 등 간에 충분히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도 들었다.
하지만 최근 전 부처를 모은 '혁신성장 보고대회'를 치렀고, 그 과정에서 사령탑 역할을 기재부가 맡도록 힘을 실어줬다. 기재부는 경제부총리가 지휘하므로 중소벤처부에 허브 역할을 맡기는 것보다 한층 더 무게감이 있다. 아울러 이는 향후 예산 등을 고려해 나라 살림 전반과 혁신성장을 함께 두루 살피는 톱다운 방식의 고려와 지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풀이도 낳았다. 이런 엄중한 상황 인식을 통한 대비 국면과 달리 일이 약간 수월해진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예산안 타결 청신호까지 얻어내면서 정부로서는 대단히 홀가분해진 셈이다. 가속도 상황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제 혁신성장에 대한 본격적 대국민 설득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차 목표시한은 내년 1월이다. 혁신성장 대국민보고대회까지 크고 작은 혁신성장 캠페인을 이어간다는 구상이 지배하는 연말 일정이 이번에 예산안 극적 타결로 확고히 길을 닦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