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돈독 오른 한국철도공사?”

KTX 새마을호 입석발매 논란, 승객들 비난 거세

최봉석 기자 기자  2006.01.20 13:46:08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한국철도공사가 설 연휴 기간 동안 KTX까지 입석승차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철도공사 홈페이지에는 비난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철도공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관련 사진
20일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공사측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설 특별수송기간 KTX, 새마을호 입석승차권과 경부, 호남, 전라선의 임시열차 승차권을 발매하고 있다.

입석승차권은 △서울~동대구 △용산~송정리 △용산~전주 등 좌석이 매진된 구간에 한해 발매되고 △동대구~부산 △송정리~목포 △전주~여수 등과 같은 장거리는 남아있는 좌석과 연계해 입석을 병행 사용할 수 있도록 발행한다는 방침이다.

입석승차권은 이용구간에 따라 KTX는 15%, 새마을호는 15~20% 가량 할인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문제는 “입석허용으로 좌석과 입석승객 모두에게 다소 불편이 예상되지만, 즐거운 명절을 맞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길 당부한다”는 철도공사측의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의 항의는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이들은 철도공사측이 ‘보다 더 많은 승객들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철도공사측이 국민을 ‘돈벌이’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철도공사 스스로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승객의 안전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대표적 사례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KTX는 ‘고속철이 아닌 고장철’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와 점검에 따른 안전운행과 승객에 대한 서비스 개선은 외면하고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입석을 발매해, 오히려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승객 서상욱씨는 “노약자나 임산부가 입석이면 어떻게 할 것이냐”면서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서씨는 또 “KTX는 가뜩이나 통로도 좁아 한사람이 지나가기도 불편하다”면서 “좁은 통로에 사람까지 세우겠다는 것은 안전을 무시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속 260~300km의 속도로 달리다가 열차에 이상이 생겨 운행이 중단되거나 급제동을 할 경우 입석 승객들의 부상은 불보듯 뻔한 일.

승객 조동환씨는 “시속300km로 달리는 무시무시한 속도 속에 안전장치없이 사람을 세워놓는다는데 우리나라 철도운행이 그렇게 안전한가요”라면서 “이는 안전불감증에 걸려 대형사고 방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TX 한 여승무원은 “달리던 열차에서 장애가 발생해 운행이 정지되고 연속으로 멈춰서는 아찔한 순간이 최근 들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면서 “앉아 있는 승객들도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 입석을 발매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만약 설 연휴 기간 동안 열차가 고장이 발생할 경우, 철도공사는 신뢰훼손과 더불어 경제적 손실까지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승객 양지혜씨는 “설날 연휴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무궁화호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올라오는 길에는 돈을 조금 더 주고 KTX를 구입했는데 이제 와서 입석이라니 어이가 없다”면서 “무궁화랑호랑 다른 게 뭐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철도공사는 그러나 “비상시 급제동을 해도 KTX와 새마을호는 충격을 흡수하고 정차하기 때문에 입석 승객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논란 속에 철도공사는 호남선의 고객이 적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1일부터 호남선 KTX 여승무원을 2명으로 줄여 ‘고객의 안전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KTX 한 승무원은 “호남선은 경부선에 비해 정찰역이 많고 최대 11개로 경부선의 두 배에 가깝다”면서 “진정 철도공사가 서비스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고객의 안전을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승무인력을 충원하고 호남선 2인 승무제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사고 속에서 시행되는 입석 발매. 승객들은 KTX에 대해 한결같이 “실망했다”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