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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직장인 고용상태 “불안 불안”

잡코리아 조사, 고용불안 30대까지도 확산

최봉석 기자 기자  2006.01.19 16: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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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퇴근 뒤 서울의 한 유명한 요리학원에서 요리수강을 받고 있는 40대 직장인 김아무개(45)씨. 그는 언제 어떻게 회사에서 해고될지 모르는 현실이기 때문에 요리사 자격증을 지금부터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술자격증도 딸 수만 있다면 도전해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부인과 딸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그는 “주변의 또래 친구들도 나에게 학원에 같이 다니자고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다”면서 “이 학원의 수강생 가운데 일부는 40대 직장인”이라고 귀띔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서울의 모 유명한 정보처리학원에 나가고 있는 40대 직장인 박아무개(42)씨도 모 중소기업에서 간부로 근무 중이지만, 혹시 있을지 모르는 실직에 대비해 기술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그는 “목돈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창업을 하고 싶지만 형편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명예퇴직을 대비해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직장으로의 이동을 조심스럽게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5명 중 2명이 정규직임에도 불구, 현재의 고용상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 가운데 40대 남성직장인(69.5%)이 가장 극심한 고용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직장인들 심각한 고용불안

상시 구조조정과 조기퇴직 관행이 고착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고용불안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19일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국내외 기업에 재직중인 정규직 직장인 15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인 고용안정성 만족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규직 직장인 45.2%가 ‘현재의 고용상태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는 ‘고용상태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36.2%)’고 답한 직장인보다 9.0%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이 같은 결과는 연령과 성별, 재직 중인 업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연령과 성별로는 40대 남성직장인들의 고용불안감이 가장 높게 조사됐다. 40대 남성 직장인들 중 69.5%가 ‘현재의 고용상태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밝혀, 고용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재취업의 어려움, 조기퇴직 관행, 기업의 정년보장 개념 퇴색 등으로 40대 중장년층 남성 직장인들이 앞날을 걱정하며 막연한 실업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잡코리아측은 설명했다.

뒤이어 30대 여성직장인(48.9%), 30대 남성직장인(40.2%), 20대 남성직장인(37.5%), 20대 여성직장인(7.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 금융업 종사자 고용불안 심각

고용불안 심리는 40대 중장년층 뿐 아니라 30대의 젊은 세대까지 확산되고 있었으며, 특히 30대에서는 남성직장인(40.2%)보다 여성직장인(48.9%)의 고용불안감이 8.7%포인트정도 높게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금융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고용불안감이 94.5%로 나타나, 다른 업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금융업종 종사자 10명 중 9명이 고용상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그 다음으로 △식품·음료업(81.6%) △IT정보통신(61.2%) △유통·서비스업(39.7%) 등의 순이다.

반면 △전기·전자(16.2%) △기계·철강·자동차(8.3%) 등의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상대적으로 고용상태에 대한 불안감을 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고용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일부 직장인들은 현재 회사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고’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언제 회사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자 샐러리맨 20.5%가 ‘직장에서 언제 해고가 있을지 몰라 불안하다’고 답했다. 특히 연령대가 높을수록 해고에 대한 불안감도 높았다.

◇ 공무원 직업 전환 생각하기도

해고에 대한 두려움은 40대(29.0%)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느끼고 있었고, 뒤이어 30대 직장인(20.3%), 20대 직장인(11.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고용불안감과 해고에 대한 두려움이 높아지면서 직장인 2명 중 1명은 “어느 정도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공무원’으로 직업전환을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공무원으로의 직업전환은 남성(51.8%)보다는 여성직장인(66.5%)들이 더 많이 고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잡코리아 김화수 사장은 “평생직장에 대한 개념이 사라지고 상시 구조조정이 점차 정착되면서 고용안정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져 현재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계속 근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고용불안감이 높아지면 직장인들의 직무에 대한 만족도도 낮아지기 때문에 기업은 직원들이 심적으로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등 조직원들의 고용불안감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