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업설명회장(IR)은 투자기관의 애널리스트와 IR 임원간에 전쟁터다.
12일 포스코와 LG필립스LCD를 시작으로 기업실적 발표를 겸한 IR이 시작되면서 한겨울 추위를 녹이는 인 그라운드의 전쟁이 시작됐다.
설명회장의 주요 방문객은 증권사의 투자분석가(애널리스트)나 리서치 담당으로 IR시작 20
~30분전부터 모여들기 시작해 IR자료를
사전 분석한다. 주변에선 IR장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낯익은 얼굴들끼리 아는 체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IR 시작을 알리면 회사의 실적발표를 시작으로 경영현황 소개에 이어 질의응답(Q&A)가 이어진다.
IR의 초반부가 기업체의 발표시간으로 별 재미가 없지만 후반부는 애널리스트들을 위한 시간으로 투자분석가들은 물만난 고기가 된다.
투자분석가들은 시장에서 떠도는 기업의 각종 루머나 궁금증을 풀기 위한 애널리스트는 집요한 질문을 퍼붓는다.
순간, IR장은 다음날 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될 리서치 자료를 만들기 위해 하나라도 더 캐내려는 투자분석가와 하나라도 악재를 만들지 않으려는 IR담당의 처절한 사투의 현장이 된다.
보통 기업체에선 4-5명의 부사장이나 임원이 치밀한 사전준비와 예상질문까지 만들고 그 바닥에서 골치아픈 질문으로 이름깨나 난 애널리스트 명단까지 미리 뽑아 어느정도는 대비한 상태이고 얻어맞을 만큼 맷집도 단단해져 있다.
사전 리허설을 거쳐 애널리스트들의 질문공세를 받아 넘기기 위해 온갖 답변을 내놓는다.
특히 회사의 실적이 악화되거나 시장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질문을 받을 경우, IR담당은 더욱 곤혹스럽다.
LG필립스LCD의 한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기자들보다 더 무섭게 여겨질 때가 있다. 그때가 바로 IR을 할 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바로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체로부터 대접(?)받는 이유다.
실제, LG필립스LCD는 최근 IR팀을 확대했다. 김호성 IR팀 상무는 “적극적 투자설명을 위해 팀을 확대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시중의 좋지않은 루머를 바로잡고 투자분석가들과의 전투에 대비하기 위한 의도가 더 강하다는 관측이다.
IR장에서 기업체의 설명은 별무소용이다. 회사의 설명을 그대로 믿을 애널리스트도 아무도 없거니와 수개월 동안 해당기업에 대한 분석과 정보를 수집해온 정보사냥꾼들이 쉽사리 물러날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설명회장은 기업체와 애널리스트만의 대결일까.
구름처럼 몰려든 수많은 증권 및 투자기관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도 불을 뿜는다.
OO 증권의 000이라며 자신을 소개하며 시작하는 질문공세는 상대방을 얼마나 정곡을 찔렀느냐에 따라 그 증권사의 실력이 평가받거나 애널리스트의 실력도 평가받는 애널리스트들간에 자존심을 건 경쟁이다.
애널리스트들의 몸값(?)이 올라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업설명회장의 기본적인 골조는 기업체와 IR담당자 사이의 대결이다.
애널리스트들의 질문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내리는 처방전이 하나 있다. 기업체 IR담당은 “자, 이제 마지막 질문 하나만 더 받겠다”며 Q&A를 서둘러 종료한다.
투자분석가들 사이에서 여기저기 한숨 소리가 나온다. 질문한 번 못해본 채 발길을 돌려야하는 허무함과 무력함, 아쉬움과 궁금증 등 만감이 교차한다.
하지만 어쩌랴, 상대방이 두손을 들긴 했지만 이긴 것도 없다. 애널리스트들은 다음에 보자는 다짐속에 IR장을 나선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희연 연구위원은 “기업설명회장이란게 원래 시원한 대답이 나오는 자리가 아닙니다”며 “풀리지 않은 궁금증을 가진 채 돌아가는게 IR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