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송나라의 법의학 전문가 송자는 '세원집록'이라는 부검 전문서를 펴내는 등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중화권에서는 드라마 '대송제형관'으로도 제작, 국내에도 수입돼 방영된 바 있다.
드라마상 설정에 따르면 주인공은 과거시험 동기가 시골 수령으로 부임했다 객사한 사건을 처리하면서 제형관(검시관)으로서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는다. 이 같은 일이 일선 지방 기구나 중앙 수사기관의 허점을 짚어내 보강하는 성격이 강하다 보니 인기도 없고, 본래 성품도 모난 것으로 그려진다.
외로운 그는 심지어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히기도 하는데, 황실에서 사건 수사를 계속하라는 공부의 배려로 인해 사건을 해결하고, 자신의 누명을 풀 단초를 얻는다. 문자 그대로 '옥중 결재'의 효과다.
드라마 내용 중에서도 극적 효과를 노려 도입된 이야기일 테니, 송자 인생의 본연의 모습이나 그의 책과 거리가 있는 허구겠지만, 일 처리에서 정치적 결단이나 통치행위의 융통성이 발휘될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 누구에게 혜택이 주어져야 하는지 생각해 볼 만한 일이라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 측이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직접 조사를 거부했다.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이 사실상 박 대통령이라고 보고 그의 신분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바꾸는 초강수를 뒀지만 별무효과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별검사 쪽이라고 신통한 수가 있을까.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 역시 검찰과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을 앉혀놓고 조서를 쓰는 게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한다.
청와대에서 현재와 똑같이 이른바 '시간 끌기' 전략으로 직접 수사를 피해가더라도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매체는 인터넷판에 '불소추 특권이지 불체포 특권 아니다'라는 식으로 제목을 달기도 했는데 국민들의 생각을 일정 부분 반영한 이 같은 상황은 실제 상황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법리적 해석이니, 결국 전문가와 여론의 충돌인 셈이다.
우선 걸림돌로 지목되는 게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이다. 헌법상 대통령은 '불소추 특권'이 있으나 국회의원과 같은 '불체포 특권'은 없다. 박 대통령이 대면 등 직접 수사에 대해 수용 불가로 맞설 경우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 체포·구속과 같은 강제 수사가 가능하다는 '래디컬한 주장'이 나올 수도 있는 근거다.
다만, 실제로 특검이 체포·구속영장을 발부받아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더라도 문제가 생긴다. 대통령경호법과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체포 또는 구속할 경우 통상, 검찰·구치소에서 대통령을 인치하는 게 맞다. 그런데 그 권한을 두고 특검 측과 청와대 경호실이 전면으로 부딪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신변을 누가 책임지느냐가 문제의 관건이자 논쟁의 핵심인데, 인신 구속의 문제가 쉽지 않고 엄중히 처리돼야 한다는 형사상 원칙만으로도 벅차다. 이 밖에 다른 요소들까지 특검을 힘들게 할 전망이다.
여기서 '좀 더 나이브한 사고 전환'을 해 볼 수는 없을까.
경호 관계자가 경호 대상인 박 대통령을 따라 구치소에 들어가 수행을 하면 문제가 간단하다는 접근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그대로 머물더라도, 특검에서 파견한 인물이 상징적으로 건물 입구와 청와대 정문 등 몇 군데 요소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 일반적인 경호 관계자들과 함께 수사관들이 근무하는 게 불가능할까. 물론 박 대통령의 생활에 압박을 가해서야 되는지 불만을 표할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무시할 정도로 현재의 상황이 가볍지 않다. 한국 시스템의 경직성이 심각하지만, 마찬가지로 지도층의 지혜가 드라마 속 송나라 공주만 못할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