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8월 정부가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이하 재송신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한 지 14개월 만에 재송신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지만, 정부는 금지행위 판단 기준이 보다 명확해졌다는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자평했다.
20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이하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는 지상파방송의 원활한 재송신 협상을 위해 재송신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 주목했던 '재송신 대가 산정 방법'을 결국 제외했다.
다만 일종의 자문기구라 할 수 있는 '재송신 대가검증 협의체'를 구성해 재송신 대가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재송신 대가검증 협의체는 아직 구성되지 않았으며 추후 미래부와 방통위 협의 하에 각계 전문가 참여로 조직될 전망이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법제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날 신영규 방통위 방송지원정책 과장은 "재송신 가이드라인은 양측 갈등을 조절하는 데 첫발을 뗀 것"이라며 "이번 재송신 가이드라인 적용 이후 데이터가 축적되고 피드백이 오면 법제화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재송신 가이드라인은 이날부터 적용된다.
◆재송신 대가 산정 방법 제외…업계·정부 반응 제각각
정부가 공개한 재송신 가이드라인에 재송신 대가 산정 방법이 제외됐다는 데 유료방송 업계는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반응이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협상에서 합리적인 대가 산정을 강제하기에는 무리 있어 보인다"며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선 규제기관과의 강력한 조정력 및 합리적 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전문기구의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가이드라인을 넘어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통해 향후 지상파뿐 아니라 플랫폼과 콘텐츠사업자 간 윈윈할 수 있는 콘텐츠 대가 거래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강제성이 없다면 앞서 지리하게 지속돼왔던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업계 간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그간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케이블TV·IPTV·위성TV) 간 재송신 협상은 당사자 자율협상으로 진행돼왔다.
양측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협상이 결렬될 경우, 블랙아웃(유료방송에서 지상파방송이 검은 화면으로 나오는 현상)이 발생하는 등 국민의 시청권을 저해하는 일이 발생되기도 했다.
신영규 과장은 "재송신 대가 산정은 사업자 간 자율협상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다만 시청자 피해가 있으니 정부가 최소한의 개입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이번 재송신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기존보다 금지행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지므로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송신 가이드라인에는 △재송신 협상의 원칙과 절차 △성실협상 의무 위반여부 △정당한 사유없는 대가를 요구하는지 여부(대가 산정 시 고려요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으며 재송신 협상과정에서 방송법 해석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업계는 이에 대해 "이번 재송신 가이드라인이 가이드라인의 수준을 넘어 대가 산정에 개입하는 것은 자율적 협상을 저해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이드라인이 향후 협상이나 소송에 악용되거나 자율적 협상 영역에 개입되는 빌미로 연계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
결국 지상파 방송업계가 '자율협상'을 어디까지로 판단하는지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 간 재송신 협상 시 가이드라인 적용을 놓고 또 다른 논란이 야기될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방송' 블랙아웃에만 적용…'VOD' 블랙아웃 피해는 계속될 듯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간 갈등이 극으로 가면 '블랙아웃'이라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됐다.
이러한 피해가 반복되자 지난해부터 정부가 직접 개입해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인데, 방송법상 '방송'이 아닌 '부가통신서비스'로 분류되는 다시보기(VOD)의 경우 이번 재송신 가이드라인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VOD 블랙아웃에 대한 대응책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사실, 방송 블랙아웃을 방지하는 정부 개입은 재송신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았을 때도 가능했다. 이달 4일 방통위는 MBC에 위성방송사 KT 스카이라이프에 대한 방송유지 명령을 내려 실시간 방송 블랙아웃을 면했던 것.
그러나 나흘 뒤인 8일 지상파 방송사가 대전지역 케이블방송사인 CMB와 개별 종합케이블방송사(SO)들에게 VOD 공급을 중단한 데 대해 방통위는 "관련 규제가 없어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 간 협상으로 12일 자정을 기준으로 다시 VOD 공급이 재개됐지만 유료방송업계에서는 VOD 블랙아웃이 앞으로도 반복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신영규 과장은 "기본적으로 이 가이드라인이 방송법상 금지행위 해석관련된 것"이라며 VOD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지역민방과 SO 재송신 협상 시 방송과 관련된 내용도 있어 가이드라인이 이런 부문에 의미있을 것이고, 금지행위를 조사할 때 유효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