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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百-SK패션 인수협상…현대가 유리해보이는 이유

타미힐피거 직접 진출설 영향에 면세점 이슈까지 변수…셈법 복잡

임혜현 기자 기자  2016.10.14 11: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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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백화점그룹이 SK네트웍스의 패션 부문 인수를 검토하면서 진행 경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오브제·오즈세컨 등 자체 브랜드와 캘빈클라인·타미힐피거 등 수입 브랜드들을 운영 중인 패션 업계 5위의 주자다.

경기 침체로 패션 부문 전반에 냉기가 흐르는 상황에서 이 이슈는 양자 간 윈윈을 가능케 할 거래로 꼽힌다.

SK네트웍스는 SK그룹의 모태인 선경직물에서 비롯된 회사지만, 이번 매각을 통해 사업 방향을 재정비하고 성장동력 업그레이드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최근 동양매직을 인수함으로써 기존에 해오던 렌터카 사업 부문과의 시너지 창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해석이 주류를 이뤘다.

렌터카에 동양매직의 사업구조를 접목시키면 필수적인 생활 영역 전반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여기에 현대백화점그룹 쪽에서 받을 매각 대금이 요긴하게 쓰일 것이라는 얘기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업계 5위인 SK네트웍스 패션 사업을 인수할 경우, 기존에 해오던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업계 3위권 진입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괄인수'의 효과로 삼성물산과의 경쟁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괄인수 추진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일부 수입 브랜드 인수만 내심 바라는 현대백화점 측과 패션 부문 전체 매각을 희망하는 SK네트웍스 간 협상전에서 다른 변수가 상황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 

우선 현대백화점 계열의 패션 동향, 특히 한섬을 들여다보면 현재 협상에서 어느 쪽이 유리한 상황에 서 있는지 계산해 볼 때 도움이 된다.

한섬이 현대백화점 계열로 인수된 것은 2012년. 과거에는 한섬이 현대백화점에 인수될 때 셀린느 같은 수입 브랜드가 신세계인터내셔날로 많이 넘어가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하이엔드, 한섬은 중-고가 브랜드에 걸쳐 있다는 평가가 없지 않았다. 이번에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을 인수하면 큰 도움이 되리라는 일각의 평가도 이 같은 전제에 기반한다.

즉 SK네트웍스가 갖고 있는 역량을 흡수함으로써 현대백화점 측이 수입브랜드 판권 관리 경쟁력을 다시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성적표를 보면 이처럼 시너지를 크게 필요로 할지 의문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섬은 현대백화점그룹 편입 후 3년간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2015년 수익성 회복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백화점이라는 튼튼한 유통 베이스와 노하우에 자본력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홈쇼핑 및 온라인까지 채널을 넓히며 성장을 꾀할 정도가 된 것.

지난해 9월 한섬과 현대홈쇼핑이 합작해 홈쇼핑 브랜드 모덴을 론칭하는 등 가격 스펙트럼 넓히기에도 박차를 가한 것도 눈길을 끈다. 모덴은 그간 가격대가 너무 높아서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한섬 제품을 홈쇼핑용으로 저렴하게 재해석해 좋은 평을 얻었다. 

한국투자증권이 13일 보고서에서 "온라인·모바일 사업 확대와 최근 중국 유통업체와의 브랜드 수출 계약 체결 등 채널 확장 및 해외 진출로 추가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한섬을 분석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굳이 거액(일괄매각 시 예상 매각가 3000억원)을 들이기보다는 일부 브랜드들만 골라서 받아들여도 충분할 정도로 현대백화점그룹의 자체적인 패션 역량이 강화됐다는 것.
 
특히나 경쟁력이 탁월해 SK네트웍스가 갖고 있는 브랜드 중 가장 유력한 협상카드로 꼽히는 타미힐피거 주변에도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타미힐피거 본사가 국내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이 나와, 양자 간 줄다리기에서 변수가 추가된 셈이다.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올 경우 패션 부문 전체 매각 자체의 동력이 잠식되는 것은 물론, 개별적 매각 협상에서도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일부 브랜드들을 넘겨받아 운영함으로써 고급 라인에 화룡점정을 하고 자체 역량으로 가격대 낮추기 시도를 병행하면 현대백화점그룹에 충분히 유리하다는, 운동장은 이미 기울어져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또 그 기울기가 점차 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상황을 단정하기는 이른 시기지만, SK네트웍스가 SK워커힐면세점을 통해 다시 유통사업에 나서기로 각오를 다지는 상황도 되짚어볼 문제다.

유통 사업에서는 브랜드를 보유하면 유리하다는 게 상식이다. 이 점이 SK네트웍스가 무조건 패션 부문 넘기기에 급급하기보다는 배짱 협상을 시도할 뒷배경이 될 수 있다는 것. 넘기면 좋지만 못 넘겨도 아쉽지 않다는 협상 구도 형성으로 기운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은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