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하영인의 혀끝에 척] 커피의 풍미를 아시나요?

당신이 선호하는 '대륙의 맛'을 찾아서

하영인 기자 기자  2016.10.13 19:02:44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단지 가만히 있을 뿐인데 괜히 공허한 마음이 든다. 입이 심심해 주변을 둘러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먹는 게 곧 쉬는 것이자 낙(樂). 필자를 포함해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우리 혀끝을 즐겁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을 이유여하 막론하고 집중탐구해본다.

한국인의 일일 커피 소비량이 평균 1.2잔이란다. 연령대 구분 없음을 감안하면 커피 마니아층이 꽤 두터움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카페에서 즐겨 주문하는 메뉴는 카페모카, 유자차, 요구르트 스무디 등 달곰함을 주는 음료로 한정된다. 쌉싸래한 커피가 취향이 아닌 탓이다.

세상에는 이처럼 '커피를 마시는 자'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자'로 양분된다.

대체식품이야 넘쳐난다지만, 계속 커피를 배척할 것인가? 커피의 진정한 매력도 모른 채? 일단 시럽부터 양껏 넣고 천천히 입맛 길들이기에 나섰다. 결과는 참혹했다. 달고나 맛이 나는 이도 저도 아닌 음료를 쪽쪽 빨고 있는 필자를 발견하고는 그만뒀더랬다.

그러다 최근 커피에 대한 조예가 없어서 몰랐을 뿐, 대륙별 커피의 특징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기 입맛'을 가진 당신도 커피를 마시는 자가 될 수 있다. 

◆커피 초보는 3대 원두, 커피벨트부터 

먼저 커피의 3대 원두는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 '리베리카(Liberica)'로 나뉜다. 다른 원두보다 맛과 향기가 더 좋다고 평가받는 아라비카는 생산량이 가장 많으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커피 대부분이 그에 속한다. 리베리카종은 가뭄에 약해 사실상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고. 

커피는 재배환경이나 생두 품질, 보관기간, 로스팅의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향미가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크게 △라틴아메리카 △아시아·태평양 △아프리카 대륙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라틴아메리카는 대개 '깔끔하고 너트향의 풍미가 마일드한 바디감'이라고들 표현한다. '바디감이 무겁고 풀내음과 흙내음 풍미'가 있는 아시아·태평양, '열대과일 향으로 꽃향기와 산미(山味)'가 있으면 아프리카 커피라 할 수 있다. 특히 아프리카 커피는 신맛이 강한 편이다.

대표적인 예로 마일드 커피의 대명사 '콜롬비아 수프리모(최고 등급)'는 진한 향기와 부드러운 맛으로 사랑받고 있다. 또 '케냐 AA(최고 등급)'는 달콤한 과일향과 상큼한 신맛을 자랑한다.

'과테말라 안티구아'는 스모키하고 강한 신맛을 느낄 수 있는 커피다. 주로 핸드드립용으로 사용되며 연기가 타는 듯한 독특한 향으로 잘 알려졌다. 

이외에도 블렌딩 베이스로 많이 쓰이곤 하는 '브라질 산투스' 등 저마다의 매력 포인트를 안고 있다. 

◆원숭이똥 커피는 무슨 맛? 씁쓸한 커피의 그림자

커피의 기원은 9세기쯤 에티오피아에서 염소(혹은 양)가 흥분하는 것을 본 양치기 소년이 수도승에게 말했고, 커피나무 열매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돼 수도원에서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혹은 이슬람 수도자가 산속 새가 커피 열매를 먹는 것을 보고 발견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초기에는 그저 커피 열매만 끓여 마시던 사람들은 곧 생두를 볶아 마시게 됐고 오늘날에는 동남아 여행 시 선물용으로도 많이 구입하곤 하는, 여러 동물의 배설물에서 채취한 '동물똥 커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인도네시아 사향고양이가 배출한 커피씨앗을 정제해 만든 커피 '루왁'을 비롯해 베트남의 족제비 배설물에서 골라낸 '위즐', 다람쥐를 통한 '콘삭', 예멘에는 '원숭이똥 커피', 태국·인도의 코끼리 '아이보리 커피'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시작은 인도네시아였다. 1696년경,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배하며 커피나무를 이식했다. 당시 유럽은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도 커피시장이 형성되는 등 네덜란드인들은 인도네시아에 커피 밭을 만들고 뛰어난 장사 수완가로 떠올랐다. 공급 물량은 늘 부족할 정도로 수요는 폭증했고 정작 커피를 재배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이를 접하기조차 어려워졌다. 

잡식성인 사향고양이는 잘 익은 커피 열매만 골라 먹곤 했는데,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 섞인 생두를 주워 마시며 아쉬움을 달래고자 했다. 그러다 더 그윽하고 우아한 향미에 매료된 것. 

이를 우연히 접하게 된 유럽인으로 인해 곧 루왁 커피도 빠르게 전파되기 시작, 현재는 자연의 산물이 아닌 인위적인 사육장에서 인간의 탐욕이 깃든 루왁 커피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타 동물들과 관련된 커피 역시 매한가지다. 

막바지에 꿀꿀한데 에스프레소 한 잔 해야겠다. "샷 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