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병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비를 걱정하며 산다."
모두가 당연시하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가족의 병원비 때문에 머리카락이나 피를 팔던 50~60년대나 어린이보험과 실손보험 등 사보험을 드는 오늘이나.
시대는 달라도 병원비 때문에 육신을 팔거나 사보험을 들면서 애간장 태우는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국가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아이가 아파 가족이 위기를 맞는 사례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백혈병, 심장병과 같이 중병에 걸린 어린이를 돕는 모금에 조금도 망설임 없이 가벼운 주머니조차 열었던 것이다.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병원비 문제를 모금캠페인으로 해결하는 것이 잘못됐다 그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고 이제는 사회 일반 문화로 정착됐다.
지난 4일, 흔히 말하는 '1004 - 천사데이'에 서울의 한 어린이병원 앞에서 모금 반대운동이 있었다. 어린이의 생명을 모금에 의존하는 관행을 중단하고 어린이의 생명권 보장 차원에서 어린이 병원비를 국가가 책임지라는 주장이다.
"우리는 어린이병원 현장에 모금천사를 거부하고 국가의 책무를 초대하겠다!"
국민모금이 병원비로 고통받는 모든 어린이를 도울 수 있는가? 일부 모금 사례에 해당된 아이들이 후원이 연결될 때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까? 어린이 병원비를 국가에서 책임진다면 얼마의 돈이면 될까?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4년 0~15세 어린이 780만명의 의료비 지출은 6조4000억원이다.
그중 부모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입원비 지출은 1조7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약 1조2000억원을 보험공단이 지불했고 부모가 부담한 것은 5152억원이었다.
결국 5152억원만 있으면 부모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입원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걷거나 보험료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 누적 흑자가 20조원이다. 그것의 2.5%만 사용하면 780만 어린이 병원비를 100% 국가에서 보장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비로소 나라가 나라다워지는 것이다. 이렇게만 되면 부모들이 연간 5조원이나 납입하던 어린이보험을 들지 않아도 되고, 그 규모의 가계지출이 가처분 소득으로 전환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 정부는 25년 전에 국제어린이권리협약을 비준했고 올해는 어린이권리헌장을 제정했다. 권리협약의 최우선 권리는 생존권(건강·생명권)이고 권리헌장에서는 의료권을 명시했다.
정부는 이러한 문서 행위가 거짓이 아니라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즉시 이행절차를 준비해야 한다. 사실 누적 흑자 20조원 대부분은 아픈 아이들의 부모가 내어온 건강보험료가 아닌가.
우리 엄마, 아빠가 낸 건강보험료를 우리 아이 병원비에 쓰라는 주장이다. 당연한 요구이고 그만한 돈도 이미 있다.

그럼에도 묵묵부답인 정부이기에 연대서명 국민운동이 시작됐다. 어린이의 생명을 모금에 의존하는 나라에는 '나라'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아동권리협약과 어린이권리헌장에서 약속한 생명권과 의료권 보장을 즉각 이행하길 바란다.
이명묵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