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일부 회사에서 출시한 치약의 계면활성제에 이른바 가습기살균제 성분으로 알려진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제품 회수 등에도 불구하고 화학물질이 들어간 생활용품 전반으로까지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
하지만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검출된 성분의 양은 인체에 전혀 무해하고, 또 계면활성 효과를 위해서 이 성분의 보존 효과에 기댈 필요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사실상 치약에의 첨가 사용을 전면 허용하고 있는 성분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일이 회수 조치 소란으로 이어진 사정은 우선 관련 정보를 얻은 국회의원실에서 해당 부처와 본격 협의를 하는 대신 언론에 노출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관련 사항을 모두 유기적으로 챙기고 종합적으로 매듭을 제대로 짓지 않고, 단편적으로 행정조치를 하는 데 그치는 관행이 빚은 사고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업계만 오롯이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
이정미 정의당 의원 쪽의 문제 제기와 언론 보도 후 뒤늦게 정보를 알게 된 식품의약안전처는 사실 확인을 거쳐 회수조치를 명령했다. 일단 일이 불거지면서 "인체에는 전혀 무해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고려하기 어려운 구도가 형성돼, 치약에 CMIT/MIT 성분을 허가하지 않고 있는 식약처로서는 회수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한편,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이 7일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문제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상황에 큰 구멍이 드러난다.
천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위해성분인 CMIT/MIT는 식약처가 2015년 9월 관련 고시를 개정(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15-69호)해 치약 보존제의 성분에서 제한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치약 보존제로 쓸 수 있는 성분을 3종(벤조사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메틸, 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으로 제한하여 CMIT/MIT 혼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했다"면서 "이는 식약처가 당시 CMIT/MIT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음을 인식했던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천 의원은 "만일 지난해 9월 고시 개정 후 최소한의 행정지도만이라도 했다면 이번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가습기 살균제 파동으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법이나 시행령 등 상대적으로 엄격한 검토와 통과 과정이 예정돼 있는 상위 형태의 규제가 아닌, 고시의 형태로 행정편의적으로 조치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 대목이다.
세밀한 검토나 해외 입법례 등의 점검 그리고 고시 개정의 여파 등에 대한 검토보다 규제 먼저 하자는 식으로 '보여주기 행정'이 이뤄졌고, 해당 고시의 내용을 집행할 후속 조치 등도 마련하지 않은 '열린 결말'로 남겨놨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이번에 문제가 터진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문제가 많지만 적법한' 행정적 조치라는 결론이 나온다. 아울러 이런 조치 때문에 업체만 큰 피해와 이미지 타격을 감수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주장 역시 일면 타당하게 들린다.
때문에 이번 회수조치 명령은 수용(정부가 공공적 목적을 위해 민간의 토지 등을 사들이는 것. 도로를 닦기 위해 수용 결정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과 유사하게 풀어내는 게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형상 적법하되, 결국 면밀한 조치가 없고 미완성 상태인 행위로 업체가 피해를 입었으니 정부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
독일 이론인 '수용적 침해'란 공법상 적법하고 직접적인 침해로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부수적 효과로 가져오고 그 피해가 감수하기 어려운 경우에, 수용처럼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이번 치약 사태와 관련해 수용적 침해를 적용할 수 있겠는지에 대한 문의에 "식약처의 고시 등 제도 수정의 구조와 순서를 100%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지금까지 드러난 바만 놓고 본다면 수용적 침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 가능성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다만 이것을 실제 소송으로 갖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 지난 9월 수용적 침해와 관련한 다른 사례에 대해 한 포털사이트에 인터넷 문의가 제기된 적이 있다.
당시 답변에 나선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는 "수용적 침해란 공용침해로서 작용을 갖는 재산권침해 가운데 적법한 행정활동에 부수되는 비정형적이고 비의욕적인 부수적 결과로써 발생하는 침해이며, (일부 법조인들은) 이를 적용하여 손실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위와 같은 이론이 언급된 판례는 있으나, 이를 직접적으로 적용한 판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결국 이는 해당 회사들이 억울함을 소송으로 풀 의지를 가졌는지 여부와,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6409 판결, 서울고등법원 92나20073 판결 등 수용적 침해를 부수적으로 언급하는 데 그친 판례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전시킬 의욕을 가진 변호사가 사건을 맡는지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문제의 회사들이 당국과 각을 세우는 것을 거북해 하는 탓에 소송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현재 우수한 효능으로 글로벌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는 국내 화장품까지 이번 치약 사태의 여파로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과 맞물린 터라 실제 소송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아모레퍼시픽 등 이번 치약 사태의 영향을 받고 있는 곳들이 화장품업계를 이끄는 선두주자이고, 중국 등 해외 수출길에도 책임이 막중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화장품은 매년 역대 최고 수출기록을 경신하면서 미래 주요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번 논란을 통해 해외 이미지가 극도로 나빠지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자국의 부가 유출되는 것을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중국의 경우, 기존의 판매 중인 화장품까지도 이 논란을 계기로 규제 대상으로 넣을 수 있다는 성급한 예측도 나온다.
따라서 업체들이 당국의 불확실한 규제와 그 여파에 대해 수용적 침해를 근거로 경종을 울릴 여지는 아직 수면 아래에 감춰져 있지만 분명 존재하는 셈이다. 이번 치약 사태를 통해 값비싼 수업료를 업계가 내고 있는 만큼, 이를 초래한 당국도 각성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