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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대의 글쓰는 삶-18] 기적의 아침, 절망의 아침

이은대 작가 기자  2016.10.07 16: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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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때 아침형 인간이 나라를 들썩일 정도로 유행을 했었다. 최근 들어 미라클 모닝이란 이름으로 다시 새벽 시간의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듯하다.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우리 삶은 분명 크게 달라질 수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나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두 시간 동안 글을 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새벽형 인간이 되겠다는 결심을 한 적도, 새벽형 인간이 되기 위한 노력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침 6시만 되면 인력시장에 나가야 하는 현실 때문에 글을 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새벽이었을 뿐이다. 세월은 흘렀고, 새벽 4시 기상은 습관이 돼 버렸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잠에서 깨어난 직후의 시간에 사람의 머리가 가장 맑고 집중력이 높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이미 여러차례 증명이 돼 왔다. 굳이 과학적 증명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새벽 시간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장점이 많다.

우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하루종일 식을 새가 없는 스마트폰도 새벽에는 잠을 잔다. 가족들도 조용하다. 단지 귀뚜라미 소리만 청아하게 들릴 뿐이라 때로는 운치도 있고,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이른 시간부터 나를 위한 시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는 뿌듯함에 자존감도 높아진다. 꾸준하게 새벽을 활용하면 어느 순간 꽤 성장해 있는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 하루의 시작이 소중했기 때문에 나머지 일상의 시간들도 허투루 쓰지 않게 된다.

이런 여러 가지 면에서 봤을 때, 역시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권장할만 하다고 생각된다.

얼마 전, 친구로부터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은 오랜 시간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왔는데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 친구는 오직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평소에는 늘 7시에 일어났다고 하는데,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6개월 전부터 새벽 4시에 기상한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3시간을 새롭게 확보했으니, 일주일 아니 한 달만 계산해 봐도 엄청난 시간이었다. 꾸준히 뭔가를 했다면 아마 삶이 통째로 바뀌고도 남을 일이었다.

아침마다 뭘 했냐고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친구의 대답은 우물쭈물 시원찮았다.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두 잔씩 마셨고, 함께 새벽을 열어가자며 만든 모임 친구들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으며, 책상 앞에 앉아 졸음과 싸워가며 벽만 보고 있었던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런 목표도, 계획도 없이 무작정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겠다는 결심으로 시작하면 기적의 아침은 곧 절망의 아침이 돼 버리고 만다. 일찍 일어난다는 사실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세 살 먹은 어린 아이도 알 만한 내용을 다 큰 어른인 나의 친구가 몰랐다는 사실이 납득되지 않았다. 어리석은 짓을 했다며 핀잔을 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어쩌면 이것은 나의 친구만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사람이 갑자기 새벽 4시에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새벽형 인간이 되는 것에도 순서가 있다.

가장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아침 7시에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일어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기상 시간은 변함이 없지만 잠에서 깰 때의 마음가짐을 변화시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마음가짐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그 때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상시간을 앞당겨 본다. 여전히 잠에서 깰 때의 마음이 기쁘고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혀 힘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서서히 새벽형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몇 시에 일어나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라는 치밀한 목표와 계획이다. 삶을 바꾸는 것은 늘 '언제'가 아니라 '무엇'과 '어떻게'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은대 작가 /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최고다 내 인생> 등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