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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재 '가격협상' 잇단 악재에 제자리걸음

가격 올랐지만 실제 반영 "글쎄"…조선 빅3 위기에 협상 '첩첩산중'

전혜인 기자 기자  2016.10.07 10: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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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달 30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받아든 철강업계가 최근 주요 제품의 가격인상을 시도하고 있으나 잇단 악재들로 인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중에는 정부에서 과잉공급 제품으로 지정한 후판도 포함돼 업계가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고로업체들은 이달 유통향 열연강판 가격을 톤당 2만~3만원 올리기로 결정하고 자사의 코일센터들에게 인상 방침을 통보했다. 이번 가격인상은 철광석·석탄 등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것이다.

열연은 모든 철강재의 기본값이다. 철강업계는 이 같은 가격인상을 기반으로 △자동차강판 △컬러강판 △강관 등 다른 제품들의 가격도 올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현대제철은 이달 H형강 판매가격을 톤당 3만원 인상하기로 했으며 동국제강 역시 냉연도금판재류 가격을 3만원 올리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이 실제 시장에서 실행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작 유통시장은 현재 성수기인데도 수요가 부진한 모습이기 때문. 이번 3분기에는 중국이 공급을 줄이고 가격을 인상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었지만, 국내 수요사들과의 가격협상에서는 줄줄이 악재만 들려오고 있다.

먼저 자동차강판의 경우, 대표적인 차강판 생산업체인 현대제철은 최대수요사인 현대차와 분기 또는 반기별 가격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올해는 단 한 차례도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이 차강판 수출 가격은 60달러나 상승했다.

현대제철은 이번에야말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난달 말 현대차 노조가 지난 2004년 이후 12년 만에 전면파업에 돌입하면서 협상에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후판 가격 역시 문제거리로 남아 있다. 6㎜ 이상 두께의 철강을 의미하는 후판은 현재 우리나라 철강 생산 중 17%를 차지하고 있다. 주로 배를 만드는 조선업 후판으로 최대 수요사들은 빅3를 위시한 우리나라 조선업체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반년마다 후판 가격협상을 벌이는데, 지난 6월에 마무리됐어야 할 협상이 제자리걸음이다.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이 오른 만큼 가격 인상은 당연하다는 것이고, 조선업계는 선박 발주 비용이 줄어든 만큼 자재 인상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양쪽 다 구조조정으로 벼랑 끝에 서 있는 만큼 가격협상에서 쉽사리 물러서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특히 후판은 지난달 30일 정부가 발표한 '철강·석유화학업종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에서 대표적 과잉공급 품목으로 지정된 터라 더욱 골칫거리다.

해당 강화방안을 위해 민간업체가 제출한 컨설팅 보고서에는 현재 국내 업체들이 유지 중인 후판 공장 7개 중 3개를 폐쇄해 과잉생산 중인 후판 400만톤가량을 감축해야 한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현재 과잉공급 상황인 것은 맞지만, 이미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공급량을 많이 줄인 상태"라며 "이보다 더 줄이면 오히려 원가가 상승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중국 제품이 국내에 침범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현재 몇몇 조선사들은 이미 외국산 후판 수입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강조한 뒤, "공급처 다변화 차원이라고 하지만 가격 문제가 가장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