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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디젤게이트 1년' 환경부 집착은 소비자 피해로

노병우 기자 기자  2016.10.06 10: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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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환경부와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끝날 줄 모르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폭스바겐 그룹의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적발한 지 1년이 조금 지났지만 여전히 정부와 업체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환경부는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의 리콜계획서를 세 번이나 퇴짜 놨다.

리콜계획서에 리콜 대상 차량을 '임의조작(Defeat Device)'했다는 사항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환경부가 퇴짜를 놓은 이유다. 환경부는 앞으로 벌어질 법적소송에 대비해 임의조작 문구 삽입을 줄곧 요구하고 있다. 재판이 열렸을 때 문서 상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환경부는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가 임의조작 여부만 인정하면 독일 본사에서 공수한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배출가스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주겠다는 방침이다 .

즉, 환경부의 임의조작 문구에 대한 집착은 향후 소송을 염두에 둔 것이지 문제가 된 차량을 회수해 결함을 시정하는 기술적 부분과는 크게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는 이를 완강히 거부할 수밖에 없다. 만약 임의조작을 인정할 경우 향후 소비자 보상 등 소송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아무튼, 정부와 업체 간 피 튀기는 신경전 덕분에 국내에서 해당 모델들에 대한 리콜은 아직 시작조차 못한 상황. 더욱이 둘의 싸움이 경제활성화에 방해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물론 두 집단의 싸움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라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엔 아우디·폭스바겐 딜러사들과 국내 은행들도 포함된다. 

현재 소비자들은 향후 A/S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 모델들의 판매가 중단된 만큼 부품 수급률이 떨어질 것이며, 이로 인한 서비스 질 저하와 정비료 상승 등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피해는 중고차 가격 하락. 중고차 가격은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량에 좌우되는데 이미 아우디·폭스바겐 모델에 대한 거래가 끊기기 시작했으며, 큰 폭의 가격하락으로 인해 차주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울러 판매가 중단된 만큼 딜러사들에게 피해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고, 덕분에 은행들 역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폭스바겐 코리아의 대표 딜러사 4곳이 은행권에서 받은 대출금(2015년 말 기준)은 1041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판매정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부실 채권이 될 수 있는 만큼 은행들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폭스바겐 코리아는 판매중단 이후 지난 9월부터 각 딜러에 전시장 운영자금과 영업직원 월급 지원 명목으로 매달 6억~7억원씩을 지급하고 있다. 비록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지만 공존을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최근 법무공단에 폭스바겐 차량이 교체명령 대상에 해당하는지 법률자문을 의뢰했다. 그리고 우선 리콜을 하게 한 후 개선되지 않으면 차량교체 명령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리콜이 먼저 실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집단은 임의조작 문구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기에 리콜은 계속 무기한 보류될 수밖에 없다. 차량교체 명령도 내리기 어려워진 셈이다.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환경부와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가 한 발씩 양보하지 않으면 해법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는 국내 소비자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모습을, 환경부는 임의조작 인정에 집착하기보다는 리콜 지연이 가져올 부작용들을 고려해 보다 유연한 자세로 빠른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