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14년 10월, 정부 주도로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에 처음 도입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 3년차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하는 반면 단통법은 여전히 '국민 호갱법'이라는 별칭을 떼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최대 정책 목표와 함께 단통법 개정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단통법 2년의 성과를 숫자로 정리했다.
◆'4503' 2년간 감소한 가계통신비…실질적 효과? '갑론을박'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에 따르면 2014년 3분기 15만350원이었던 가계통신비는 올해 2분기 기준 14만5847원으로 4503원 감소했다.
4500원이 감소한 데 대해 정부와 소비자 반응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단통법은 이용자 차별을 해소하고 가계통신비를 낮추는 성과를 거두면서 안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래부는 통신서비스 품질이 향상됨에 따라 평균 이용 데이터량이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통신비는 감소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미래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의 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3.9GB로 4GB에 육박하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3GB를 넘긴 이후 10개월 만에 1GB가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에서는 여전히 정부가 내놓은 숫자에 공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단순 대입이 적절치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동통신 3사의 요금제 및 단말 가격 인하 또는 구매 지원금이 오른 효과가 아니라 알뜰폰 수요의 증가, 중저가폰 유행 등이 그 영향일 수 있다는 것.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이하 녹소연)은 단통법이 '20% 선택약정할인'이라는 선택지를 주고, 정부의 지속적인 알뜰폰 정책으로 합리적 통신소비 기반이 마련됐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결코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구매하는 실질 비용이 줄어들지 않아 소비자 불만을 지속적으로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소연은 단통법 이후 이통3사의 평균 지원금이 감소했다는 점을 들었다. 단통법 시행 전인 2014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의 징계사유 보고서를 보면 이통3사의 평균 보조금은 57만9000원에 달했다.
그렇지만, 현재 5만9000원대 요금제 기준 출시 15개월이 안 된 단말의 공시지원금은 평균 19만3007원이고, 출시 15개월이 지난 단말의 공시지원금도 37만3937원으로 단통법 이전보다 평균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
녹소연은 "정부가 설명하는 법의 성과가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비용과의 괴리로 결국 소비자가 만족하지 못하는 단통법이 됐다"고 꼬집었다.
미래부 자료를 보면 주요 프리미엄 단말기의 가격은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을 기준으로 2014년 '갤럭시S5'가 86만6000원이었던 데 비해 올해 출시된 '갤럭시S7'은 83만6000원으로 출고가가 3만원 감소했다.
그러나 지원금이 3분의 1수준으로 줄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인하 효과를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이통사들의 고용량 콘텐츠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데이터 사용량이 늘고, 고가 요금제를 이용하거나 부가서비스를 가입하는 경우가 증가한다는 점도 소폭 인하된 가계통신비가 언제든 다시 상승곡선을 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인다.
◆'12만' 단통법 이후 감소한 월평균 번호이동…통신사 위한 법?
번호이동 건수는 이동통신시장 '판매 대란'의 주요 지표다. 통신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번호이동 건수가 늘어난다. 미래부는 단통법 이후 이러한 번호이동 건수가 감소하는 등 '대란은 거의 없다'고 판단 중이다.
실제 월평균 번호이동 건수는 2014년 72만1177건에서 59만7000건으로 약 12만건 감소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단통법 이전엔 신도림 테크노마트 등 유명 판매단지에서 소비자가 줄을 길게 늘어서는 등 대란이 빈번했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쉽게 찾기 어렵다"고 제언했다.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퍼붓는 위법행위를 표면상 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통사의 마케팅비는 2014년 8조8200억원에서 지난해 7조8669억원으로 약 1조원 감소했다고 업계는 추산한다.
동시에 기존 이용자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안정성을 확보한 이통사들은 "선택약정할인을 포함하면 오히려 마케팅비가 늘었다"고 토로하는 상황.
새 가입자 유치가 어려워진 상황에 대한 불만은 중소 판매점에서 터져나온다. 중소 판매점이 정부가 단통법 위반여부를 감시하는 주요 타깃이지만 △불법밴드 등 SNS 판매와 △대형 마트의 위법행위가 난무한다는 것으로, 이들은 정부의 동등한 감시와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
◆'3' 중저가 단말 출시는 세 배 증가…글로벌 추이도 고려해야
2014년 단통법 시행 즈음 15종에 불과했던 50만원대 이하 중저가 단말은 현재 43종에 달하는 등 중저가 단말이 크게 늘었다. 다만, 이 같은 결과는 단통법 효과라고 속단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따른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의 시장 확대에 글로벌 제조사들이 줄줄이 중저가 단말 출시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함께 중저가 단말 가입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저하된 품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일 뿐 단말 가격 또는 통신 요금 거품을 인하한 것이 아니며, 궁극적으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이용자의 권익 보호 및 확대를 평가한다는 게 무리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한편, 20대 국회에서는 국정감사를 통해 시행 3년차에 접어든 단통법을 손질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시장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단통법 자체의 획일적인 시장 통제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