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임금을 떼이거나 부당하게 해고당했을 때 법에 호소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변호사가 법률 전반에 유기적 이해도를 갖추고 향후 소송 진행 가능성까지 입체적으로 조망해줄 수 있음에는 틀림없지만, 아직 변호사 사무실 문턱은 높게 느껴진다. 변호사가 2만명을 넘는다는 시대임에도 그렇다.
이런 경우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특히 노동관계 전문성을 가진 직역이 마련돼 있다. 바로 공인노무사다. 일반적 노사관계 외에도 변호사들이 크게 관심이 없고 잘 들여다보지 않는 사회보험 등 특수영역도 노무사들이 그간 임지를 다지면서 노동자 권익 보호에 큰 공을 세워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노무사들은 근래 변호사가 크게 늘어나고 인접 자격 보유자들의 몫이 줄어들더라도 영역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노무사 일반에 대한 세간의 평가와 기대감 역시 우수한 편이다.
그러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높이 평가하다 못해 기존 업무영역을 확장해주는 것은 이런 문제와는 별개로 냉철히 내용과 맥락을 따져봐야 한다. 최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이 논쟁을 불러올 수 있는 예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노동관계법령에 따라 관계기관에 대하여 행하는 신고·신청·보고·진술·청구 및 권리 구제 등의 대행 또는 대리'로 규정하는 현행 공인노무사법 제2조 1항의 노무사의 직무범위를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진술'의 범위에 '진정·고소·고발사건에 관한 진술을 포함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기업 등 노동 관련 사건의 고소·고발인을 대리해 수사기관 등에서 피해사실을 대신 진술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면 당장은 편하고 노동자 권익 보호에 크게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인다. 노동자들은 강한 사용자 측 힘에 맞서 진술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안타까운 현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렇게 새롭게 진술 대리를 노무사에게 허용해 버리는 것은 전체 사법 시스템의 골격을 뒤틀리게 하는 해법이다.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꼴이다. 변호사의 고유 업무영역인 법률사무 영역을 침범할 우려가 있다.
현재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도 할 수 없는 고소·고발인의 피해사실 진술 대리까지 노무사에게 허용하는 것은 현행 법률체계에 비춰볼 때 너무도 위험한 생각이다.
진술이 어려운 경우가 없지는 않겠으나, 이미 근로감독관들이 대부분의 사건에서 철두철미하게 제3자적 입장에 서지 않고 노동자 측에 온정적인 태도로 행정업무를 보는 게 사실임을 감안하면 노동자 진술을 대리하도록 규제를 풀겠다는 구상이 과연 확실히 필요한지도 따져야 한다.
오히려 노동 사건에서 일부 노무사들이 노동관계법령 위반으로 고소·고발된 사용자 측 조사과정에 입회하는 관행부터 없애는 게 노동자 권익 보호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관행적으로 사측이 고소 혹은 고발된 각종 노동사건에서 사측과 관계를 맺어온 노무사들이 입회하려 하고, 이를 허용하는 근로감독관도 적지 않다.
노무사의 직역 탄생과 자격증 부여 목적에 노동자 권익 보호가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런 행위를 못하도록 하는 게 실익이 더 크다고 본다.
한쪽에서는 사측에 가까운 노무사가 노동자 고발 등에 대한 방어방법을 조언하러 들어가고, 반대에서는 노동자가 제대로 진술을 못할지 모르니 진술 대리를 하게끔 허용하겠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전체적으로 노동자가 조사 시에 설사 진술이 매끄럽지 못하더라도 무리 없이 절차가 진행되도록 다른 문제점부터 바로잡고, 현재처럼 각종 서류 준비와 방향 조언 등을 하게 하면 문제가 없다. 이번 안은 그런 점에서 답답한 문제 해결에만 치우친 근시안적 접근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