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7시간의 악몽. 한미약품 투자자들이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상황에 휘말렸다. 하루 사이에 기술수출과 관련된 호재와 악재, 상반된 사실들을 공개한 것. 자칫 고의적 주가 조작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29일 오후 언론에 보도자료를 제공,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신약(HM95573)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사실을 알렸다. 늦은 오후에 배포됐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신약 개발에 유독 약한 한국 제약업의 상황 속에서 단연 노력해 온 한미약품이기에 더욱 뉴스를 읽는 독자들과 증권가의 호응을 얻었다.
그 결과 시간외 단일가 거래에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한미약품은 시간외거래에서 5.97%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다.
이어서 오늘(30일) 정식으로 장이 열린 직후에도 크게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오전 한미약품은 공시를 통해 악재를 신고했다.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지난해 기술수출됐던 내성표적항암신약 '올무티닙(HM61713)' 관련 소식이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이 신약에 대한 개발 권리를 반환했다고 한미약품은 알렸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 주가는 곤두박질을 시작했다.
◆"정상적인 업계 상황에선 벌어질 수 없는 일"
다른 제약업종에도 영향이 우려될 정도로 시장은 물론 전문가들의 충격은 컸다. 지난해 수조원이 넘는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리며 국내 제약업계 R&D 성장에 도화선 역할을 했던 한미약품이 이런 주가 급등락 상황에 휩싸이는 사태가 벌어진 것. 이에 따라 제약 대장주가 업계 전반을 끌어내리는 등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와 주식시장은 하루 종일 뒤숭숭했다.
여기에 문제가 하나 추가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번에 기술수출 계약이 파기된 올무티닙 임상시험에서 중증피부이상반응이 확인됐다(2명 사망)는 발표를 더해 충격이 더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는 정상적인 업계 상황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로 제약업계에서도 최초 사례"라며 당혹감을 표했다.
이어 "한미약품 IR팀은 공시 전에 해당 내용을 알았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더했다. 그는 이 사태에 대해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시간 외 공시 처리해 시세 차액을 챙기거나 특정인에 이익을 주려는 행위가 아니었나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제기했다.
이는 제약업계의 신화로 불리던 한미약품의 아성이 무너질 수 있는 중요한 의혹이다. 현재 한미약품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개인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어 향후 법정 소송까지 진행되는 등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
◆30분 새 주가 급락, 개인투자자들 큰 손해
지금까지 객관적으로 드러난 상황은 이렇다. 먼저 좋은 소식(HM95573 기술수출 성사)이 전해진다. 29일 오후에 이를 널리 알린다. 그런데 29일 저녁 늦게야 또다른 약(HM61713)에 대한 기술수출 문제가 차질을 빚었다는 소식이 들어온다.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다. 그 다음 30일에 식약처발 악재가 들어온다.
하지만 여기에는 어폐가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말을 아끼고 있으나, 이 같은 계약 파기를 상당히 빠르고 비우호적인 방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대두된다. 손을 떼기로 하면서 팩스나 메일을 보내는(상대가 읽든 말든 던진다는 개념으로) 것만으로 끝이 아니라 일정한 상거래상 격식을 갖춰 한미약품 측에 도달시켰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두 정보를 사실상 동시에 혹은 악재를 오히려 먼저 알았을 가능성을 모두 들춰봐야 한다는 지적에는 일리가 있다.
상황을 다시 보자. 지난 29일 증권 저널리스트들이 한미약품 주가가 122만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는 등 1조원 기술수출 계약 성사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앞다퉈 내놨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접한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대거 매입했으나 30분 사이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심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을 토대로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먼저 챙기거나 손실을 면하고 떠나도록 배려해 줬을 수 있다는 의혹을 거론할 수 있다.
실제로 한미약품 전 연구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결탁, 주가 조작을 시도한 예가 있기에 이런 부도덕한 행위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은 한미약품으로서는 전혀 억울할 일만은 아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비관적으로 전망되던 한미약품 주식을 애널리스트가 산 이유로 내부자에 의한 정보 유출이 있었을 것임을 넉넉히 추정할 수 있다고 봤다. 1심에 비해 증권가의 기본 금도를 어긴 악질적인 범죄로 확고히 간주, 더 높은 형량을 매긴 이유가 여기 있다.
◆정보공개 순서 일부러 짰나?
어쨌든 특정 투자자에 이익 챙겨주기(작전 범주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가 아니더라도, 동시에 혹은 거의 엇비슷하게 들어온 정보를 악재+호재 순서나 동시 공개가 아닌 호재+악재로 공개하는 방법을 선택한 자체가 회사의 불순한 이익 추구라는 지적은 유효하다.
일단 주가를 올릴 만큼 올리고, 추측성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다량으로 쏟아지게 묵과(방치)한 다음, 하락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두 정보가 동시에 밝혀지거나, 혹은 악재 먼저 알려질 경우 주가 향배는 최대 좋아야 상쇄처리를 통한 제자리 맴돌기일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의견을 가진 호사가들은 오히려 악재 먼저 공개할 경우, 일종의 마이너스가 날 수도 있다는 추측까지 덧붙인다. 기존에 기술수출로 얻은 기대감(과 그 가격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뒤 새 호재는 그대로 매도물량에 묻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투자자들이 한미약품에 거래 상대방인 베링거잉겔하임 측에서 파기 사실을 알리는 정보가 언제 들어왔는지, 아울러 제넨텍에 기술수출을 성공한 정보의 확정 시간이 언제였는지 모두 공개해라는 요구를 할 빌미를 만든 것이다.
한미약품으로서는 이런 굴욕적인 상황을 받아들이기 쉽지도 않고, 거래 상대방과의 신뢰 훼손 등 여러 악재를 추가로 만날 수밖에 없어 이를 수용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각종 추측만 난무할 수 있다는 것.
다만 지난 번 정보 유출 사건에 이어 이번에 투자자들의 이익 침탈적 행위가 연이어 터진 셈이라, 한미약품측이 초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수사 당국 혹은 수사 당국까지는 아니더라도, 금융감독원 등 정책감독 당국에 의해 이런 정보간의 상관관계 공개를 당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