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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골칫덩어리 비둘기 신세 '격세지감'

김수경 기자 기자  2016.09.30 19: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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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필자는 평소 비둘기 옆을 지나가는 것을 싫어합니다. 어린 시절 들었던 "비둘기가 날면 비둘기 비듬이 떨어진다"는 말을 아직도 맹신하기 때문인데요.

필자 외에도 비둘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는 '평화의 상징'이 아닌 '더러움의 상징'으로 전락했죠.



얼마 전 서울 당산역에서 본 안내문인데요. 당산역은 지상에 있는 공간이라 비둘기나 비둘기 배설물 등을 종종 볼 수 있어 이런 글귀가 있나 봅니다. 저는 이 안내문을 보고 비둘기가 환경부 유해동물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지난 2009년 환경부는 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했습니다. 당시 서울시가 비둘기 수를 조사한 결과 시내에 서식 중인 비둘기 수가 3만5000마리였다고 하는데요. 

잡식성이기에 길거리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나 때론 토사물을 먹으며 분비물과 세균을 옮기는 모습을 보니 지정될만하다고도 느껴집니다. 또 배설물은 문화재나 철구조물을 부식시킨다고 하네요.

한편으로는 비둘기가 이렇게 살았던 것이 아니기에 가엽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에 있죠. 비둘가 흔하지 않던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때 수천마리의 비둘기를 방사하면서 비둘기 수가 급증하게 됐습니다.

한때 흥행을 일으킨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도 이러한 장면이 고스란히 나오죠. 주인공 덕선이 88올림픽 개회식에 피켓걸로 참여했는데요. 개회식이 끝난 뒤 봉화에 타죽은 비둘기를 묻어주기 위해 들고온 장면은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88년도 덕선이는 비둘기를 불쌍하게 여겼지만, 현재의 우리는 병균 등의 이유로 비둘기를 처치곤란이라고 여깁니다. 이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한때 외국에서도 비둘기는 신성한 존재였습니다. 이집트에서는 순결을, 중국에서는 장수의 상징이었고요. 유럽에서는 전쟁의 소식을 전하는 전령사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었죠. 

그러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제 여러 외국에서는 비둘기를 날아다니는 쥐(Flying rats)라 부르는 등 반감이 높다고 합니다.

영국은 비둘기 개체 수 통제를 위해 런던시 트래펄가 광장 일대에 모이를 주는 행위가 금지됐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비둘기 집을 설치해 비둘기가 오게끔 유인한 뒤 알을 낳지 못하게 몇 차례 집을 흔든다고 하네요.

스위스는 모이 제공 금지와 더불어 비둘기 집을 세운 뒤 그곳에 있는 비둘기 알을 가짜 알로 바꿔 번식량을 조절했다고 합니다. 벨기에는 비둘기를 잡아 불임수술을 진행 중입니다.

이외에도 미국에서는 불임 모이를 통해 개체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자 노력 중이며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2005년 비둘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