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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의 이런 마니아] 레고, 손바닥에서 시작되는 세계

전혜인 기자 기자  2016.09.28 16: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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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누구나 취미생활 하나쯤은 있겠죠. 어떤 사람은 운동을 좋아해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또 어떤 사람은 추리소설 등을 보며 머리를 바쁘게 쓰기도 합니다. 그런 대신 지갑을 분주하게 여닫는 이도 있겠죠. '이런 마니아'에서는 현대인들의 여러 수집 취미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소개합니다.

손톱 하나만큼 작은 브릭(brick)을 꾸준히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 조각들은 기차가 됐다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됐다가, 어느 유럽의 고성이 됐다가, 또는 하나의 도시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전 세계 수억명의 어린이와 어른이 가장 사랑하는 장난감, 레고 얘기입니다.

덴마크의 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은 여러 번 사업 실패를 겪다가 우연히 만들던 목재 장난감이 주변에서 인기가 좋자 장난감 회사를 세우기로 결심합니다. '재미있게 놀다(PLAY WELL)'라는 뜻을 가진 덴마크어 'LEG GODT'에서 현재의 '레고'라는 이름이 유래됐습니다.

처음 레고는 목재 장난감에 집중했지만 몇 차례의 화재사고와 기술혁신을 거쳐 지금과 같은 ABS 수지를 이용한 무독성 플라스틱 브릭 형태가 만들어졌죠.

2대 사장인 고트프레드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은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레고만의 10대 규칙을 제정했습니다. 1963년에 발표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질 것 △남녀 성별에 초월할 것 △나이를 초월할 것 △안전할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이 규칙은 지금까지도 통용되고 있죠.

이런 레고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완벽히 정형화된 규격'과 '한없이 자유로운 호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형성과 자유성이 공존한다니 일견 모순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완벽한 규격을 가졌기 때문에 어느 제품에나 호환이 가능한 것이죠.

레고 브릭은 본질적으로 그 목적이 하나가 아니라 다양합니다. 만들어질 때부터 다양하게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졌고 만드는 사람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실제로 쓸 수 있는 책상이나 연주 가능한 악기, 심지어는 실제로 작동되는 총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네요.

1970년대부터 레고는 건물, 성, 기차역 등을 재현하던 기존의 레파토리에서 벗어나 기계장비나 로봇의 가동을 재현할 수 있는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바닥에서 시작해 쌓아 올려서 풍경을 만들어내는 기존 시리즈에서 상하좌우로 연결하고 회전축과 톱니바퀴, 때로는 모터를 달아 실제로 움직이는 장난감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레고를 조립하는 행위를 통해 아이들은 창의적·실험적·탐험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필자의 부모님은 꽤 엄한 편이셨고 특히 장난감에는 매우 엄격했지만 레고만은 항상 예외였죠.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누구나 차별 없이 좋아하고, 같은 제품으로도 몇 번이고 새로운 것처럼 놀 수 있는 데다, 브릭 한 개도 없어지면 안 되니 집중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한편, 한국에서 레고를 언급하려면 최근 몇 년째 이슈인 강원도 레고랜드 건설을 빼놓을 수 없죠. 일반적인 테마파크에서 볼 수 있는 웬만한 놀이기구나 각 국가의 특징을 살린 건축물들이 레고로 만들어진 미니랜드 등 레고랜드가 곧 한국에 상륙할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는데요.

디즈니랜드·유니버셜 스튜디오 등 글로벌 테마파크가 전혀 없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희망의 끈이었습니다만, 조사 단계에서 해당 부지가 대규모 선사시대 유적지임이 밝혀지는 등 여러 가지로 고난이 많은 사업이 되고 있죠.

다행히 바로 얼마 전인 지난 27일 다음 달 7일부터 레고랜드 건설을 위한 본공사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2018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레고랜드를 볼 수 있겠네요.

손바닥 위 작은 벽돌 형태의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세계, 오랜만에 모든 현실을 잊고 레고를 조립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