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구슬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쌀농사에 임했던 농민들이 허탈한 웃음을 지은 채 논을 갈아엎고 있다.
쌀 소비량이 점차 줄고 값싼 수입산 쌀과 재고미가 늘어난 현재 시점에서 '풍년'이라는 결실은 생계가 걸린 농민들로서는 썩 반갑잖은 일이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70년 136.4㎏에서 지난해 62.9㎏으로 반 토막 났다.
소비는 줄었는데 4년째 풍년으로 재고량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급증했다. 올해 벼 재배 면적까지 77만8734㏊로 지난해보다 2.6% 줄였으나 조생종 벼 값이 20% 이상 떨어져 전망도 어둡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432만7000톤으로, 수요량 397만톤보다 35만7000톤이 많아 정부는 34만3000톤을 '시장격리'(수확하지 않은 채 출하 정지) 조처했다.
농민단체들은 올해 역시 쌀 생산량이 423만~425만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협중앙회 양곡부가 제출한 '최근 2개년 농협재고 현황 및 쌀값 동향'에 따르면 올해 전국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은 매월 전년보다 7~8% 많은 재고가 쌓였고 상반기 쌀 재고량은 전년대비 11.6% 늘어난 450만톤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풍년-쌀 재고 증가-쌀값 폭락'이란 악순환의 반복에 2013년 이후 지속해 하락한 산지 쌀값은 이달 15일 기준 13만5544원(80㎏)까지 떨어졌다. 전년보다 15.1% 감소한 수치로 농민들의 입에서는 "쌀값이 1991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푸념이 쏟아진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내국민 대우 원칙 위반 때문에 해마다 40만톤이 넘는 쌀을 수입하는 실정이다.
이에 전북과 전남, 경북 등지 일부 농민들은 수확을 앞둔 볏논을 트랙터로 갈아엎었다. 22일 서울 도심에서는 6000여 농민의 쌀값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눈앞이 캄캄한 농민들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일각에서는 공급과잉이 누적됐음에도 적절한 수급조정정책 시행이 지지부진한 데 따른 정부 정책의 실패라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식생활 변화에 맞춰 논에 벼 대신 타 작물을 심도록 해 쌀 생산량을 줄이는 '생산조정제' 등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26일 전남도의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김성일 부위원장이 대표발의한 쌀값 폭락에 따른 대책 촉구 건의안이 전라남도의회 '제309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날 채택된 건의안은 정부에 대해 '공공비축미 매입물량 확대' 등 쌀값 안정을 위한 실효적 종합대책을 즉각 마련해 달라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외에도 정치권에서는 과잉물량인 35만톤을 전량 정부가 수매해서 쌀 가격을 안정시키고 공공비축미 매입 가격도 지난해 수준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 정부는 수요량 이상 생산된 물량을 전격 격리하겠다는 대책안을 내놓고 서둘러 시행함으로써 조기에 쌀값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매번 지적돼왔던 '농민-농협·민간 미곡종합처리장-도매업체-유통업체-소비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유통구조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유통단계마다 마진과 물류비가 붙어, 산지 쌀값이 떨어지면 소비자가도 내려가야 할 터인데 현실은 내려가기커녕 오히려 올랐다.

벼 수매가가 떨어져 제값을 못 받은 농민은 울고, 인상된 소비자가에 소비자는 황당함을 금할 수 없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밥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한국인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직거래 확대 등 유통구조를 개선, 모두가 'WIN-WIN'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