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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수주해도 끝 아냐" RG 난관 어쩌나

농협은행 제외 7개 은행사 분담 합의…상세 내용 협의 중

전혜인 기자 기자  2016.09.20 15: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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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두 달 가까이 끌었던 현대중공업그룹 수주에 대한 RG(선수금 환급보증) 발급이 우여곡절 끝에 갈피를 잡았다.

그러나 큰 틀의 합의만 이룬 상태인 만큼 향후 수주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RG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조선업계와 금융권의 눈치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9일 그리스 알미탱커스사로부터 31만7000톤급 규모 VLCC(초대형 원유 운반선) 2척을 수주했지만, 두 달 가까이 진척이 없는 상태다. 채권은행들이 RG 발급에 대한 합의를 이끌지 못했기 때문.

조선 '빅3'가 일제히 구조조정에 돌입한 이후 금융권에서도 조선업계 여신을 줄이는 등 새 RG 발급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까닭이다.

RG란 조선업체가 선박을 제 시기에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경우,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이다. 조선업체가 배를 적기에 납품하지 못하면 선박회사는 피해를 보게 되고, 이때 보증을 선 보험공사나 은행이 대신 피해액을 지불하게 된다.

조선사가 수주에 성공하면 채권은행은 RG를 발급해주고, 선주는 RG를 확인한 후 선수금을 조선사에 지불한다. RG가 발급돼야 진짜 수주가 이뤄진 것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은 현대중공업이 새로운 수주를 따낸 지난달 초 채권단을 소집해 조선업계가 자구안을 실행하기 시작한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여신을 가장 많이 줄인 순서대로 이번 RG를 발급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1순위에 해당하는 NH농협은행이 이 같은 기준에 크게 반발하는 등 각 은행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시간만 끌어왔다.

다만, 최근 나머지 7개 은행사가 분담해 RG를 발급해주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현대중공업이 수주절벽 상황에서 따낸 신규 수주가 취소되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자는 큰 틀의 합의다.

실행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합의 전이어서 하나은행은 채권단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번 주부터 협상을 더욱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또 있다. 똑같이 자구안 수행 중인 조선 빅3 중 대우조선해양은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의 자회사로 주채권은행 역시 산업은행이다. 따라서 새 수주를 따올 때 RG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가 거의 대부분 발급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러시아의 국영 선사 소프콤플로트사와 유조선 12척을 발주하는 사업에서 현대중공업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중 계약 체결을 목표 삼아 현재 선박 사양·납기 등 조건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유조선 12척에 대한 수주 계약은 총 6억6000만달러 규모로, 지난 VLCC 2척 계약인 1억8000만불 규모에 비해 3배가 훌쩍 넘는 수준이다.

당연히 RG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VLCC 2척에 대한 RG 발급조차 금융업계가 꺼리는 상황에서 조선사가 큰 수주에 성공한다고 해도 금융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존에는 RG 발급에 대한 우려가 없었는데 최근 수주를 하고도 RG 때문에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구조조정 중이라고는 해도 부도 상태도 아니고 수주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인데 은행에서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나오면 허탈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19일 업계에서는 드디어 삼성중공업이 올해 들어 첫 수주에 가까워졌다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중공업은 이탈리아 애니사가 발주한 모잠비크 코랄 가스전 프로젝트를 사실상 수주한 상태다. 해당 프로젝트의 총 규모는 25억달러 규모며, 삼성중공업이 올해 목표로 삼았던 수주액의 절반가량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가 공동 설립한 사업평가기관 조선해양정보센터에서 RG 발급을 위한 수익성 평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