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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살인기업' 현대중공업은 안전 불감지대?

전혜인 기자 기자  2016.08.08 14: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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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휴가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달 26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해양공사2부 경성ENG 소속 노모씨가 해안 5안벽에서 익사 상태로 발견됐다. 19일 해양생산지원부 신모씨가 추락사고로 사망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발생한 사망사고다.

이로써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만 7번째다. 다시 말해, 달마다 한명씩 노동자들이 죽어 나갔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발생한 사고사만 33건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산재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회사 차원에서 덮은 '수상한' 사망과 부상사고는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주장도 있으니, 지난해 울산지역 노동단체들이 선정한 '2015 최악의 살인기업'이란 오명을 받은 것도 납득이 되는 수준이다.

가장 큰 문제는 현대중공업의 태도다. 매년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현대중공업의 대응은 한결같이 유족들 및 국민에게 사과를 반복하고 안전관리대책을 손보겠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지난 4월 현대중공업에서 열흘 사이 세 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터진 이후, 현대중공업은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전사 안전 대토론회를 실시했으며 '안전관리종합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아울러 지난달부터는 △보행·운전·작업 중 스마트폰·이어폰 사용 금지(출퇴근 시 포함) △이동 및 작업 중 흡연 금지 △차량·오토바이·자전거 운전 시 30㎞ 이하 사내 규정속도 준수 등의 내용을 포함한 '7대 절대 안전 수칙'을 시행, 철저한 안전관리를 약속했다. 그럼에도 사고는 또 일어났다. 현대중공업 정도 되는 '효율적인' 대기업에서 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사람이 많으니 사고도 잦을 수밖에 없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많다고 해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인원당 사망비율로 따져도 현대중공업의 사망률이 높다. 올해 들어 삼성중공업은 사고사 2명, 대우조선해양은 사고사 인원이 없다.

업계에서는 딱히 현장의 분위기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즉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유난히 안전의식이 결여됐거나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더 안전을 확실하게 챙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만큼 현대중공업 노사가 협력해서 안전에 대한 문화를 더욱 확고히 다져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서로 각자의 탓만 하고 있다. 사측에서는 애써 예산을 확충해 설립한 안전수칙을 노조가 '단협에 없는 내용'이라느니 '처벌이 과하다'고 불평하며 트집만 잡고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에 반해 노조는 사측이 내놓는 안전관련 안건이 현장 사정과 동떨어져 현실성이 없어 따르기 힘들다고 말한다. 안전관련 전문가를 재선임해 진짜 안전수칙을 새롭게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그러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측의 관리소홀을 따지며 들고 일어나는 노조가 사측이 제안하는 최소의 안전수칙조차 반발하는 것은 비판을 받을 여지를 스스로 남겨두는 것과 다름없다. 안전은 권력싸움이 아니다. 안전 불감증에 걸린 노사 지도부가 협상 테이블에서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을 때, 하청업체를 포함한 노동자들은 지켜줄 곳 없는 현장에서 사고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