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화려한 구두를 들었다 놨다 하다 결국 그냥 돌아서는 일본 백화점의 풍경. 기분 내킬 때 백화점 쇼핑에 나서기보다는 출장세일 등 기회를 따라다니는 고객이 늘어나는 한국 백화점의 세태.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적게 눈에 띄고, 고객들의 씀씀이도 크지 않아 보인다. 이는 한국과 일본 양국 백화점에 아이쇼핑(윈도쇼핑)을 다니면 공통으로 보게 되는 모습이다. 두 나라는 모두 경제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2~3일 일본 도쿄 번화가인 신주쿠와 시부야 등을 돌아본 결과 일본 백화점은 활기를 띠었다고 표현하기에는 어려운 사정으로 보였다. 이미 외국인 관광객의 면세 싹쓸이 '폭매(바쿠가이=爆買い)'에 길들여졌던 중에 이 같은 폭매 흐름이 둔화되면서 우울한 상황에 빠져드는 모습이 역력했다. 

예를 들어 오다큐백화점 신주쿠점은 세이부 이케부쿠로점 등과 함께 화장품 면세 구매 수속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아예 면세 카운터를 화장품 매장으로 이전했던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러나 현재 오다큐 내부는 화장품을 살피는 고객이 많지는 않다. 이제 일본에서 외국인들이 사 가는 건 명품이 아니라 화장품뿐이라고 우리에게 알려진 것보다도 한층 더 나빠진 양상이다. 침구류 등 계절용품을 찾는 현지 고객 수요가 일부 층에 모이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면세 폭매효과도 끝' 日 백화점, 이제 뭐 먹고 살지?
실제 지난 6월 하순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백화점 매출은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백화점협회가 집계한 5월 전국 백화점 매출은 4629억엔(약 5조원)으로, 작년동월 대비 5.1% 감소하는 등 지역과 (백화점)규모에 관계없이 유사한 소비 동향에 빠져 매우 힘든 상황(콘나이 테쓰야 일본백화점협회 전무 기자회견 발언)이다.
사실 이런 상황에는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인의 폭매 현상 감소 외에도 다른 일본 경제 사정이 짙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풀이가 따른다. 엔화 강세와 주가 하락으로 부유층의 소비마저 얼어붙는 현상이 백화점 경기를 통해 투영되고 있다는 것.
이시하라 노부테루 경제재생장관이 이달 2일 각의(우리의 국무회의)에 보고한 경제백서에서는 일본에서는 지난 1년간 개인소비와 설비투자가 부진하고 최근 엔화 강세 여파 등으로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개선 움직임이 둔화된 조짐이 확연했다.
무엇보다 이 자료를 보면 최근 정체가 계속되는 개인소비 실태도 민감하게 나타나는데 20~30대 젊은층의 위축 상황이 두드러진다. 이 연령대의 지난해 가처분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6.5%로, 다른 세대의 그것보다 5~30%포인트 낮았다. 
이는 다른 세대보다 이들이 비정규 고용 비율이 높고 육아나 교육을 위한 지출이 계속돼야 하는 상황에 처한 만큼 소극적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백화점 젊은층 기여도 하락, 일본 전철 답습하는 듯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와 유사하다. 유통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는 지난 6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동월 대비 11.8% 늘어 5년 2개월여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백화점이 소비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작년 3분기까지 매출이 역성장해온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동기 메르스 효과에 따른 기저효과가 이처럼 나타나는 것뿐이라는 착시효과 우려도 만만찮다. 일각에서는 소비자심리지수가 작년 평균치를 밑돌면서 상반기 백화점 매출 성장률이 암울하다는 우울한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6월부터 전개한 백화점 여름 세일 성적이 부진했다는 점은 이런 걱정을 뒷받침한다. 주요 백화점의 여름 정기세일 상황을 보면 롯데백화점의 경우 이번 세일에(6월30일~7월17일 기준) 기존점 매출은 전년대비 4.5% 신장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여름 정기세일 매출도 전년동기에 비해 3.1% 신장에 머물렀다. 신세계백화점만 매출 신장률이 같은 기간 12.3%로 두 자릿수였다. 대체로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런 상황에서 아울렛, 할인마트나 인터넷 구매(및 해외직구) 등 소비 패턴이 다양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도 한국의 젊은층도 일본 못지 않게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하는 모습이 역력한 것으로 진단된다.
신세계백화점에서 30대 이하 비중은 2013년 40.2%에서 지난해 37.3%로 줄었다. 50대 이상이 같은 기간 32.3%에서 34.4%로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30대 이하 매출 비중이 31.8%에서 31.6%로 감소했다. 일본 백화점들이 실버층 중심으로 재편된 것을 닮는 양상이다. 일본에서는 게이오백화점처럼 매출 70%를 실버층에 의존하는 특화 백화점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은 이미 비정규직 등 소비활성화 초점, 한국은?
소비 위축 국면에 대한 해법은 소비를 진작하는 것인 만큼 경기활성화를 위한 부양책에 양국 모두 관심이 높다.
일본 후생노동성 심의회는 최저임금을 현행 798엔에서 향후 822엔(약 8900원)까지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2002년 이후 최대 인상폭이다. 이에 따라 전체 고용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아베 정권은 '1억 총활약 사회' 계획에 따라 최저임금을 손질하는 등 소비활성화에 군불을 지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7월 말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내놓은 '경제적 행복의 장애요인'에서는 한국인들도 올해 하반기 한국경제의 회복을 가로막을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국내소비 부진’(54.0%)'을 가장 많이 거론했다.
더불어 올해 하반기에 우리 정부가 중점 추진해야 할 과제가 '경기활성화 대책'(47.4%)이라는 답변이 절반에 가깝게 많았다. 소비위축 문제에 대해 국민들도 큰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
최근 공개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무엇보다 소비진작이 기업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회복되지 않으면 관련(가계부채) 리스크는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처럼 막힌 혈을 제대로 뚫지 못하면 연쇄 악순환 탓에 경제 전반에 위기가 올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최근 중앙정부에서 검토하는 '범국민 쇼핑관광축제' 카드 등은 소비진작을 고심한 결과물이지만, 막상 국민들의 닫힌 지갑을 여는 효과에 대해서 의견이 엇갈린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 수당 등 대책에 몽니만 부린다는 지적을 귀담아듣고 일본처럼 밑에서부터 효과를 볼 수 있는 소비진작 대책을 택해야 한다는 우려는 그래서 유효해 보인다.
이렇게 한국과 일본 백화점업계가 고전하는 동병상련의 이모저모는 두 나라 경제가 일정 시차는 있어도 비슷한 길을 가고 대응책에서도 살필 점이 많다는 속설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여러 시사점을 던지는 화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