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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선업계 '자금지원' 호소 전에 신뢰회복 먼저

전혜인 기자 기자  2016.08.05 13: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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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줄줄이 무너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조선 '빅3'이지만 그래도 근근이 수주 성공 소식이 들린다. 그러나 수주 소식에 오히려 더 근심이 깊어지는 곳도 있다. 조선업계의 자금줄을 쥐고 있는 금융업계다.

이야기는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수주절벽으로 한계에 몰린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이 지난 2013~2014년에 대규모 분식회계를 자행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더욱이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부실위험 가능성을 분명히 인지했으면서도 눈 감았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금융권이 술렁였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부실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지목받은 이후 조선업종에 대해 각 은행마다 리스크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선업계는 금융권의 방어적인 자세 때문에 자금난이 심각하다며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은행의 직접적인 관리를 받는 대우조선과는 달리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시중은행의 익스포저 비중이 높다. 그런 만큼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풀지 않으면 계획했던 구조조정조차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조선업계의 항변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중공업은 여신 회수, 현대중공업은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이 문제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은행들은 만기가 닥친 대출금 연장을 3개월로 제한하고 있다. 일반적인 기업 만기 연장이 1년 단위인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압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현대중공업은 당장 발급해야 하는 RG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RG는 선주가 선박을 주문할 때 지급한 선수금에 대해 이후 선박이 계약대로 인도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은행이나 보험사에 가입하는 보험이다. RG를 통해 선주는 선박을 제대로 인도받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선수금을 대신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 건조과정에서 기술부족 등의 문제로 인도지연이 빈번히 발생한 바 있어 시중은행이 발급을 꺼리는 것.

금융당국이 앞장서 조선사 자금 지원을 지속하라는 압박을 시중은행에 하고 있으나 은행들은 "앞으로 조선사 RG 발급에 있어서는 국책은행이 앞장서는 게 바람직하다"는 자세를 고수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부실이 확인된 대우조선과 달리 정상기업이고 회계법인의 인가를 받은 자구안도 착실히 이행 중인데, 오히려 금융권이 자금줄을 틀어막아 회생이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는 불평이다.

그러나 금융권에게 익스포저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강요할 타이밍은 이미 지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경제연구소에서는 "재무제표에서 '분식회계 징후'를 드러내는 기업이 대우조선해양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잔금 규모가 선수금·중도금보다 훨씬 큰 헤비테일(인도 때 대금 대부분을 받는 방식) 계약구조 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이미 한 번 어긋난 신뢰를 돌이키기에는 부족한 변명으로 들린다.

금융권은 대우조선 탓에 산업은행이 전국적인 비난의 한가운데에 휘말린 것을 알면서도 무작정 대출을 확대할 수는 없다는 견해다. 삼성중공업의 만기를 3개월만 연장해준 것도 같은 맥락으로, 기업에 대해 감시의 시선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제 무작정 '믿고 맡겨달라'고 할 시점은 지났다. 구조조정에 힘을 쏟는 조선사들은 어려운 시기에 겨우 따낸 수주에도 반색 없이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은행에 서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지금만 버티면 된다'는 식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금융사와 더불어 국민에게 업계의 신뢰를 되찾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