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덕 기자 기자 2016.08.02 14:40:11
[프라임경제] 라이트 형제가 1903년 동력비행기로 첫 비행에 성공하기 전, 하늘을 날아 세계 각지로 여행 다니는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혹은 20년 전 개개인이 전용 전화기를 들고 다니는 일은요? 과학기술 발전으로 10년 후를 예견하기 어려운 현재 '특종 미래일기'에서는 머지않은 미래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올 '잇(IT)템'을 소개합니다.
#. 2030년 어느 날 서울 소재의 무역회사. 오늘은 영어초보 김아무개(30)씨의 첫 해외 바이어 미팅이 계획된 날이다. 하지만 김씨의 표정에서는 조금의 긴장감도 찾아볼 수 없다. 근처 한 식당에서 마주한 둘은 각자의 언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간 결과 성공적으로 계약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지구상에는 180국 7000여개의 언어가 존재합니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7000여개의 언어를 모두 마스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죠. 이에 74억 인구에게는 언어라는 장벽이 존재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장벽도 머지않은 미래에 사라진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실시간 통·번역기 덕분인데요. 이 기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골소재로 꼽힐 정도로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도 완벽히 구현해내는 것은 어렵다고 합니다. 언어의 중위성 때문이라는데요. 하지만 최근 글로벌기업에서 인공지능 연구에 박차를 가하면서 관광·일상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실시간 통·번역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미국 벤처기업 웨이버리 랩스(Waverly Labs)가 선보인 '파일럿(Pilot)'입니다. 이 제품은 내년 출시를 앞두고 크라우드펀딩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제품 성능은 티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죠.
영상에는 미국인 남성과 프랑스 여성이 등장합니다. 남성이 영어로 말하자 프랑스어 음성이 흘러나오고 여성이 말하는 프랑스어는 영어로 통역돼 나옵니다. 하지만 △파일럿 보유한 사람끼리만 가능 △실시간 통역 불가 △영어, 스페인어 등 4개 국어만 지원하는 등 극복해야할 한계도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말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실시간 통·번역기는 언제쯤 대중화될까요? 업계 전문가들은 4년 후, 즉 2020년이면 가능할 것으로 입을 모았습니다. 다만 인간과 같은 수준의 대화에는 2030년까지도 미뤄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는데요.
필자는 현재 이미 관광·일상생활에 필요한 수준의 통·번역을 지원하는 기기가 출시됐는데, 대중화까지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 지 궁금해졌습니다. 이에 ETRI 자동통역연구실 윤승 선임연구원과 국내에 실시간 통·번역기 '매직톡'을 출시한 김병규 에스앤아이스퀘어 대표에 물었습니다.
윤 선임연구원은 "영화에 나오는 수준도 기술적인 부분은 완성단계다. 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인공지능 데이터베이스(DB)와 머신러닝 부분을 축적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울 뿐"이라면서도 "현 추세라면 2030년 인간이 대화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번역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 또한 "실시간 통·번역기 원리는 언어를 인식하고, 인식한 언어를 번역하는 2가지 단계로 구분 지을 수 있다. 현재 언어 인식은 단어기준 95% 정확도를 기록할 정도다. 다만 이를 번역하는 형태분석이 당면과제"라면서 "사람들은 언제나 주어, 목적어, 동사를 갖춰 말하지 않는다. '밥 뭇나'라는 말에는 주어도 목적어도 없다. 또 '니 밥 뭇나 아침'이라는 식으로 어순도 바꾸어 말하기도 한다. 이는 결국 음성 및 언어 데이터베이스 축적과 머신러닝과 같은 기계적 학습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며 윤 선임연구원 의견에 살을 보탰는데요.
이어 그는 완벽한 수준의 통역기 실현에 대해서는 "일본은 2020년 올림픽을 통역 없는 올림픽을 모토로 정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면서 "이러한 대대적인 투자만 병행된다면 10년 안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어는 타 언어에 비해 발전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어·불어·프랑스어 등보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시장이 작아 관련 기술을 선도하는 구글·시스트란 등에서 관심(투자)을 배제할 것이라는 것이 골자인데요.
이에 대해 이종호 시스트란 인터내셔널 상무는 "한국 시장의 규모는 작지 않다"고 운을 떼며 "한류 콘텐츠는 본사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 미국, 일본 등지에서 한류 콘텐츠 교류가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에 집중적인 한국어 연구가 한창"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종합하면 산·학·연 모두 빠르면 4년, 늦어도 15년 안에는 설국열차 속 실시간 통·번역기가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성장 그래프는 일정 속도로 증가하지 않는다. 급격히 꺾이는 순간이 온다"는 윤 선임연구원의 말처럼 10년, 아니 5년 후에도 실현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에 전 세계 180국 7000여 언어를 사용하는 74억명 인구가 실시간 통·번역기로 하나 될 날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