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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면 뭐해" 배타적사용권, 또 제기된 무용론

절차·공개 의무 까다롭지만…보호기간 길어야 6개월, 제도적 구속력 '있으나 마나'

추민선·이윤형·김수경 기자 기자  2016.08.01 15: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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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적사용권의 독점판매 보호기간은 최대 6개월로 매우 짧습니다. 이 기간이 끝나면 유사상품이 쏟아지기 마련이라 굳이 획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 A증권사

"취득을 위한 심의·절차가 까다로울 뿐 아니라 우선판매권 신청 시 해당 금융상품의 세부내용 등 민감한 부분까지 공개해야 합니다. 이는 허가 혜택은 못 받는데 기업비밀만 노출하는 셈이죠." - B은행

"보험은 필요한 사람들만 가입하는 만큼 독창적인 상품은 잘 팔리지 않아요. 이 때문에 배타적사용권 획득 노력보다 대중적인 상품을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 C보험사

[프라임경제] 지난 2001년 금융 신상품 개발 촉진 등을 위해 독창성 있는 금융 신상품 보호하고자 마련된 금융권의 '배타적사용권(보험·금융투자)'과 '우선판매권(은행)'에 대한 관련 업계의 외면이 지속돼 제도 무용론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 제도들은 독창적인 금융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각 협회가 신청 금융사에 부여하는 일종의 특허권으로, 개발사의 이익보호를 위해 일정기간 상품을 독점 판매할 수 있도록 인정해준다.

그러나 이 같은 독점판매권을 획득하기 위한 심의기준은 까다로운데 반해 독점판매 기간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에 그친다. 이런 만큼 실제 금융상품 판매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해 업계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다.

◆제도신청, 보험·증권은 '어쩌다' 은행은 2007년 이후 '단 한 건도'

배타적사용권은 보험, 금융투자업계에서 가끔 신청 건수가 나오지만, 그마저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투자업계(증권·운용사)에서 배타적사용권을 부여받은 신상품은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24개에 불과하다. 올해는 그나마 신청했던 한 건도 심사 과정에서 기각되면서 0건을 기록 중이다.

보험업계는 올해 금융당국이 배타적사용권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까지 확대하고 침해 보험사에 대한 제재금을 1억원으로 높이면서 생·손보사 합쳐 모두 10건의 배타적사용권을 받았다. 기존에는 연간 7~9건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반년 만에 이를 넘어섰다.

은행권의 경우 지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우선판매권 신청 건수는 29건으로 이 중 은행신상품심의회의 통과를 받은 것은 7건에 머물렀다. 특히 2007년 이후에는 단 한 건의 신청도 없었다.

◆통상 2~3개월 너무 짧아 '독점판매' 의미 없어

배타적사용권과 우선판매권 신청이 미약한 이유는 이 제도가 신청 금융사에 유용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진단이 업계에 지배적으로 깔렸기 때문이다.

먼저 사용권 허가에 따른 독점판매기간이 짧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각 협회별로 부여되는 독점판매 기간은 생·손보협회(최장 12개월), 금융투자협회(최장 6개월), 은행연합회(최장 5개월)로 정해졌지만 신청한다고 무조건 최장 기간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에서 허가된 상품 총 47개 중 절반가량은 독점판매기간 3개월(22건)을 부여받았다. 이어 △2개월(9건) △4개월(7건) △1개월(6건) △5개월(3건) 순이었으며 최장 부여기간인 6개월은 전무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통 배타적사용권 기간은 2~3개월 정도로, 홍보부터 판매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이 같은 기간은 독점판매기간에 있어서 유명무실하다"고 짚었다.

은행권 관계자도 "우선판매권(배타적사용권) 허가에 따른 5개월이란 독점 기간은 신상품 출시를 위한 약관 심사, 개정 및 소비자 반응 등을 확인하는 기간과 별 차이 없다"고 꼬집었다.

◆허가혜택 없이 기업비밀 노출 피해만

일각에서는 배타적사용권 신청 시 금융상품의 세부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후발주자의 카피상품 출시를 앞당기는 요인이 될 뿐이라고 지적한다.

새 상품을 개발하더라도 내용을 조금만 고치면 다른 상품으로 간주돼 보호받을 수 없고, 독점판매 허가를 받더라도 보호 기간이 짧아 사실상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타적사용권을 허가받기 위해서는 해당 상품에 대한 모든 내용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판매권을 보호받기보다는 독점상품을 공유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며 "서비스나 상품 비밀 유지 차원에서라도 사용권 신청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제언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도 "아이디어나 독창적 시스템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배타적사용권 허가가 나도 짧은 보호기간 때문에 판매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독점기간 종료 후 대형사가 유사상품으로 공격적인 판매에 나서면 오히려 손해를 본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은 비용이 들지 않는 배타적사용권 대신 특허 출원 및 등록 절차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특허청이 주관하는 BM특허(비즈니스모델 특허)에 의지한다. 금융사에서 자체 개발한 아이디어가 특허로 등록되면 지적재산권 보호뿐 아니라 특허 소송에 따른 특허료 수익도 확보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까다로운 심사…업권마다 규정 다 달라

까다로운 심의 절차도 제도가 활용하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은행의 경우 현재 은행연합회의 신상품심의위원회는 △소비자대표 △투자신탁 법률전문가 △회계사 △학계 △판매사임원 △운용사임원 △특허관련전문가 △협회임원 등 최소 8명, 10명 이내로 구성된다. 이는 보험, 금융투자업계보다 약 3명 더 많은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우선판매권 허가하기 위한 위원회 의결은 재적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위원의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점수합계에 따라 △90점 이상(6개월) △75점 이상 90점 미만(3개월) △60점 이상 75점 미만(1개월) △60점 미만(비부여) 등 우선판매권이 부여된다.

위원회 의결 정족수와 심의기준은 보험, 금융투자 각 업권마다 다르게 규정됐다.

이와 관련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배타적사용권을 취득하기까지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심의 과정도 쉽지 않다"며 "짧은 독점 기간이 끝나면 비슷한 상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굳이 이 과정을 통과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투명성·공정성 확인 불가… 특허법 문제도

심사 과정을 비공개로 부치는 점도 문제다. 각 협회의 신상품심의위원회는 배타적사용권 획득 여부만 공개하고 부결 사유 등은 알려주지 않으며 평가 체크리스트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상품심의위원회가 아무리 객관적으로 심사했다고 주장해도 배타적사용권 획득에 실패한 보험사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이와 함께 금융상품이 특허법에 의해 보호를 받으려면 산업에서 이용할 수 있는 발명(특허법 제29조)이어야 하지만 순수금융상품은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이는 배타적사용권을 받은 회사와 추후 유사한 상품에 대한 특허를 취득한 회사와의 충돌, 금융권별 자율결의와 특허법과의 충돌 가능성을 야기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금융권 한관계자는 "한 예로, 금융투자업계에서 기각된 상품일지라도 타 금융권에서는 배타적사용권이 부여될 수 있기 때문에 금융권별 형평성 유지가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배타적사용권은 자율규제기관이 아닌 법적기관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 보태 "펀드 운용성과를 비교하는 기준, BM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금융상품의 경우에도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만큼 현행 특허제도와 별도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