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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수주잔량 12년 만에 바닥…中·日은?

업계 "정부 주도 선박발주 적극적으로 나서야"

전혜인 기자 기자  2016.07.26 11: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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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 조선소의 수주잔량이 바닥을 쳤다.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자국 조선소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중국, 일본 정부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이달 22일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조사기관 클락슨 리서치가 발간한 '세계 조선소 모니터' 7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 조선업체들의 수주잔량은 총 2508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다. 이는 전 세계 수주잔량 중 25%를 차지하는 양으로, 지난 2004년 1월 한국이 기록한 2417만CGT 이후 최저 수준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조선업 불황의 여파를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상반기에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의 수량은 761척, 총 1833만CGT였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224척, 총 632만CGT로 전년동기 대비 약 66% 감소했다.

◆한국 수주잔량 소모 심해…발주 적고 인도 많아

새로 발주되는 계약의 수는 적은데 배는 만들어져서 계속 인도되고 있으니 수주잔량이 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 세계 수주잔량은 역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12% 감소했다.

여기서 문제는 경쟁국에 비해 수주잔량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클락슨 리서치 자료를 보면 중국과 일본의 수주잔량은 전년 상반기 대비 각각 11%, 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20% 감소세다.

또 중국이 상반기 240CGT, 일본이 80CGT만큼의 선박을 인도하는 데 그친 대신 한국은 같은 시기 650만CGT를 인도했다. 이는 전 세계 인도량의 35%에 이르는 규모다. 다시 말해 중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새로 수주한 선박의 수는 적고 대신 인도한 선박의 수만 많았다는 얘기다.

실제 이번 상반기 총 발주된 선박 224척 중 한국이 수주한 물량은 27척(80만CGT)으로 전체 물량의 13%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한국이 151척(685만CGT)으로 전체 신규 발주량의 37%를 독식했던 것에 비하면 88%나 줄어든 수치다.

한국은 올 상반기 92척(240만CGT)를 수주하는 데 성공해 전체 발주량의 38%를 차지한 중국에 크게 밀렸을 뿐 아니라 8척으로 수량은 적지만 대형 크루즈선 수주로 톤수가 89만CGT에 달하는 이탈리아에게도 뒤져 3위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중국을 보고 참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적인 수주절벽 위기 속에서 중국과 일본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기업과 자국 선사의 발주에 의지함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했다. 업체의 힘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때라는 것을 인지한 결과다.

클락슨 리서치는 또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기업이 발레막스선 30척을 발주하는 등 대규모 주문을 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일본 역시 올 상반기 수주량 56만CGT 중 자국 선사가 발주한 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한국 조선업체가 국내 선사와 체결한 계약은 전체의 29% 수준으로, 그 중 가장 큰 계약은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SK E&S로부터 LNG선 2척을 수주한 것에 머문다.

◆정부 지원 필요…선박펀드 등 자금지원 늘려야

문제는 국내 선사들이 조선업을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오히려 조선업계보다도 더욱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대표 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이미 채권단 관리 하에 자율협약에 돌입한 상황으로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추라는 지령을 받은 터다. 자산도 줄이고 있는 현재 조선사를 위해 신규 발주를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지 않고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단이 전무하다는 결론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지난 22일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11조원를 편성, 그중 1조9000억원을 조선사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수주 기근에 시달리는 중소조선사에게 해경 함정·관공선 등 61척을 발주하고 설계·착공 등 기초비용으로 추경 중 일단 1000억원을 배정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안을 내놨다.

주형환 산업통상부 장관 역시 지난 23일 경남 거제를 찾아 '조선산업 대표와의 간담회' 자리에 참석해 조선업 및 협력사 대표들과 만났다.

주 장관은 "조선산업 생태계를 단기 충격으로부터 보호해 연착륙시키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선박펀드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여기 더해 관계자들은 "물론 정부가 발주하는 관공선도 도움은 되겠지만, 그보다 더욱 구체적이고 다양한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사와 해운사가 모두 어려움에 처한 때에 두 업계 모두를 살릴 수 있는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꾸준히 선박펀드를 위한 자금을 운용하고 있으나 아직 충분치 않은 수준"이라며 "자금난 해소와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한 대출·보증·선박펀드 등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