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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만 통일? 롯데 '하늘샘-백산지' 동북공정 '쌍끌이' 부역

백산지 관련 소극적 자세 일관 작년부터 선회…트레이드 드레스 악용 논란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7.25 18: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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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청정지역과 민족영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시작했던 '백두산 마케팅'이 결국은 중국의 과도한 민족주의에 모른 척 편승해주는 상황으로 변질돼 버렸다. 급격히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되는 롯데 '백두산 하늘샘'의 이야기다.  

롯데칠성음료(이하 롯데)는 2012년 하반기 백두산 하늘샘이라는 브랜드의 제품을 출시, 제주 화산암반수가 독주하던 국내 생수 시장을 백두산 대 한라산 구도로 재편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한편, 롯데는 백두산의 취수 사업을 본격 활용, 중국 생수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4년 5월 롯데의 자회사들을 활용, 중국 북경과 상해 등지에서 백두산 생수 판매를 시작한 것. 이때 중국명으로 '백산지'로 판매를 시작했다.

중국 생수 시장은 2013년 이미 90억달러 규모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크고 성장 가능성도 높아, 롯데로서는 그냥 놓치기 아까운 영역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백산지라는 명칭을 사용, 중국과 한국의 정서적 간격을 메우는 방식을 택했다.

중국에서는 장백산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므로 백두산이라는 표현을 고집해 인지도 저하를 감수하거나 민족적 감정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소극적 견지에서 이런 명칭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백두산 일대에는 백산시라는 도시 지명도 있다. 백산지를 명칭으로 하고,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 글씨를 사용하는 한편 소극적으로 장백산에서 취수한 물을 사용했음을 알리는 문장을 작게 삽입한 게 백산지의 초기 모델 포장이었다.

바뀐 포장 '한국인들도 우리 장백산 물을 먹는구나' 오해 노렸나?

이 당시에는 국내 시판용 백두산 하늘샘 역시 흰 바탕에 주안점을 두되 전체적으로 중국 판매용 백산지와 다른 기조의 포장을 사용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7월에 이르러 백두산 하늘샘이 녹색을 강조한 포장을 새롭게 사용하고, 롯데 측이 본격적으로 백산지 브랜드 띄우기에 나서면서 일이 복잡해졌다.

롯데가 국내용으로 리뉴얼한 데 그치지 않고, 중국 백산지에서도 이 같은 포장을 공통 사용하고 나선 것.

즉 중국에서 한글을 모르는 중국인이 백산지를 구입하게 되면, 한 쪽에는 한글로 '백산지'라는 명칭이 붙고 그 위에 영문으로 장백산에서 취수했음을 알리는 'Origin of Mt.Chang Bai' 표기를 보게 된다(반대 쪽은 한자 표시).

이는 단순히 한류 열풍을 판매에 이용하기 위해 중국에서도 우리 국내 포장과 통일을 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렇게 중국(백산지)과 한국(백두산 하늘샘)이 사실상 거의 같은 포장을 사용하면서 '한국인들도 장백산이라는 표현에 대해 같은 포장을 사용(용인)한다'는 오해를 사는 것은 롯데 측이 자사의 국내 '트레이드 드레스'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것이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제품의 고유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크기·모양 등의 무형의 요소다. 상표나 특허 등록 등이 따로 없더라도 어느 상품은 어떤 이미지를 갖는다는 인식 자체가 형성돼 시장의 보호를 받을 정도면 트레이드 드레스가 인정된다.

이에 더 나아가 국내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롯데의 기업 이미지까지도 함께 '착각 가능성과 그로 인한 경제적 효과'에 넘긴 것으로까지도 볼 여지가 있다.

◆'김수현 파동' 봤으면서도 '백산지 상표등록' 집착적 행보, 왜?

단순히 포장지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위에서 말했듯 롯데가 처음 중국 시장을 노크하던 때의 백산지 명칭 사용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과 태도를 담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에 이르러 롯데는 우리 상표권 관리 당국에 백산지, 백산지 하늘샘, 白山池 등을 적극적으로 등록해 실제로 등록 번호를 받아냈다.

이는 2014년 인기 탤런트 김수현이 '별에서 온 그대' 열풍 이후 중국 현지 생수 업체의 광고 계약을 했다 홍역을 치른 이후 진행된 것이라 더 눈길을 끈다. 당시 중국 현지 업체인 만큼 장백산 표기가 두드러진 제품을 우리나라 배우가 홍보한다는 점에서 부정적 여론이 일어난 바 있다.

사실 과거에는 장백산이나 백두산은 하나의 산을 바라보는 이해 당사자 양국 간의 명칭 차이라고만 볼 여지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 동북공정의 하나로 장백산문화권이라는 개념을 활용하는 등 행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장백산은 더 이상 가치중립적 표현이 아니다.

1998년 6월 중국 정부는 국무원 비준을 거쳐 지린성 정부에 대해 '백두산 천지'를 '장백산 천지'로 바꾸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1999년 1월 중국지도출판사에서 나온 '중국지도집' 제2판부터는 '장백산 천지'로 바뀌어 기재됐다는 것.

결국 초반에는 해외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해당 국가의 국내 표기를 존중하는 정도에서 현지화된 포장을 사용하는 데 머물던 롯데는, 이후 유사 사안 때문에 홍역을 치르는 김수현 케이스를 보고 문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도 백산지 상표권 강화를 적극적으로 채택한 셈이 된다. 모르고 한 일 내지 우연의 일치로 볼 사안은 확실히 아닌 셈이다.

따라서 양국에서 포장을 서로 통일해 활용하면서 중국 시판용에 장백산 운운하는 표현을 가미한 것은 (오해를 사든 혹은 적극적으로 동참하든 간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중국인들의 동북공정 관점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바탕에 깐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통상적으로 동종업계와 이종업계를 막론하고 '타인'에 의해 침해된다. 하지만 스스로 본국에서 쌓아올린 트레이드 드레스를 다른 나라에서도 일부 왜곡해 사용함으로써 가치를 깬 경우가 실제로 이렇게 일어난 점은 눈길을 끈다.

왜냐하면 롯데가 지금 갖고 있는 백두산 하늘샘의 인지도와 이에 수반한 값어치 그리고 이를 담아낸 포장 등 트레이드 드레스는 분명 한국인의 민족적 정서에 호소한 애국 마케팅에 뿌리를 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동일 포장을 일부 비틀고 장백산 표기를 섞음으로써 당장 얼마나 큰 매출고 증가 효과를 볼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양쪽 모두에서 마이너스가 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 또한 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금의 롯데가 스스로 한국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깨 중국 생수 시장에서 이득을 보려는 마케팅 시도를 하는 것은 제살깎기 의미를 갖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