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자본확충펀드 무용론'이 금융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자본확충펀드는 국책은행이 발행하는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원되는데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출의 부실로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자본이 부족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성됐죠.
즉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기업은행에 대출해주면 이를 바탕으로 펀드를 만드는 구조입니다. 펀드는 산은·수은의 조건부자본증권을 매입해 국책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게 됩니다.
이 자본확충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처음 시행됐는데요.
당시 시중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안정성 위주의 경영을 하며 기업 등에 대한 대출을 줄였고, 이에 기업들의 어려움은 커졌습니다. 당시 기업들은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모집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고 있었는데요. 은행이 대출과 여신 규모를 축소하며 구조조정 비용을 감당 못하는 기업도 많았다고 하네요.
이에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자는 논의가 시작됐고 그 결과 은행권에 20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 시중 은행들의 자본을 늘려주고 은행들이 이를 바탕으로 자금 지원을 하는 '자본확충펀드'가 탄생된 것입니다.
당시 한국은행이 10조원, 산업은행이 2조원을 펀드에 대출했고 기관 및 일반투자자들이 8조원을 투자해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었습니다.
이번에 정부와 한국은행이 국책은행의 부실 확대에 대비해 조성한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의 방식 역시 비슷한데요. 다른 점은 당시 대출을 해주던 처지였던 산업은행이 이번에는 대출을 받는 형편이라는 겁니다.
이는 산업은행이 떠맡은 기업들이 구조조정 대상이기 때문인데요. 현재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STX그룹의 계열사 등의 구조조정과 회생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이제 한국은행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하지만 이번에 마련된 11조 한도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가 2008년 때와 마찬가지로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정부와 한국은행이 20조원 규모로 마련했던 자본확충펀드는 실제 3조9560억원이 발행됐다고 하는데요. 이는 금리가 연 6~7%로 시중금리보다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본확충펀드는 국책은행의 경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금융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계획"이라며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금리 이상을 적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국책은행으로서는 시장에서 연 2.1% 금리로 코코본드를 발행할 수 있는데 굳이 이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로 자본확충펀드를 이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또한 정부는 산은과 수은이 코코본드를 발행하더라도 한은이 대출한 자금을 통해 거래 전에 시장에서 먼저 매도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금융시장에서 코코본드가 팔리지 않을 경우에만 자본확충펀드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죠.
우여곡절 끝에 출발한 '자본확충펀드'가 실제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관심이 집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