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백유진 기자 기자 2016.07.22 19:08:30
[프라임경제] 노사 간 협상의 교섭창구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에 해결 실마리가 잡혔다. 최근 한 1심 법원 사건에서 소수노조가 임금단체협상 무효화와 위자료 지급을 요구한 사안에서 임단협 효력 인정 판결이 나왔기 때문.
중공업계의 갑 회사가 이 소송의 당사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에는 A노조와 B노조 등 다수의 노조가 존재했다. 강성인 A노조는 소수파에 불과했으나, B노조가 교섭창구를 맡게 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의견 반영을 요구했다.
특히 협상 창구를 맡은 A노조가 임단협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B노조는 결국 자기 노조원들의 의견 중심으로 임단협 내용을 정했다. 소수노조에서는 이를 문제 삼아 사측과 합의체결된 임단협 내용 무효와 위자료 지급 소송을 냈던 것.
당초 교섭창구 단일화는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중복 교섭 등 혼란이나 근로조건의 통일성 훼손, 노조 간의 세력 다툼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협상 창구를 맡게 되는 교섭대표노동조합에만 막강한 힘이 실리게 되므로, 반대급부로 교섭대표노조에 소수 노조들의 의견을 공정하게 반영할 의무를 지우게 된다. 이것이 공정대표의무제도다. 따라서 두 제도는 서로 도와야 하는 처지에 있지만, 반대의 성격을 갖는 가깝고도 먼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공정대표의무제도를 이유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발목을 사사건건 잡는 형식으로 다른 노조와 사용자(기업) 측을 괴롭히는 소수노조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이 노동계에서 거론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소수의 횡포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간 노동위원회 판정 다수 존재...'합리적 차별'이 관건
공정대표의무제도에 따라 교섭대표노조는 전체 노조 또는 노조원을 위해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
노조법 제29조의4는 교섭대표 노조와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 또는 그 노조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역시 교섭대표노조는 공정대표의무의 내용으로 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을 불편부당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해석한다.
문제는 이 차별 금지가 상당히 다양한 산업계 사정상 일반화가 어렵게 개별적 형태로 나타난다는 데 있다. 따라서 합리적 이유의 의미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판단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평등권 침해 여부에 대한 심사를 할 때 자의적, 정당한 사유 등 표현을 쓴다. 즉 차별을 합리화할 정당한 목적과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중앙노동위원회도 2013년 '위원용 복수노조 업무 매뉴얼'에서 노조 간 또는 조합원 간에 차별적 상태가 발생하더라도 그러한 이익 조정이 합리적 또는 교섭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뤄진 경우에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인정되는지 일선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받은 경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교섭대표노조가 사용자와 7회의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동안 소수노조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은 경우는 문제로 인정됐다(중앙노동위원회 2012.12.6. 판정 중앙2012공정9).
한편 소수노조가 원하는 수준으로 협의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의견 수렴과 의제 반영 등이 있었다면 문제가 없다는 판단(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14.6.2. 판정 서울2014공정4)이다.
교섭대표노조가 임금교섭 진행을 알리고 의견수렵을 위해 문서를 발송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경우 공정대표의무를 지킨 것으로 인정(중앙노동위원회 2014.7.9. 판정 중앙2014공정6)한 경우가 있고, 교섭대표노조가 소주노조의 요구사항을 진지하게 청취하고 이를 교섭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경우(인천지방노동위원회 2012.11.29. 판정 인천2012공정3)도 있었다.
법원 역시 노동위 판단과 대체로 같은 의견이다. 이미 2013년 7월에 서울행정법원은 교섭대표노조는 소주노조의 교섭요구안을 채택하지 않은 것만으로 차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도 이런 대체적인 흐름을 반영,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른 사안에 비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경제 불황 와중에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고, 노조와 노조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는 가운데 나온 판단이라는 시점 문제다.
소수노조가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이유로 작은 문제로 임단협 등 주요 사안의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등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예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며 경제계 일각은 반기고 있다.
◆다수노조원들의 상식 믿는 쪽으로 가닥…향후 보완 필요
교섭요구안 의제의 선택에서 소수노조의 교섭요구안을 '의도적으로 배제하지 않은 이상'은 교섭대표노조의 재량이 있는 것이다. 특히 민주적 절차와 외부 세력에 대한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노조의 본질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개별 노조가 자체 투표로 최종 결정을 할 경우, 자기 노조원 간에만 투표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원칙을 무시하고 단지 교섭대표노조라는 이유로 자기 조직원들이 아닌 다른 소수노조원까지 받아들여 투표를 하라며 특이한 상황을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전에 여러 노조에서 나온 내용을 모두 고려해 본 끝에 그중 어떤 것을 택해 투표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최종결정하면 적당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교섭대표노조 즉 다수노조의 소속원들의 손길에 의해서만 결정이 단행되지만, 이전의 '화학작용'으로 사실상 회사 내 모든 노조들이 이에 참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직 하급심 판단이지만 상당히 의미있는 판결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 있다. 다만, 이는 소수노조의 목소리 크기가 바로 확실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파장 때문에 또 다른 우려도 낳고 있다.
예를 들어 소수노조가 거의 모든 사안마다 회사나 교섭대표노조와 갈등을 빚고 악의적인 고소 및 고발에 시달리는 경우에는 이번 판결 같은 원칙론 잣대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
이런 경우에는 서로 간의 대립과 갈등이 심각하며 소수노조의 의사나 의견 내용은 거의 고의로 무시당한다는 오랜 경과를 입증하도록 해서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인정할 필요가 높다는 반론이 나온다.
이런 여러 후속 문제 때문에 앞으로 복수기업이 존재하는 다른 기업에서 유사한 내용의 소송이 다시 제기되는 날이 멀지 않은 장래에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노동계와 재계 상급단체들의 대리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