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국인들은 중추절(추석) 음식으로 월병을 먹는다. 밀가루로 만든 빵에 팥 등 다양한 소를 넣어 둥글게 만들어 쪄 먹는다. 그러나 가정에서 만들어 먹던 월병이 구매해 선물하는 것으로 바뀌는 와중에 '월병 뇌물'이 등장했다.
1990년대 초부터 중추절을 앞두고 고가의 월병을 주고받는 풍조가 일었다. 월병 안에 금을 넣어 1만위안(우리돈 180만원 상당)이 넘는 호화판 선물 세트를 주고 받아 논란이 되더니, 아예 현금화할 수 있는 월병 상품권까지 등장했다.
월병 뇌물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자, 결국 중국 정부가 단속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수천에서 수만위안을 헤아리던 초고가의 월병은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원가보다 10배 이상 비싼 고급 월병까지 뿌리뽑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월병 판매량은 부패 단속 기조와 함께 3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돼 왔다. 다만 2015년 가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월병 판매가 2014년 대비 10% 증가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 보도한 바 있다.
결국 안에 금이 든, 누가 봐도 뇌물이 확실한 경우를 규제하는 것은 몰라도 일정 수준의 고가품은 민족정서와 전통에서 칼로 자르듯 분리해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만 확인시킨 셈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일명 김영란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을 철저히 준수하자니 국내 농축산업이 소비 위축의 유탄을 맞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
과일은 전체의 50% 이상, 인삼은 90% 이상 그리고 한우는 99% 이상이 5만원이 넘는 선물세트로 팔리고 있는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판매나 선물 구성 수요가 수입산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개정안이 여럿 발의되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히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내용은 눈길을 끈다. 이 개정안은 명절 등 특정 기간 내 사교나 의례를 목적으로 하는 선물의 경우에는 농축산물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다. 설과 추석 등 명절에 농축산물 거래물량이 전체 생산량에 40%에 달한다는 현실을 부정하면 안 된다는 고뇌에서 출발한 법안인 셈이다.
법을 고쳐서까지 5만원을 넘는 한우 선물을 부득부득 주고 받아야겠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다만 국산 과일이나 한우에 대한 수요나 선호도가 값싸고 질도 객관적으로 밀리지 않는 외국 생산품이 넘쳐나는 시대에까지 엄연히 살아있는 점을 전적으로 외면하면서까지 부정부패 단속을 하는 게 실효성이 있을지 또 얼마나 합목적적인지 의문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나 중국의 경우처럼 엄청난 '뇌물 월병'에 기대어 '월병경제'라는 비정상적인 영역이 따로 성장하고, 이들이 흥청망청 특수를 누렸던 경우라면 엄정한 법집행으로 이들 종사자들이나 업체가 모두 고사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소농민과 영세축산인이 다수를 이루는 우리 현실에서 막심한 피해가 우려되는 법을 그대로 강행하자는 것은 1차 산업 존립 자체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의도적 외면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강석호 안'은 주의깊게 들여다 볼 여지가 많다.